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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가명)씨는 지난 3월, 송파구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급식 선생님'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공공근로'라는 이름으로 일을 시작한 김씨는 지난 6월 초, 정부의 새로운 제도에 따라 '희망근로'라는 이름 아래서 일을 계속하게 됐다.

그런데 '공공근로'가 '희망근로'로 명칭이 바뀌면서 김씨에게도 변화가 일었다. 당초 공공근로를 할 때는 50여만원을 받았는데, 희망근로로 바뀌고 난 뒤에는 80여만원을 받게 된 것. 하지만 월급이 올랐다고 좋아하기엔 일렀다. 월급 중 절반 가까이가 현금이 아닌 희망근로상품권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김씨에겐 상품권보다 현금이 더 필요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 김씨에겐 40%를 상품권으로 받고 나머지만 현금으로 준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전화요금, 핸드폰 요금, 인터넷, 관리비, 이자, 교통비, 경조사비 등 현금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기 때문이다.

김씨와 함께 아동센터에서 일하는 나는 이 소식을 접하고 한참 고민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다시 현금으로 바꿔줘야 하는 것인가', '구청으로 찾아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달래야 할까' 등등. 하지만 희망근로 금요처로부턴 '현금으로 줄 순 없다'는 답변을 들었고 결국 김씨는 임금의 40% 가까이를 상품권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희망근로가 시작되면서, 취지는 좋으나 '상품권'이 주는 부작용들이 언론에 많이 보도됐다. 그래도 기존에 공공근로를 하면서 받던 월급보다 30만원 정도는 많은 금액이라, 그것에 위로를 삼아 왔다. 그렇게 약속됐던 6개월이 끝나간다.

아쉬움도 잠시, 희망근로를 하고 있는 친구와 만났다가 조금은 어이 없고 찜찜한 소식을 전해들었다. 정부가 희망근로 종료시점을 당초 11월30일에서, 17일 연장한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25만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3개월씩 운영되던 공공근로를 없애고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것도 3개월을 늘려 6개월이 되었을 뿐, 희망근로는 단기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역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6개월이 끝나가는 지금, 정부는 갑작스레 11월 30일로 정해놓은 종료 시점을 17일(송파구 일부) 연장했다. 각 구별로는 11~20일사이로 날짜만 며칠 다를 뿐, 거의 비슷한 시기로 애매하게 기간을 연장시켜 놨다. 그런데 왜 정부는 한 달도, 두 달도 아닌 17일이라는 애매한 연장기간을 주려고 하는 걸까?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도 궁금해서(17일이 연장된 이유) 물어봤더니, 소장님이 12월 15일을 기준으로 근로자 연말 통계를 낸다고 하더라구(아! 탄식의 소리... 다음은 예상 그대로) 그래서 15일까지 근무를 해야 내가 통계에 잡히니 조금이라도 더 취업인구에 들어갈 것 아니냐. 15일 통계잡고 17일까지 하고 끝나는 거지 뭐."
 
씁쓸하게 맥주 한 잔 넘기며, 진실공방과 어이 없는 상황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내가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었다.

"6개월이 지나면 3개월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그거라도 챙겨라. 직장구하기 전까지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에 배운 거다. 그 6개월이 주 5일 꼬박 채울 때만 가능하단다. 그러나 현실 속에는 국·공휴일(명절 포함) 등이 끼어 있어서 주 5일이 아니라 주4일을 한 적도 있기 때문에 근무일수에 포함이 되지 않아서 일수가 부족하단다. 그나마 17일 까지 연장되어서 날짜 수 좀 채워질까 했는데 딱 9일이 모자라더라. 게다가 이번에 알게 된 사실로 희망근로는 일당형식으로 지급되게 되어 있어서 주5일을 나오면 자동 주휴로 하루가 더 쳐지는 토요일도 근무일수로 셀 수 없게 되어있다. 더불어 월급이 아니라 날짜 수가 적은 날은 일당형식으로 덜 받기도 한단다."

자조섞인 농담으로 우리는 "야, 31일까지 시키면 실업급여 줘야하니 그냥 17로 중간에 정리하는 거 아니냐?"라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진실은 정부만이 알 것이다. 젊음은 끊임없는 경험이라했던가, 경험을 통해 성숙한 우리다.

배움1. 내 친구는 6개월 일해도 국·공휴일에 쉬면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는 사실을 배웠고(사실 혼자 일하러 나갈 수도 없지 않은가), 일당은 월수가 아니라 근무일수를 채워야 한다는 방식을 새로 깨달았다.

배움2. 행정부처 혹은 정부가 원하는 17일 연장기간 다 채워도 실업급여 받기 9일을 남겨두고 정리되는 이 친구를 통해 진실이든, 거짓이든 어쨌든 고용주, 사용주들은 정말  똑똑하구나 혹은 매정하구나 하는 것을 나는 느꼈다.

결국 어찌하였든 정부는 2009년 연말 근로자 통계에 이번 달 초면 그만 둘 희망근로 대부분의 인원을 취업인구로 채워 넣을 수 있었고, 게다가 실업급여 받기 9일 전에 정리되니 돈도 굳었다(여기서 세금이 아깝다 말하려면, 4대강 부터 하지 말라 해야할 것이다). 이거야 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흠 씁쓸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충고 하나 한다. 이런 식의 고용은 단기적 근로자 통계는 높일지언정 청년백수, 일자리 잃는 실업자들을 더욱 창출해 낼 뿐이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이 아니라 진짜 대안을 정부는 만들어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hopetree.tistory.com 개인블로그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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