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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결식'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국회의원이 있었다. IMF 시절 결식아동의 급식비를 확보하기 위해 3당 총무회담장을 박차고 들어갔던 그는 "아이들이 말을 못한다고 이렇게 할 수 있느냐? 모든 국회의원이 다 동의하면서 왜 결식아동 지원예산은 배정하지 않느냐"고 고함을 질러댔다. 

당시 총무회담장을 박차고 들어가는 무리수를 둔 김결식 의원은 예결위원이었지만 자기라도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급식지원예산이 배정되지 않을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으로 급식지원예산 75억원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확보된 예산은 결식아동 15만 명을 먹이기에는 부족한 금액이어서 나머지 학생들은 민간의 성금을 받아 때우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는 국회 본회의에서 "결식아동에게 밥을 줄 책임이 국가에 있는데 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성금에 의존토록 하느냐"하며 반대토론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독백한다.

"학교 급식비를 내지 못해 매달 선생님 눈치를 봐야 하는 아이들, 점심식사 시간만 되면 다른 아이들 옆을 피해 먼 하늘만 쳐다보는 아이들을 방치한 채 우리 교육이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까?"

'결식아동' 생각하던 김결식 의원은 누구?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경기창조학교' 개교 선포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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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결식 의원'은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의 1999년도 별명이었다.

지난 1일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경기도교육청이 제출한 무상급식 예산 650억 원을 삭감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12월 2일 김문수 지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교는 밥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이 제일 중요하다. 학교는 무료급식소가 아니다. 훌륭한 선생님 모시기, 과학기자재 구입 등에 예산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써야 하는데, 온통 무료급식해서 밥 먹이고 치우자고 한다. 이게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다."

김 지사의 표현대로라면 무상급식은 표를 의식해 경제 논리를 무시한 선심성 정책이다. 이런 "흉칙한" 대표적 포퓰리즘을 한나라당 출신이 도지사를 하고 있는 경상남도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김 지사의 논리대로라면 더욱 심각한 포퓰리즘의 원흉은 헌법 31조다. 헌법 31조에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48년 정부수립부터 우리 헌법 속에는 포퓰리즘을 장려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2009년 정치인 김문수 지사는 변해도 너무 심하게 변했다. 사실 좌파에서 우파로, 민중운동가에서 보수여당의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것이 특별히 충격적인 것도 아닌 시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결식아동지원예산을 받기 위해 노력하던 1999년의 김문수 의원과 2009년 김 지사의 경우는 "변신 수준"을 넘어 무엇인가 종잡을 수 없는 뒤죽박죽이 된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이 될 정도다.

1999년 '김결식 의원'과 2009년 김문수 의원

김결식 의원과 김문수 지사는 10년의 간극이 있지만 같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도대체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는 두 얼굴의 사내가 되었을까. 1999년 결식아동 지원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눈물 나는 김결식 의원의 외로운 투쟁과 논리는 지금의 무상급식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결식 의원은 "너만 잘났냐?"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결식아동지원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오늘날 김문수 지사는 김상곤 교육감에게 "너만 잘났냐?"라는 김결식 의원이 들었던 동료 의원의 야유를 되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아래 글은 2006년 2월에 발간된 김문수 지사의 저서 <나의 길 나의 꿈>에 '내 이름은 김결식'이라는 제목으로 실려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진다. 인근 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기도 하다. 다시 한 번 김결식 의원을 떠올리며 김문수 지사가 10년 전 펴낸 책 내용을 실어본다.

 주민직선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20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오정섭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주민직선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5월20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오정섭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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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결식'
1999년 추가경정 예산안의 마지막 조율을 위해 3당 원내총무가 만나고 있는 국회 귀빈식당에 나는 예고도 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아이들이 말을 못한다고 이렇게 할 수 있느냐? 모든 국회의원이 다 동의하면서 왜 결식아동 지원 예산은 배정하지 않느냐?"고 고함을 질러댔다. 총무회담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니 김 의원은 계수조정 소위원이면서 거기서 해결하지 왜 버릇없게 여기까지 와서 난리야?" 우리 당 이부영 총무는 그래도 나를 이해하였지만, 다른 당 총무들은 갑자기 무슨 난장판인지 몹시 불쾌해 했다.

예산결산위원을 하다 보면 예산관련 민원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결식아동에 관한 민원은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했다. IMF가 터지고, 실직자가 급증하고, 가정파탄이 일어나고, 노숙자가 쏟아지고, 아이들이 밥을 굶는 상태가 되었는데도 이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민원은 한 건도 접수가 되지 않는다. 목소리가 작기 때문이다.

내가 결례를 무릅쓰고 총무회담장에 쳐들어 간 것은 나라도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식아동 급식예산은 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나의 길 나의 꿈> 겉그림.
 <나의 길 나의 꿈> 겉그림.
ⓒ 미지애드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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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예산 위원들에게 이야기하니까 모두 공감을 하고, 당시 내가 소속된 '도시영세민대책특별위원회'에서도 결의안까지 채택하면서 나를 지원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부가 결식아동예산이 증액되면 다른 예산이 깎일까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모자라는 예산은 민간에서 성금으로 때우겠다고 했다. 결국 결식아동 예산은 목소리가 큰 다른 예산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서 사라질 판이었다.

이 때 만약 결식아동들이 100명이라도 국회 앞에 몰려와서 한 번만 시위를 했다면 당장 예산이 확보되었을 텐데 아이들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가 없었다. 나는 "나라도 미친 짓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예산안 최종조정을 하고 있는 총무회담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의 시위가 여야 정당과 정부 사람들을 불쾌하게 했겠지만 상당한 충격을 주었던 것은 틀림없었다.

75억 원의 예산이 추가확보 됐다. 본예산 80억 원에 정부가 제출한 46억 원과 예결위에서 추가 확보된 75억 원을 더하면 총 201억 원의 결식아동 지원예산이 잡힌 것이다. 그러나 이 돈으로는 당시 15만 여 명의 결식학생들을 먹일 수 없었다.

나는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표결처리를 요청했다. 다른 의원들이 펄쩍 뛰었다. '결식아동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하겠다는 나를 거부할 명분이 약했다. 모든 의원들이 나 때문에 곤경에 빠지게 된다는 이유로 나를 한사코 말렸다. 국회 역사상 예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는 언제나 여야 합의로 안건을 처리했는데 표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배의원들의 고함소리와 욕설이 터져 나왔다.

"김문수! 너만 잘났냐?"는 왕따 발언이 나를 위협했다. 그러나 나는 굽히지 않았다. 표결결과 나는 졌다. 허탈했다. 그러나 굽히지 않았다. 예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또 표결 요청했다. 또 졌다. 절망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굽히지 않았다. 국회본회의에서 또 반대 토론 했다.

"결식아동에게 밥을 줄 책임이 국가에 있는데 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성금에 의존토록 하느냐?"는 나의 항변은 또 졌다. 그대로 예산안이 통과되어 버렸다. 나는 허탈했다. "이 따위 국회가 무슨 민생국회냐"하는 분노가 솟구쳤다. 거대한 제도 가운데 나는 너무나 자그마한 존재였다.

동료의원들은 "단일 사안으로 그 정도라도 반영되었으면 대단한 거 아니요? '김결식'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야"라며 위로했다. 어느새 내 별명이 '김결식'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나는 밥 굶는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학교 급식비를 내지 못해 매달 선생님 눈치를 봐야 하는 아이들, 점심식사 시간만 되면 다른 아이들 옆을 피해 먼 하늘만 쳐다보는 아이들을 방치한 채 우리 교육이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까? (1999. 4 ) - 2006년 미지애드컴 출판, <나의 길 나의 꿈>  112~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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