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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시 마포구 용강동에 위치한 허름한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이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이미 많은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단순하게 '동절기 철거'탓으로 보기에는 지난 1년간 그 주민이 겪었던 고민과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 고인을 또 다시 불러내는 것이 죄스럽지만, 그 분이 겪었던 지난 1년간의 사정을 적는 이유는 이와 같은 일이 이미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선,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이 사건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오세훈 시장의 시책사업인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수변공원이 조성될 예정이었던 마포 용강시범아파트 주민인 김모씨가 철거업체의 용역들과 갈등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로 정리된다.

하나씩 보자. 도시계획시설사업은 도로, 터널, 주차장,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을 말한다. 그래서 사업의 진행방법과 추진 주체, 그리고 보상 절차에 있어 뉴타운 재개발과는 차이가 난다.

이해하기 쉽게 보자면,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집(건물)을 허물고 집(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하지만 도시계획시설사업은 집(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집이 아닌 것을 짓는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의 주체와 보상의 주체는 민간이 될 수 없다.  도시계획시설사업에 있어 시행자가 서울시 등 공공기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용강아파트 주민은 왜 자살을 택했을까

서울시의 임대주택 취소공문 1차 소송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서울시가 일괄하여 발송한 공문
▲ 서울시의 임대주택 취소공문 1차 소송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서울시가 일괄하여 발송한 공문
ⓒ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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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용강아파트의 경우 수변공원이 지어질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의 시책사업인 한강르네상스계획에 따라 수변공원이 조성된다. 하지만, 용강아파트와 한강사이에는 강변북로가 지나고 있어 얼마나 한강과 접근성이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다시 말하면, 용강아파트를 공원화하는데 별다른 타당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실 지난 1월부터 만나기 시작한 용강아파트 주민들은 사업의 타당성 여부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들은 '시에서 하는 것이니 최대한 협조를 하는 것이 의무'라고 했다. 게다가 모두가 좋다고 하는 공원을 만든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주민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것도 벌써 3건이 된다. 1년 사이에 서울시와 3건의 행정소송을 진행한 배경에는 보통의 상식과는 거리가 먼 서울시의 도시계획시설사업 추진 방식이 놓여 있다.

뉴타운 재개발사업이든 도시계획시설사업이든, 공익목적의 개발사업에 있어 보상기준을 정하고 있는 법률이 바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토법)이다. 지난 2007년 4월 12일 이 법률의 시행규칙이, 종전 '임대주택을 수령했으면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없다'고 했던 것에서 '임대주택 수령여부와 상관없이'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다시 말해, 임대주택 선택 여부와 상관없이 주거이전비 지급이 의무화된 것이다.

임대주택·주거이전비 틀어 쥔 서울시

그렇다면, 동일한 법률에 저촉을 받는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세입자들도 주거이전비를 의무화해야 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자체 규정인 '서울특별시 철거민 등에 대한 국민주택 특별공급규칙'(이하 특별공급규칙)을 수정하지 않고, 종전과 같이 임대주택과 주거이전비를 택일하도록 요구했다.

당연히 상위 법률과 하위 규칙이 다르게 적용된 것이다. 용강아파트 주민들이 낸 1차 소송은 바로 이 부분을 따지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7월 1차 소송의 결과, 법원은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라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임대주택을 지급하고 말고는 서울시의 재량'이라며, 주거이전비를 받은 주민에게 이미 선택한 임대주택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애초 공토법 시행령의 개정 취지는 주거이전비와 임대주택이 대체 가능한 보상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임대주택은 주거박탈에 대한 보상이고, 주거이전비는 강제적인 이주정책에 대한 배상인 셈이다. 일부 사람들은 집도 달라고 하고 주거이전비도 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냐라고 하지만, 임대주택은 집의 소유권을 주는 것도 아니고 공짜로 집을 빌려주는 것도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서울시의 재량이라 하더라도, 서울시의 재량은 주민의 복리를 통해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소송을 건 세입자들을 골탕먹이는 데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것이 용강아파트 주민들의 첫 번째 생채기다. 1차 소송에 참여했던 주민들은 그래서 서울시의 임대주택 배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송의 결과는 오는 17일 나올 예정이다.

서울시 보상기준일 변경에 신음하는 주민들

서울시의 공고 일부 서울시가 지난 2007년 12월에 발표한 이주대책기준일 변경 공고
▲ 서울시의 공고 일부 서울시가 지난 2007년 12월에 발표한 이주대책기준일 변경 공고
ⓒ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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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포구청의 공고에 따르면, 용강아파트의 사업시행 인가일은 2008년 4월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현행 법상 사업시행인가일이 '언제부터 살던 사람이 보상을 받을 수 있나'라는 보상기준을 확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보면 4월이 사업시행인가일이니 3개월 전인 2008년 1월 전에 이전한 사람들은 보상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엉뚱한 고시를 낸다.

이 공고에 따르면, 보상기준일이 크게 바뀐다. 2008년 4월이 사업시행공고일이니 보상기준일이 2008년 1월이 되지만, 위 공고에 따르면 2007년 12월 10일이 이주대책 기준일로 나온다. 따라서 보상 기준일도 2007년 9월로, 4개월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 사이에 전입한 세입자들은 주거이전비나 임대주택을 선택할 자격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사비만 지급되고 나가라는 종용을 받고 있는 처지였다.

그렇다면 왜 서울시가 보상기준일을 변경했을까. 서울시는 '공토법 시행령이 바뀐 탓에 임대주택지급이 되지 않아, 세입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임대주택 공급이 서울시의 재량이라면, 위의 해명에서 세입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보상기준일을 변경하지 않더라도 가능하지 않은가.

핵심은 그동안 집소유자들에게 제공해왔던 특별분양권이다. 몇 차례 마포구청, 종로구청, 서울시 담당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본 결과 담당 공무원들은 이 공고를 낼 때 세입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니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신세로 전락한 세입자들

서울시는 특별공급규칙을 2008년 4월에 개정하면서, 그 이전까지의 도시계획시설사업 집 소유자에게 주었던 특별분양권 지급 근거를 없앴다. 특별분양권은 소유하고 있는 집에 대한 보상과 더불어, 서울시가 집소유주에게 제공했던 서울시 소유 분양주택의 분양권을 말한다. 전매제한도 없는 이 분양권은 그야말로 로또라고 불리면서, 최소한 3~4배의 시세차익을 집주인에게 안겼다.

오로지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수월한 추진을 위해 있던 특별분양권 제도는 서울시에만 있던 제도였다. 서울시가 특별공급규칙 개정을 1년이나 미루는 동안, 특별분양권을 노리고 용강아파트를 샀던 투기세력이 판을 쳤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보상기준일을 4개월 정도 당겨서라도 투기세력에게 가는 특별분양권을 제한하고 싶었던 것이었고,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세입자들이 어떻게 하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될 수 있을까? 용강아파트와 옥인아파트의 세입자들은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신세였다.

결국 서울시의 일방적인 보상기준일 조정으로 세입자 보상을 받지 못한 주민들도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승소했다. 서울시가 법에 정한 보상기준일을 임의적으로 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식뻘 용역 기세에 눌려 죽음 택한 세입자

 재개발을 소재로한 영화 <1번가의 기적>의 한 장면.
 재개발을 소재로한 영화 <1번가의 기적>의 한 장면.
ⓒ (주)두사부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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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것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의 일이었다. 물론 2번의 소송에서 주민들이 승소해 소송에 참여했던 일부 주민들은 주거이전비를 받기도 했지만 아직 임대주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주민들 중 일부는 "나갈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청들은 소송 진행중이었을 때는 봐주었지만, 소송이 끝났으니 나가라고 난리다.

임대주택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선 나갈 수 없음을 이미 피력한 주민들이 있음에도 구청들은 이 과정에서 철거를 감행했다. 용강아파트 주민을 사망에 이르게한 동절기 철거 문제다. 서울시나 마포구청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을 부수는 것은 철거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서울시가 근거로 삼고 있는 기준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아니라 단독주택지의 철거의 경우에는 해당될 수 있다. 물론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주거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면, 철거행위로 보는 것이 맞지만 적어도 서울시나 마포구청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정도는 넘어가자.

문제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윗집에 아무도 살고 있지 않고 해서 바닥을 부수면, 사람이 사는 아랫집 입장에서는 지붕을 부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이는 옆집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볼 때 빈 공가의 벽이겠지만, 옆집의 입장에서 그 벽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의 벽이기도 한 것이다.

용강아파트 주민이 사망한 바로 당일에도 마포구청이 계약한 철거업체의 용역들이 윗집과 옆집을 부쉈다. 그리고 그 주민은 이를 항의하다, 멱살잡이를 당하기도 했다. 본인이 하던 사업의 이후 계획을 친척과 논의할 만큼 생활력이 강했던 그 주민이, 자식뻘 용역의 기세에 눌려 죽음을 택한 것이다.

이런 일이 정말 특수한 일 같은가. 진보신당 서울시당이 올해 초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요청을 해서 2007년 4월부터 2008년 4월까지 보상계획공고가 난 도시계획시설 현황을 받아본 결과, 최소 5천세대 이상이 이 기간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에 조그만 공원을 만든다고, 도로를 확장한다고 떠밀리듯 떠나간 10세대, 20세대들이 서울 곳곳에 그토록 많았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석한 용마터널 기공식에 갔다가, 주민 한 분을 만났다. 그 분은 중랑구에서 하고 있는 겸재교 확장공사 때문에 떠나게 되었는데, 구청에서 주거이전비와 임대주택을 여전히 택일하라 한다며 분통을 터트리셨다. 해당 지역의 사업시행인가일은 서울시가 특별공급규칙을 개정한 이후였는 데도 말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에겐 개발호재로, 씁쓸하다

 '다음' 검색창에 용강이라는 단어로 검색한 화면으로, 2009년 12월 8일 13시 14분에 캡쳐한 것이다
 '다음' 검색창에 용강이라는 단어로 검색한 화면으로, 2009년 12월 8일 13시 14분에 캡쳐한 것이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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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글을 장황하게 이끌어 온 이유를 말해야 겠다. 이 글을 보는 누구라도 잘 가는 검색창에 '용강'이라는 글씨를 쳐보라. 아마 내가 본 화면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어떤 기사든 하나를 확인해보길 바란다.

"전세대가 남향배치돼 일조량이 풍부하고 단지 앞 용강동 시범아파트의 녹지조성계획이 예정되어 한강조망권이 확보되며 한강 르네상스 개발 호재와 더불어 여의도, 용산, 상암개발로 인한 배후의 최적 주거배후지로 평가되고 있어 프리미엄 미래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문구가 보이는가? 바로 지난 주에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사업이 누군가에겐 '개발호재'로 프리미엄 미래가치를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솔직히 분노보다는 헛웃음이 나왔다. 누군가 말했듯이 서울에 몰아치는 개발 욕망에 있어 우리 모두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한달 후면, 용강아파트 주민들과 나, 그리고 함께한 '나눔과 미래' 남철관 국장이 처음 용강아파트에 붙어 있던 슈퍼마켓 골방에서 모인 지 1년이 된다. 그 당시엔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었기에 이렇게 오래 끌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용강아파트 주민의 죽음이 그저그런 자살이 아니냐고 말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위에 쓰인 상황을 정말 가슴 깊이 공감하고 다시 자신에게 질문해보라. 지난 1년이 어땠을 것 같으냐고.

지난 12월 7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종로 옥인아파트, 마포 용강아파트, 용마터널 주민대표와 함께 이야기했다. 오는 12월 29일 3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송년회를 하자고. 그러자 누군지 알 수 없는 주민이 이렇게 말했다. "정말 잊고 싶은 1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냥 잊기엔 너무 많은 생채기가 쌓여있음을 누구나 다 알고 있어, 웃음으로 넘겨버렸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이렇다. 우연히, 검색창을 열고 '용강'이라는 단어를 치니 앞서의 화면이 나왔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이런 마음이었다.

"자신할 수는 없지만, 제발 내가 그동안 가졌던 욕망의 부스러기가 나와 함께 했던 주민들의 가슴속 생채기에 일부라도 쌓여있지 않기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현재 진보신당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으로 있으며, 지난 1년동안 사단법인 나눔과 미래 활동가로 용강아파트·옥인아파트 세입자권리찾기 주민모임과 함께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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