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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색, 하면 어떤 색이나 떠오르는가. 베이지 빛이 감도는, 노르스름한, 자신의 손 색깔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아마 조상은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을 모국어로 쓰는, 대한민국의 국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살색'은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그 단어는 말이 사고를 결정한다는 논리에 의해 '살구색'으로 대체되었다. 우리 식대로라면 살색은 누구에게는 흰색이 될 수도 있고 검은색, 붉은색이 될 수도 있다.

 

  11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29일은 회색에 가까웠다. 평년 기온보다 약간 높은 기온이었지만 비가 내려서 날은 그것이 거짓으로 느껴질 만큼 쌀쌀했고 하늘에는 잿빛만 가득했다. 우산으로 비를 막고 바람을 가르며 동성고등학교 앞에 다다랐다. 그러나 정작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정문 쪽에서부터 해서 늘어져있는 천막들이었다. 치킨과 기름진 음식들을 파는 짙은 피부색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필리핀인들로 땅콩잼부터 육류에 이르기까지 그 광경이 흡사 우리의 동네 재래시장이다. '식사하고 가세요. 맛있어요.'라는 상인의 말에 걸음이 느려졌지만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자 학교 3층 로비로 향했다.

 

  행사 시작 시간은 2시였지만 3시 반 정도가 되어서야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그 이유인 즉 위층에서는 오늘의 동반자인 라파엘클리닉이 진료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료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이 5천원 상당의 쿠폰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물건을 사는 것이다.

 

  입구에서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서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박연신(움가매니아PLUS 캠페인팀)씨는 "추울 것 같아서 고안한 아이템"이라며 손난로를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따뜻한 커피와 립톤을 마실 수 있었다. 손난로에 붙어 있는 'Love myself'라는 문구가 아마 그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캠페인팀의 맞은편, 그러니까 입구의 한 쪽에는 다소 그 모습이 어색한 것들이 보인다. 여러 봉지의 김치였다. 그러나 '사랑의 김치 나눔'이라는 문구가 이것이 존재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었다. 더불어 얼굴 하나 크기의 양 정도 되는 김치가 단 돈 1000원이라는 사실은 존재의 이유를 넘어서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자문까지 하게 한다. 김혜자(라파엘클리닉 봉사단)씨는 "이 김치는 명동성당 측에서 담아 라파엘클리닉에 기증한 것"이라며 "그냥 드리면 버리는 분도 계시다고 해서 천 원 씩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따스한 그녀의 손이 이곳에서 김치를 사 갈 많은 이들의 손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 열기에 금방이라고 김치는 김치찌개가 되어 보글보글 어머니의 정을 전해줄 것만 같다.

 

  신기하게도 바깥보다 더 추웠던 그곳은 학창시절 복도를 왔다갔다 하면 금방 손발이 차가워지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줬다. 그래서 꼭 교실 밖을 나갔다 오면 난로에 손을 바싹 가져다댔다. 행사가 진행되는 3층 로비 중앙에는 난로가 하나 있었다. 봉사자들은 물론 물건을 사러온 사람들까지 한번 씩은 들러 묘한 풍경을 연출했다.

 

  그들 중 유난히 매번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있었다. "활동천사들이 대개 밝고 활기차서 내게도 좋은 기운이 전해진다"고 말한 조국현(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씨는 아름다운가게에서 활동을 한지는 3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행사에 대해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일부러 웃으려고 한다"며 "한국은 누군가를 돕는 나라,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어색하다고 한 그였지만 질문만 던졌다 하면 곧 표정이 진지해진다.

 

  오늘 행사에 대해 아름다운가게 기획사업팀 김홍구 팀장은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을 챙기고 물건을 배분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적"이라며 "라파엘클리닉과 아름다운가게가 함께 행사를 하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가 끝나갈 때 즈음 이미 비는 그쳐 있었고 더 이상 춥지도 않았다.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던 사진은 결국 담을 수 없었다. '살색'과 다른 색을 지닌 사람들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종종 검은색 피부, 혹은 우리보다 짙은 피부의 사람들이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살색은 다른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들의 살색은 '살색'과 다르지 않았다. 카메라 화면에는 그저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한 정을 나누며 나눔을 함께하는 사람들만 가득했다.

 

 

라파엘클리닉이란?
라파엘클리닉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의료 진료와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의료봉사단체이다. 국내 이주노동자들은 물론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세계 이웃들을 위한 의료지원 활동도 펼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아름다운가게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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