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섯알 오름에 있는 양민 학살터
▲ 4.3 양민 학살터 섯알 오름에 있는 양민 학살터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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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숱하게 제주오름을 다녀봤지만, 섯알오름처럼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오름이 또 있을까. 섯알오름 중턱에 있는 '4.3유적지 섯알오름 학살지' 표지판 글귀를 읽고 온몸이 오싹했다.

상모리에서 섯알오름 가는길
▲ 섯알오름 가는길 상모리에서 섯알오름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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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굽형 화구에 무슨일이 있었을까?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618번지 섯알오름, 상모리의 넓은 평야에는 나지막이 누워있는 오름이 하나 있었다. 그 오름은 송악산 응회환 외륜의 북쪽에 자리잡은 3개의 말굽형화구를 가진 알오름이었다. 마치 뒷동산 같은 나즈막한 기생화산이었다.

상모리 넓은 들판에서 본 섯알오름 몸통은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 대정 사람들은 알오름 주변에 고구마와 배추 등을 경작하고 있었다. 여느 오름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오름정상은 띠로 덮여 있다. 멀리 마라도가 보인다
▲ 오름 정상 오름정상은 띠로 덮여 있다. 멀리 마라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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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밭두둑을 따라 해송 숲으로 들어가니 제주초가를 이는 '띠'가 바다를 향해 누워 있었다. 겨울 하오 햇빛에 띠풀이 유난히 반짝였다. '띠' 한가운데엔 제주올레 11코스길이 열렸다. 띠풀 사이로 난 올레를 걷다보니 멀리 마라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날 따라 제주 남쪽 바다가 유난히 반짝였다.

섯알오름에 있는 학살터
▲ 학살터 섯알오름에 있는 학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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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터 주변은 산책로가 개설돼 있고, 이 산책로는 제주올레 11코스 일부이다.
▲ 학살터 학살터 주변은 산책로가 개설돼 있고, 이 산책로는 제주올레 11코스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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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오싹한 섯알오름 학살터

표고 40.7m, 비고 21m 알오름 등성이를 지났다. 올레꾼들에게 알오름 중턱에 자리잡은 정자와 산책로는 쉼터였겠지만, 섯알오름에서의 정자는 무거운 가슴을 추스리는 곳이었다. 4시간 이상을 걸어온 올레꾼들에게 섯알오름 중턱에 파인 상처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데크 시설로 만든 산책로 아래 그렇게 아픈 과거가 담겨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4.3 유적지 섯알오름 학살터', 우리 일행은 표지판에 새겨진 안내문을 읽어 내려가먄서 그저 '이럴수가! 이럴수가!'라는 말만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붉은 속살 드러내며 깊게 파인 '호'의 모습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했다.  

안내표지판에는 당시 상황이 설명돼 있다.
▲ 4.3 유적지 섯알오름 학살터 안내표지판에는 당시 상황이 설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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섯알오름은 해송숲이며, 그 아래에서 양민이 학살되었다
▲ 해송숲 아래 학살터 섯알오름은 해송숲이며, 그 아래에서 양민이 학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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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모슬포 부대에서 차출한 대원들이 도착하자 중대장 소대장이 미리 도착했고, 소대장이 총알을 나눠주었으며, 중대장이 내린 '한사람이 한명씩 총살하라'는 명령에 대원들이 일렬 종대로 대기하고 있다 GMC 트럭에서 내리는 민간인을 가장 자리로 끌고 와서 한명씩 세워놓고 지휘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해 시신은 '호' 안으로 떨어지게 한 장소이다(백조일선)  -안내판에 총살 집행참여자 진술-

섯알오름 희생자 추모비
▲ 추모비 섯알오름 희생자 추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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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내려 놓고 추모비 앞에 묵념

안내표지판 글귀를 읽어 내려가자 당시 상황이 눈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산책로를 걸어 내려가는 발걸음은 참으로 무거웠다. 깊게 패인 '호'에 물이 고여 있었다. 그리고 여느 오름 등성이처럼 잡초와 돌무더기가 산재해 있었다.

학살터를 가운데 두고 이어진 산책로가 무심하게 느껴졌다. 배낭을 내려놓고 '섯알오름 희생자 추모비' 앞에 섰다. 묵념이라도 올려 고개를 숙여야 만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앞서간 올레꾼이 올려놓은 감국 꽃다발이 추모비 단상에 애처롭게 놓여 있었다. 감국 꽃다발 속에 어찌 애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묵념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왼쪽 국기 게양대 끝에서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였다.

학살터 주변 산책로는 올레11코스이다
▲ 섯알오름 산책로 학살터 주변 산책로는 올레11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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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만큼 무거운 발걸음

해송 숲 사이 열린 제주올레 11코스, 그 길을 걷는데, 목구멍에서는 알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왔다. 그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웠다. 

추모비 앞에서 주차장 올레까지는 500m나 될까. 길을 걷다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고,  섯알오름 해송 숲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무거운 발걸음은 이어졌다.

섯알 오름, 그곳은 제주올레 11코스가 통과하는 곳이다. 그 섯알오름 올레는 제주사람들의 아픔과 비극이 서린 길이다.

섯알오름
섯알오름
▲ 섯알오름 섯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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섯알오름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618번지에 있다. 표고 40.7m, 비고 21m의 말굽형 화구를 가진 알오름이다. 송악산 응회환 외륜 북쪽에 작고 나지막한 3개의 말굽형 화구가 나란히 줄지어 분포되어 있다.

이 화구들은 송악산 외륜을 둘러싸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은 이 작고 아담한 동산들을 알오름이라고 부른다. 또한 산이수동 마을 가까이에 있는 것이 위치상 동쪽이라 하여 동알오름이라 하며, 비행장 근처 동네인 '알드르'에 붙어 있는 오름을 섯알오름이라 부른다. 동알오름과 섯알오름 사이에는 말굽형 알오름이 분포하고 있고, 알오름 남동쪽 산등성이로 이어져 송악산 입구와 산이수동 포구 입구로 내리지른다. 또한 침식된 형태의 화산체일 가능성이 있다.

섯알오름은 대부분 풀밭오름이며, 일부 해송조림지와 함께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섯알오름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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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1월 28일, 제주올레 11코스 거꾸로 걷기 공식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제주올레 11코 거꾸로 걷기는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걸-인향동 마을입구-곶자왈 숲길 입구- 곶자왈 입구-신평마을 입구-정난주마리아 묘- 모슬봉 입구-이교동 상모1리 마을 입구- 백조일손묘 갈림길-섯알오름-하모리체육공원 21.5km로 6-7시간 소요됩니다.



태그:#섯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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