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가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전위미학자, 2010 코리아 퍼포먼스를 기획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가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전위미학자, 2010 코리아 퍼포먼스를 기획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퇴행을 보이는 건 기본적으로 MB의 문제다. 그의 비전(전망) 자체가 산업화 초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경제를 안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큰 문제다. 그는 경제를 아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공사를 한 사람일 뿐."

진보논객 진중권(46) 전 중앙대 겸임교수가 이명박 정부를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 <오마이뉴스>와 출판그룹 휴머니스트가 마련한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강좌의 네 번째 강사로 나선 진씨는 한국 사회가 50년 전의 산업화 초기 상황으로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린 특강에서 그는 특유의 독설과 화법으로 80여 명의 청중을 사로잡았다.

"MB 이분은 머릿속에 든 게 삽 한 자루다.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이 좋은 예다. (정보화 시대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산업화 초기로 돌아가겠단다. MB 말 잘 들어보면 컴퓨터 앞에서 기획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건 그가 보기엔 노는 거다. 그저 삽 들고 4대강 가서 땀 뻘뻘 흘려야 '아, 일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거다."

뒷걸음질 치는 2009년 대한민국의 위기를 진씨는 이 대통령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눈에 보이는 건설공사식 성과주의'에서 찾았다. 한때 두바이를 벤치마킹하자고 '두바이의 상상력'을 강조했던 대통령의 한계에 대해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사막에 운하를 파고, 거기에 배를 띄워 관광산업을 일으키고, 그 주변에 고층빌딩을 지어 금융 선진화하고... 두바이를 보면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멋있다. 문제는 그 두바이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해 버렸다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의 성과물은 눈에 보였지만 지식과 정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MB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이해하는 두 코드, CEO 마인드와 선민의식

진씨는 '미래에 대한 전망'(prospect) 대신 '과거 회고'(retrospect)가 모든 분야에서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MB를 욕만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이해하는 코드로 'CEO 마인드'와 '선민의식'을 꼽았다.

"기업운영과 국가운영은 다른데 MB는 이것을 이해 못한다. 내가 CEO인데 왜 국민이란 이름의 사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느냐는 것이다. 말이 대화지 이 사람이 말하는 건 계몽과 홍보와 세뇌다. 문제는 그것이 박정희 시대 때는 통했는데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는 거다. 두 번째 문제는 자신을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마치 모세가 유대민족을 이끌고 광야로 나왔을 때도 불평과 불만이 있었다는 식으로, 그 정도로 자기 확신이 종교적 확신에 가깝다. 이 두 개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막가는 거다."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진씨는 변화한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과거로 회귀하려는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독선이 정치와 경제, 문화의 전 영역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 근대화 당시에는 권력자가 자기 형상대로 인간을 뜯어고쳤다면, 정보화 시대에는 권력자가 국민에게 맞춰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확대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라. 행정부밖에 없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당혹스러워할 정도다. 4대강 사업도 청와대에서 툭 던져버리면 한나라당이 수습하러 다닌다. 세종시 문제도 컨셉이 7번이나 바뀌었다. 기업도시라고 했다가, 과학도시라고 했다가 이건 거의 쇼팽의 즉흥환상곡 수준이다. 오늘 오전에도 2개 부처가 내려간다고 했다가 오후에는 그것도 아니라고 하더라. 즉흥적으로 내뱉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여당의 역할도 없어져 버리고 사법부도 그렇고, 딱 박정희 시대가 지금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지금 문화부 역할이란 게 옛날 문공부 역할이다. 문화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정부 홍보가 떠오른다. 이번에도 세종시 홍보를 위해 연예인을 동원하겠다고 한다. 김연아, 장미란, 박지성이 나와 세종시를 홍보할 판이다. 이게 언제 적 얘긴가? 3공 때, 5공 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세종시가 좋다고 하면 그건 괜찮은데, 동원하겠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보니 김흥국씨도 '유인촌씨도 장관하는데 나라고 못할 것 없다'고 한다. 유 장관처럼 완장 차고 다니며 죽창질 하는 것보다 김씨처럼 사람들 몰고 다니면서 공 차는 게 훨씬 더 건전하다."

"세계를 해석하는 데서 벗어나서 세계를 제작해야"

그렇다면 과거의 망령으로 끌려가는 한국 사회를 미래로 추동해낼 힘은 없는 것일까? 진 씨는 작년 촛불 집회가 우리 사회의 잠재력과 시민들의 정치적 상상력을 잘 보여준 사건이라고 회고했다.

"이전의 집회는 뻔했다. 미리 예정된 연사들이 발언을 하고, 도로에서 몸싸움하다가 시간되면 돌아가고. 하지만 촛불 집회에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나왔다. 하이힐을 신고 가슴 파인 티셔츠를 입고 나온 아가씨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니들, 여중생까지 나와 'MB 아웃'을 외쳤지 않나. 전혀 정치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촛불 집회는 반대를 위한 집회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집회였다."

진씨는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삶의 질 관점에서 대안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패러다임이 변했다. 이제는 세계를 해석하는 데서 벗어나서 세계를 제작해야 한다. 과거에는 인간을 '서브젝트'(주체)라고 했지만, 다가올 미래에서 인간은 '프로젝트'(기획)이다. 바람직한 미래형 인간은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MB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나? 그는 프로젝트를 던졌다. 결국 뒤로 던진 셈이지만, 앞으로 던지든 뒤로 던지든 뭔가를 던진 사람은 MB밖에는 없었다. 대중은 믿어서 찍는 게 아니라 믿고 싶어서 찍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상상력을 제한하지만, MB와 싸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것을 깨야 한다."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참석자들이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의 '전위미학자, 2010 코리아 퍼포먼스를 기획하다'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참석자들이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의 '전위미학자, 2010 코리아 퍼포먼스를 기획하다'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태그:#진중권, #4대강, #MB, #세종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