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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장애인의 날인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기초생활보장예산과 장애인복지예산 확대 등을 요구하며 국회 인간띠 잇기를 시도하다가 경찰들에게 저지되고 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인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기초생활보장예산과 장애인복지예산 확대 등을 요구하며 국회 인간띠 잇기를 시도하다가 경찰들에게 저지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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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오후 1시]

"사회적 약자 눈물이 4대강물 보다 깊어질 것"
경찰 '인간 띠 잇기'로 장애인 이동 원천봉쇄, 기습시위는 아직 진행 중

"기습적으로 할 겁니다."

3일 오전 9시경 휠체어를 끌고 건물 밖으로 나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에게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장애인단체 회원 50여명은 전날(2일) 밤 장애인 단체가 상주해 있는 국회 앞 이롬센터 지하에서 잠을 잤다. 이날 오전 일찍 국회로 가서 장애·복지예산 확충을 위한 '인간 띠잇기' 등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미 국회 주변은 수백 명의 경찰이 곳곳에 배치된 상태였다. 박경석 대표가 2~3명의 활동가를 이끌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곧바로 사복경찰이 따라 붙기도 했다. 경찰도 경찰이지만,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이들에게 '기습 시위'는 애초부터 무모한 도전이다. 대부분 전동휠체어이기는 하지만 최고속도가 12km/hr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습 시위'를 하겠단다. 사실 달리 방법도 없다. "기습 시위가 가능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언어 장애를 가진 한 장애인은 띄엄띄엄, 그러나 분노에 찬 목소리로 "그럼, 이렇게 앉아서 죽으라는 말이냐"고 호통을 쳤다. 절박한 심정이 이들을 불가능에 도전하게 만든 것이다.

경찰들도 궁금했나보다. 박경석 대표에게 다가온 한 사복경찰도 "정말 인간 띠잇기를 할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인권단체 활동가가 "우리 숫자가 적으니, 경찰들 하고 같이 하면 되겠다"며 재치 있게 받아쳤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되고 말았다.

휠체어 타고 '기습 시위'?... '인간 띠 잇기' 원천봉쇄한 경찰

오전 9시 30분경, 장애인들이 한 명 두 명 건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갑자기 경찰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어 경찰들은 순식간에 장애인들이 집결해 있던 이롬센터를 양 방향으로 에워쌌다. 정말 경찰들이 '인간 띠잇기'를 한 것이다. 물론 국회가 아니라 장애인들을 가운데 두고 말이다.

경찰은 개인적인 볼일을 보겠다며 인도를 이용해 이동하는 장애인들도 막아섰다. 심지어 집에 가려고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간 장애인조차 다시 데리고 나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인간 띠' 안으로 집어넣었다. 장애인들은 "왜 인도를 막느냐"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불법 시위를 하기 때문"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직 시위는 시작도 안됐는데, 이미 이 장애인들은 '범법자'가 된 셈이다.

분노한 장애인들은 힘껏 휠체어를 전진시켜보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찰을 밀치려고 팔을 뻗었지만 허공을 허우적거릴 뿐이다. 뭔가 항의를 해보고 싶었지만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 여성 장애인은 분을 참지 못해 울부짖었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휠체어에서 떨어지는 장애인들도 있었고, 어떻게든 경찰을 뚫고 국회로 가기 위해 일부러 휠체어를 버리고 빗물에 젖은 바닥을 기어가는 장애인도 있었다.  물론 달려오는 전동휠체어가 경찰 방패에 부딪힐 때, 뒤에 선 경찰들이 부상을 입는 등 위험한 순간도 벌어졌다.     

이도 저도 안 되자, 장애인들은 당초 국회에 붙이려고 준비했던 '국회 재개발 계고장' 스티커를 경찰들의 방패에, 옷에, 얼굴에 붙이기 시작했다. 기습시위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채 경찰들의 원천봉쇄를 뚫지 못하고 30여 분간 항의하던 장애인들은 다시 이롬센터 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인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기초생활보장예산과 장애인복지예산 확대 등을 요구하며 국회 인간띠 잇기를 시도하다가 경찰들에게 저지되고 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인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기초생활보장예산과 장애인복지예산 확대 등을 요구하며 국회 인간띠 잇기를 시도하다가 경찰들에게 저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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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생존권, 4대강 삽질에 파묻히고..."

이롬센터 로비에서는 즉석 집회가 열렸다. 인천지역에서 온 한 장애인이 마이크를 잡고 한참 발언을 했지만 언어 장애로 인해 "아침부터……. 동지들……" 정도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가 구호를 외쳤지만 이 역시 해석이 안됐다. 결국 '통역'을 통해 확인한 그의 구호는 "이명박 대통령은 장애인 예산 즉각 보장하라"였다.

전북에서 온 이창준씨는 "경찰들하고 몸싸움이 있었는데, 어떤 경찰이 저를 너무 사랑하는지, 저를 끌어안고 놓아주지를 않더라"며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좀 당황스러웠다"고 우스갯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이어 "오늘은 세계 장애인의 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복지 예산을 다 삭감시킨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장애인의 인권과 생존권은 4대강 삽질에 파묻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록 제대로 뻗어지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팔이지만, 그는 힘차게 팔을 치켜 올리며 "이명박은 즉각 사회복지 예산을 확충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박경석 대표는 "우리가 '인간 띠잇기'를 하려고 했는데 경찰들이 인간 띠잇기를 해서 막아버리는 바람에 국회에 재개발 계고장을 붙이지 못했다"며 "국민을 위한 경찰인지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 위한 경찰인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건설업자를 위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국회를 재개발해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집회 직전 기자와 만나, 국회 예산 처리 전망에 대해 "4대강 예산을 축소하거나 없애지 않으면 복지예산을 늘리기 힘들 것 같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눈물이 4대강 강물보다 깊어질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정리 집회가 끝난 뒤, 장애인들은 삼삼오오 흩어져서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종로구 보신각으로 향했다. 그들의 손에는 국회에 붙이지 못한 재개발 계고장 스티커가 쥐어져 있었다. 지하철 승강장,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에 붙이기 위한 것이다. 그들의 '기습 시위'는 아직 진행 중인 셈이다.

[2신 : 3일 오전 10시]

"가진 자들만을 위한 국회, 갈아엎겠다"
장애인들, 경찰과 격한 몸싸움... 경찰 방패에 '국회 재개발 스티커'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애인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전경들의 방패에는 '국회 재개발 계고장' 스티커가 나붙기 시작했다. B4용지 크기의 스티커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국회에 알린다. 우리는 국민을 위해 만들어놓은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않고 가진 자들만을 배불리려 하고 빈곤층에게는 그나마 (있던) 복지 예산을 삭감하거나 없애는 등 민생을 돌보지 않는 것에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국회 재개발 조합을 구성하였다. 만약 아래와 같은 우리의 요구가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에는 국회 재개발 조합원을 총동원하여 국회를 갈아엎을 것이다."

세계 장애인의 날인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기초생활보장예산과 장애인복지예산 확대 등을 요구하며 국회 인간띠 잇기를 시도하다가 경찰들에게 저지되고 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인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기초생활보장예산과 장애인복지예산 확대 등을 요구하며 국회 인간띠 잇기를 시도하다가 경찰들에게 저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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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장애인 예산 확대를 위한 국회 앞 1인시위를 하기 위해 국회로 향하는 장애인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있다.
 3일, 장애인 예산 확대를 위한 국회 앞 1인시위를 하기 위해 국회로 향하는 장애인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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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길이막혀 항의하는 장애인의 모습.
 경찰에 길이막혀 항의하는 장애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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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고장 스티커의 하단에는 '장애인 복지 예산 확대', '4대강 예산 폐지하라'는 구호가 적혀있다.

장애복지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은 국회 의사당 4번 출구 앞에서 경찰에 원천봉쇄된 상태다. 당초 장애인들은 오전 10시에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불법시위'라면서 이를 막아섰다.

이에 앞서 일부 장애인들은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인도를 통해 여의도 공원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이것조차 막아섰다.

장애인들은 "왜 인도를 막느냐"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불법시위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말만 되뇌고 있다. 장애인들은 "인도를 통해 가는 것이 불법이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전동휠체어로 경찰을 밀었다. 곧이어 경찰 인력이 보강되면서 장애인들과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일부 장애인은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장애인들을 태운 전동휠체어는 경찰 방패에 가로막혀 헛바퀴만 돌고 있고, 장애인들은 불편한 팔을 뻗어 방패를 밀어보려고 했지만, 그냥 허우적거리고 있다. 언어장애가 있는 한 여성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말을 외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일부 장애인들은 국회 쪽으로 진출을 시도했지만 역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그 장애인들은 '4대강 삽질예산!! 장애인 민생예산으로!!'라고 적힌 피켓을 전동휠체어에 싣고 있다.

[1신 : 2일 밤 9시 52분]

"4대강 삽질에 장애인 눈물·피 흐른다"

"4대강 삽질 중단하고 장애인 예산 확보하라!"

2일 오후 국회 앞 한나라당사를 50여 대의 휠체어가 에둘러 쌌다. 휠체어에 의지한 그들은 부자연스러운 몸짓과 입을 통해 처절한 외침을 흘리고 있었다. 추위도, 방패를 든 수백 명의 전투경찰도 그들의 구호와 행진을 가로막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선전하던 장애연금제도는 기존 장애수당제도를 이름만 바꾸는 어이없는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중증장애인의 생존과 자립생활에 직결된 활동보조 예산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신규신청이 금지됐다. 또한 정부가 밝힌 저상버스 도입 내년 예산은 법정기준과 정부 스스로 세운 5개년 계획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을 둘러싼 장애인들은 이 모든 것이 "4대강 삽질 사업에 들이붓는 천문학적인 예산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19개 전국조직과 산하 지역조직들로 구성된 '2010년 장애인 예산 확보 공동행동' 등 전국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장애인 민생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이유다. 전국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이날 각 지역에서 전국 동시다발 한나라당사 앞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삽질 예산 폐기하고 장애인 생존권 예산 보장하라"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최소한의 국민적 동의도 얻지 못한 4대강 삽질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며 "삽질 예산 이외의 모든 부문의 예산들이 반 토막이 나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마저도 잔인하게 난도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장애연금제도를 도입해 정부가 책임지고 장애인을 보살피겠노라고 공언했지만,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장애연금제도는 기존의 장애수당을 이름만 맞바꿔치기 하는 사기극임이 판명 났다"며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분노하고, 전 장애계가 반대하는 제도를 정부와 한나라당은 왜 도입하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2일 장애인 단체 회원들 수십명이 국회 앞 한나라당사 주변을 행진하며 장애인 예산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2일 장애인 단체 회원들 수십명이 국회 앞 한나라당사 주변을 행진하며 장애인 예산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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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또 지난 2007년 도입된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제도와 관련 "지난 10월 말 복지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활동보조 신규신청을 금지하는 어이없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한 뒤, "한나라당은 4대강 삽질에 예산을 몰아주기 위해 저상버스 예산마저 대폭 삭감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우리는 더 이상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기만적 예산놀음을 지켜볼 여유가 없다"며 "장애인의 눈물을 묻고 장애인의 피를 흐르게 하는 한나라당의 4대강 삽질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당장 4대강 삽질을 중단하고 장애인 민생 예산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예산 절감을 위한 도구가 돼 버린 장애인연금

지난 7월 말 보건복지가족부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0년도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영계획(안)'에 따르면, 복지부는 기초장애인연금으로 3239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장애인계가 요구하고 있는 예산안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이를 다시 반 토막 내서 내년도 예산안을 최종 편성했다. 문제는 정부의 장애연금 예산은 사실상 다른 장애 관련 예산과 복지예산을 줄여 마련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정부가 수백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7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연금제도의 도입을 위해 약 1519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그동안 중증장애인에게 지원되던 장애인 차량 LPG 지원금이 내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이로 인해 LPG 지원금 예산 1031억 원이 삭감된다. 그동안 중증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했던 비용을 장애인 본인이 모두 부담하게 된 것이다.

또한 장애연금제도의 시행으로 중증장애인의 장애수당이 내년 7월부터 폐지된다. 이에 따라 중증장애인 장애수당 예산 1078억 원도 절감된 것이다. 이대로 예산이 확정될 경우 정부는 새로운 기초장애연금제 도입으로 590억의 예산 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

특히 중증장애인들의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장애인연금제도 시행으로 지자체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지자체가 별도로 마련해 지급하고 있는 장애수당을 없앨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울산시의 경우 중증장애인은 월 18만 원(장애수당 13만 원+지자체 별도 장애수당 5만 원)의 장애수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연금제도가 시행되면 울산시의 기초생활수급 중증장애인은 월 15만 1000원(기본급여 9만 1000원+부가급여 6만 원)을 수령하게 돼, 오히려 3만여 원의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마땅히 있어야 할 제도 없어 비참한 삶 강요당했는데..."

2일 국회 앞에서 열린 복지예산 확충 결의대회에 참석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복지예산이 4대강에 빠져죽고, 부자감세에 떠밀렸다"고 안타까워했다.
 2일 국회 앞에서 열린 복지예산 확충 결의대회에 참석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복지예산이 4대강에 빠져죽고, 부자감세에 떠밀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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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활동보조서비스'다. 박경석(50)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마땅히 있었어야 할 제도가 없음으로 인해 그동안 중증장애인들은 학교를 못 가고, 외출을 못 하고, 가족의 짐이 되고, 시설에 보내지고,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던 비참한 삶을 강요당해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자는 이미 정부의 예정인원 2만5000명을 훌쩍 뛰어넘어 지난 9월 2만7000명에 달했다. 매월 1000여 명의 추가 신청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자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난 10월 말 활동보조서비스 신규신청을 금지시켰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심의안은 2010년의 활동보조 대상인원을 3만 명으로 책정했다. 이는 서비스 신청인원 자연증가분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또한 서비스 제공시간을 동결(평균 72시간)하고, 단가도 삭감(7500원→7300원)시켰다. 결국 현재 월 2만(차상위)~4만 원(차상위 이상)인 장애인들의 자부담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장애인단체측은 2010년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을 최소한 3만5000명을 기준으로 할 것과 서비스 제공 시간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처럼 신규신청을 금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호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을 위한 초기정착금 지원 제도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출했던 예산 5억 원(500만 원×100명)을 기획재정부는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힌 것. 박경석 상임대표는 "이 예산을 없애는 것은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을 향한 의지를 꺾는 야만적인 처사이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세운 계획조차 후퇴될 위기에 처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및 시행령과 지난 2007년 4월 수립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따르면, 2011년까지 전체버스의 31.5%를 저상버스로 도입해야 한다.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3713대의 저상버스 도입이 계획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고와 지자체의 예산은 50:50의 매칭펀드로 투입되기 때문에(서울시는 국비 40% 지원) 중앙정부 지원예산은 2010년과 2011에 각각 1700여억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배정한 저상버스 내년 예산은 20% 수준인 325억만에 그쳤다. 이는 국토해양부가 각 지자체별로 파악한 저상버스 도입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예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지자체에서는 어느 정도 예산을 마련했지만, 중앙정부의 매칭펀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저상버스 도입 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 셈이다.

장애인단체 측은 "국회에서의 심의 과정에서 법정기준을 준수할 수 있는 예산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며, 차선책으로 최소한 지자체의 도입 수요에 해당하는 예산 720억 원은 확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전국빈민연합 등 소속 회원들이 2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복지예산 확충을 위한 '국회 재개발 선포 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전국빈민연합 등 소속 회원들이 2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복지예산 확충을 위한 '국회 재개발 선포 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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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사회연대 등 "재개발 되어야 할 곳은 바로 국회"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전국빈민연합 등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2010 복지예산 확충을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 기초생활보장 예산 확대 ▲ 장애인 복지예산 확대 ▲ 의료급여 예산 삭감 철회 및 빈곤층 건강권 보장 ▲ 살인개발 중단 및 용산참사 해결 ▲ 생계형 가계부채 탕감 ▲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 반대 ▲ 도시빈민 생존권 보장 ▲ 4대강 사업 폐기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복지예산 확충을 위한 '국회 재개발 선포 문화제'를 개최하고 3일 오전까지 1박2일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전국이 온통 개발천국인데 정작 재개발되어야 하는 곳은 국회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인간 띠잇기' 등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북장애인재립생활센터에서 온 김정(31)씨는 "매년 늘어나도 부족한 복지예산이 자연 증가분조차 담보하지 못한 채 오히려 줄어들고, 부자들의 세금은 줄여 배를 불리게 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가 벌여놓은 사업이 너무 많으니까 복지예산을 줄이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행사에 참석한 또 다른 장애인은 "세계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한국 장애인은 생존권을 걱정해야 한다는 게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태그:#장애인의 날, #복지예산 삭감, #4대강 삽질, #저상버스, #장애인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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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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