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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100일을 맞아 지난 25일 오전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추모기도회에 김영삼 전 대통령(YS) 아들이자 한나라당 소속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인 김현철씨가 참석한 사진을 보았다.  

 

흐뭇하고 정겹게 보였어야 함에도 '영결식도 아닌 추모기도회에 왜 참석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 회원들도 하나같이 부정적인 댓글을 다는 것을 보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거의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DJ의 100일 추모기도회는 어디까지나 가족이 중심이 되어 고인을 측근에서 모셨던 사람들이 애도하는, 엄숙하고 경건한 행사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 김현철씨가 웃는 얼굴로 이 사람 저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다녀서 황당했다. 

 

김현철씨의 추모기도회 참석은 목적이 DJ 추모가 아니라 이튿날 저녁 아버지(YS)가 주최하는 동교동계-상도동계 만찬에 앞선 전주곡으로 얼굴을 익히기 위함이었을 거라고 생각되었는데, 오버라면 어쩔 수 없다.  

 

어제(26일)는 이희호 여사가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러 가는 길에, 익산에 사는 지인과 군산의 모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후광 김대중 마을) 운영자 자격으로 잠깐 뵙고 인사들 드렸다.

 

도착 시각보다 30분쯤 일찍 나가 식당 주차장에서 기다리는데 이희호 여사 일행이 도착했다. 그런데 승용차에서 내리는 이 여사를 보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 4월 하의도 방문 때는 부부동반이었는데 몇 달 사이 혼자가 된 것을 보니까 마음이 아팠다.   

 

이 여사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을 억울하게 잃고도 누구를 향해 저주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가고 있는데, 추모기도회에 김현철씨가 참석한 것과 26일 저녁에 있을 동교동계-상도동계 만남을 기뻐하고 흐뭇해하는지 궁금했다.

 

김대중 앞세운 정치세력 구축은 반대

 

이 여사가 지인과 식당 안으로 들어가고서도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다 문득 떠오르는 문구가 있었다. 고인이 된 DJ가 대통령 재임 시절(2002년 가을) 그동안 보좌해왔던 동교동계를 향해 "내 임기와 함께 동교동계도 해체해야 한다!"고 했던 당부이다.  

 

동교동 해체 발언은 각자 나름의 길을 개척하라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필자는 동교동계로 불리는 한 개인의 국회의원이나 도시자 선거 출마에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개인 의사가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중 얼굴을 앞세우고 집단으로 정치세력을 구축하려 하는 것은 절대 반대이다.

 

더구나 언론을 장악하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YS와의 화합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10년이 넘도록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고, 최근에는 혼수상태인 DJ 병실에 잠깐 다녀와 화해했다고 말하고는, 침도 마르기 전에 독재자라고 하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과는 화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도 한때는 YS를 존경했던 사람이다. 또 DJ가 서거하기 전까지 인내심을 갖고 그가 DJ 곁으로 다가와 진정으로 화해하기를 기다리며 누가 비판해도 옹호했다. 그런데 DJ 국상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언행을 접하면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가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포기했다. 

 

DJ는 병석에서도 민주개혁진영의 '단결'과 '연합'을 유언처럼 강조했다. 이른바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3대 위기(민주주의 위기, 서민경제 위기, 남북관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개혁진영의 단결과 연합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것을 동교동계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상도동계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함께했던 동지들 아니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일 뿐이다. 그들의 몸에는 이미 한나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취임사 내용까지 수정하면서 DJ를 독재자라고 했던 YS를 보면 답이 나온다.

 

동지를 '왕따' 시키는 화합 있을 수 없어

 

 

외환위기를 불러오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YS는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잊을만하면 수구꼴통 소리를 듣는 조갑제씨도 사용하지 않는 독설을 쏟아내 왔다. 저주에 가까운 YS의 독설은 듣는 DJ에 앞서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YS는 1년 전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난국 극복을 위해 DJ와 힘을 모을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 "김대중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제일 좋은 방법은 이북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북이 노다지 나오는 곳이고, 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북에 가서 살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라고 막말을 해댔다.

 

이어 "장점이 하나 있긴 하다. 김대중 거짓말 잘하는 게 장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DJ 무덤의 흙이 마르기도 전에 '거짓말 잘하는 게 장점'이라며 저주에 가까운 독설을 퍼부어댄 사람의 초청을 받고 우르르 몰려가 화해의 술잔을 들다니 탄식이 절로 나온다.

 

YS는 만찬에서 "크나큰 정치가이자 정치사의 거목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는데 그의 본심을 종잡을 수 없다. 그동안 해온 그의 발언으로 볼 때 독재자의 서거를 가슴 아파하는지, 친북 좌파 수장의 서거를 가슴 아파하는지, 민주화 운동 동지의 서거를 가슴 아파하는지 헷갈려서다.

 

더구나 대북송금 특검으로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고도 노무현 정부에 협력하면서 DJ 정신을 계승해오는 박지원 의원을 '왕따' 시키면서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DJ를 지지하고 동교동계를 지지하고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 마음은 털끝만큼도 고려하지 않은 배신행위나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DJ지지자와 이희호 여사도 흐뭇했을까?

 

지난 25일 현충원에서 열린 추모기도회는 찬송가 제창과 성경구절 낭독 등 약 20분간 진행됐는데 이희호 여사는 기도회 내내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고, 행사가 끝나고 나서는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대통령 부인을 지낸 이희호 여사도 지금은 평범한 주부이며 사랑하고 존경했던 성실한 남편을 잃은 슬픈 미망인에 불과하다. 그러니 남편 추모기도회에 참석해준 손님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김현철씨의 추모기도회 참석 기사를 본 '후광김대중 마을' 카페 회원(한드래)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면서 "저도 참석했었는데 김현철씨가 아무에게나 손을 내밀면서 '아이고! 오랜만입니다!'라고 하면서 인사하고 다녀 속상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회원들은 26일 저녁 동교동계-상도동계 만찬에 박지원 의원을 '왕따'시킨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김홍업 전 의원은 "하늘에 계시는 아버님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는데, DJ 지지자는 물론, 이희호 여사도 흐뭇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레이크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대중, #김영삼,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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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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