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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친일 진상규명위가 발간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보고서>
 친일 진상규명위가 발간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보고서>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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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이걸 기자의 근성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사주 가문을 향한 충성이라고 봐야 할까?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친일진상규명위)가 27일 오후 주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선><동아>의 기자를 보면서 두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친일진상규명위는 4년 6개월 동안 활동을 마무리하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과 김성수 <동아일보> 창업주 등 1005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과 활동 내역이 수록됐다.

방응모·김성수 등은 민간연구기관인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어 국가 기관인 친일 진상규명위의 보고서에도 이름이 올랐으니 '친일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셈이다.

사실 이쯤 되면, 사회와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이라면 대국민 사과 정도는 해야 한다. 사과가 좀 과(?)하다면 적어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날 기자간담회를 참석한 뒤 <조선>과 <동아>에게 그런 교양이나 품위를 기대하는 건 여전히 요원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완용과 서정주가 왜 같은 책에 수록됐나"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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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의 황당질문 "이완용과 서정주가 왜 같은 책에 수록됐나"

기자간담회 현장에는 성대경 친일진상규명위원장과 노경채 상임위원 등이 직접 참석해 그동안의 활동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에 관해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몇 번의 질의응답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동아> 기자가 물었다.

"이완용과 서정주가 친일파라고 해서 같은 보고서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걸 자라나는 우리의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합니까?"

아마도 친일의 경중이 다른데 어떻게 같은 책에 수록했냐는 뜻의 물음인 듯했다. 이에 성균관대 대학원장을 지낸 노(老) 역사학자인 성대경 위원장은 다소 '발끈'하며 답답하다는 듯 답했다.

"이완용과 서정주를 같은 경우로 이해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친일의 분야와 성질이 다릅니다. 그걸 (학생들이) 동질의 친일 반민족 행위로 볼까봐 걱정되나 본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이완용과 서정주는 각각 정치계와 문학계라는 다른 분야에서 명백한 친일반민족행위를 했고, 이를 경중의 문제로 따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조선> 기자도 물었다.

"민간단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국가 기관의 '친일파' 평가에 대해서 후손들은 불명예를 안고 살아야 합니다. 또 공정하게 평가했다고 하더라도 여운형 등 좌익 사회주의 계열의 인사들 명단은 잘 안 보입니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성 위원장은 "여운형의 친일 자료는 단 1건이 있었지만 1943년부터 1945년까지 독립동맹을 만들어 활동을 했고 이를 11명의 위원들이 논의해 (보고서에 명단을 넣지 않는) 결론을 내렸다"며 '좌익편향'에 대한 지적을 반박했다.

이어 성 위원장은 "우리는 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20개 친일 조항에 맞춰 평가를 했고, 11명의 위원 중 과반 이상이 동의를 해야 보고서에 (친일파로)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전력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일까? 사실 그동안 <조선><동아>는 민간이든 국가든 그 어떤 형태의 친일인사 정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동아>는 지난 2005년 11월 12일자 신문 사설을 통해 "좌파적 역사 만들기에 혈세를 쏟아 붓는다"며 친일 진상규명위 활동 등을 비판했다.

 "좌익 사회주의 계열의 인사들 명단은 안 보인다"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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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그랜드슬램' 달성한 <조선><동아>

 일제 시절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의 행적을 담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가 열린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소에서 시민들이 '친일인명사전'을 살펴보고 있다.
 일제 시절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의 행적을 담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가 열린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소에서 시민들이 '친일인명사전'을 살펴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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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두 신문은 민간연구기관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했을 때도 "좌파사관"(동아)의 결과라고 폄훼하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다시 갉아먹은" 행위로 색깔론을 덧씌웠다.

그리고 이젠 국가 연구기관에 대해서도 탐탁치 못한 시선을 보내는 듯하다. 그렇다면 <조선><동아>의 기자들이 의혹을 품을 만큼 친일진상규명위는 좌파 편향적이고,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연구를 했을까?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친일진상규명위는 그런 평가에 억울할 것이다. 사실 친일진상규명위가 공개한 친일반민족행위자는 1005명에 불과하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친일파 명단 4389명에 비하면 무척 관대하게 역사를 평가한 셈이다.

게다가 친일진상규명위는 국회가 통과시킨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활동을 했다. 11명 위원 역시 국회(4명)와 대법원장(3명) 지명 등 대통령이 임명했다. 여기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를 지낸 제성호 중앙대 교수, 역시 뉴라이트에서 활동해온 이명희 공주대학교 교수도 포함 돼 있다. 제적 위원 11명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봐도 '좌파' 딱지를 붙일 만한 인사는 찾기 어렵다.

또 친일진상규명위는 11명의 제적 위원 중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평가했다고 한다. 뉴라이트 인사가 포함돼 있는 이런 위원회에서도 친일파 딱지를 떼어내지 못한 방응모, 김성수를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사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고작' 4년 점령당하고서도 과거사 청산을 단호하게 했다. 언론인에 대해서는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더욱 엄하게 평가했다. 프랑스는 독일 점령 4년 동안 15일 이상 발행한 신문은 모두 발행을 금지했다. 나치에 협력하지 않고는 그렇게 긴(?) 기간 동안 신문 발행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최근 주간지 <시시IN>이 보도한 내용의 한 대목을 보자.

반성않는 <조선><동아>를 어찌해야 하나

"일간지 <로토> 사장 알베르 르죈은 적과 내통한 죄로 사형당했다. 일간지 <오주르디> 편집인 쉬아레즈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에 대해 "우리의 땅을 수호하고 있는 것은 독일인이다"라고 쓰고 히틀러의 관대함을 찬양한 기사를 쓴 혐의로 사형당했다. 일간지 <르 마탱>의 스테판 로잔 논설위원은 독일을 찬양한 사설을 쓴 혐의로 20년 독방구금과 재산몰수형을 당했다. 독일 점령 기간 선전 방송에 나섰던 아나운서도 대부분 10년 이상 징역형을 받았다."

우리는 일본 천황을 찬양해도 사형 당한 언론인 하나 없다. 이제야 '고작' 민간과 국가 차원에서 친일파 명단을 정리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조선><동아>는 부끄러워 할 줄 모르고, 친일인사 명단 정리를 공격한다.

<동아> 기자는 "이완용과 서정주가 친일파라고 해서 같은 보고서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걸 자라나는 우리의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합니까?"라고 따지듯 물었다. 기자의 질문은 자유다. 그래서 나는 <조선><동아>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친일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도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조선><동아>에 대해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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