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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엽 성남시장
 이대엽 성남시장
ⓒ 성남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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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층 아파트에서 2, 3층에 살면 매일 밟히고 사는 느낌이 듭니다. 그동안 낮은 곳에서만 있었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시야를 넓게 봐야겠다는 생각에 꼭대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문턱이 높고 찾아오기가 어렵다는 주장은 관점의 차이에 불과해요."

밟히고 사는 느낌이 싫어 결국 밟는 길을 선택한 것일까? 이대엽 성남시장이 직접 말한 '아방궁 시장실' 논란에 대한 당당한 견해다.

이 시장은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논란이 된 호화 신청사와 자신의 집무실 규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시장의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3222억짜리 성남시청, 호화청사가 아닙니다!"

이 시장은 총 사업비 약 3222억 원이 들어간 성남시청 신청사에 대해 "내가 가져갈 것도 아니고, 오직 시민들을 위해 만든 것"이라며 "구청사의 공간이 좁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부서들을 한 곳에 모아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신청사 건립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대엽 시장 "중간에 집무실이 있으면 밟히는 느낌이 들어서..."

총 사업이 약 3300억원이 들어간 성남시청 1층 모습.
 총 사업이 약 3300억원이 들어간 성남시청 1층 모습.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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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러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에게 '아방궁'이라 지적 받은 자신의 집무실에 대해서도 "규격에 맞게 지었고, 화장실도 못쓰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다"며 "얼마 전 국무총리실에서 나와 자로 재어 보고 다 둘러봤는데 '호화스럽지도 않고 규정에 맞게 지었다'며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성남시 중원구에 새로 문을 연 성남시청을 직접 찾았다. 먼저 시청 맨 위 9층에 자리잡은 시장 집무실부터 보자.

이대엽 시장의 집무실은 비서실, 고충처리민원실 등 총 3개의 사무실로 구성돼 있다. 9층 집무실은 문턱은 없을지라도 시민들이 찾기에는 너무 높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 시장의 집무실로 가려면 응접실과 비서실을 거쳐야 한다. 23일 오후에는 '아방궁 시장실' 논란 때문인지 10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비서실에서 부산하게 움직였다. 시장 집무실에 들어가기 직전 비서실 직원들은 검문 아닌 검문을 하며 단서를 달았다.

"가방에 카메라 있죠? 가방 내려놓고 오십시오. 사진 촬영은 안 됩니다. 눈으로만 보세요."

이 말을 하고 비서실 관계자는 시장 집무실의 문을 반쯤 열었다. 문 앞에서 보는 건 좋지만 역시 들어가는 건 금지였다. 시장 집무실에는 벽걸이 TV와 10명이 넘게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벽에는 각종 상들이 진열돼 있었다. 약 30초쯤 구경했을까? 비서실 직원은 서둘러 문을 닫으며 말했다.

"보셨죠? 이게 무슨 아방궁입니까? TV, 책상, 의자 모두 다 쓰던 거 가져왔습니다. 호화스럽네, 아방궁이네 하는 사람들은 말만 하기 좋아하는 일부 언론,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여기 와 보지도 않고 아방궁이라고 하니, 참 답답합니다."

하지만 비서실 관계자는 시장 집무실에 딸려 있는 휴게실, 화장실 등은 "남의 집 안방을 다 보여주는 건 예의가 아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성남시청에 따르면, 이대엽 시장의 집무실은 약 92㎡(약 28평)이이다. 하지만 침대 등이 갖춰진 휴게실 16㎡, 화장실 22㎡를 합치면 이 시장만을 위한 공간은 130㎡(약 39평)에 이른다.

여기에 비서실 81㎡과 접견실 48㎡ 등을 부속시설 면접 152㎡(약 46평)을 합치면 총 시장실 면적은 292㎡(약 80평)에 이른다. 이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집무실 234㎡(약 71평)보다 넓은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권고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장 집무실 적정 면적은 비서실, 접대실을 다 합쳐 132㎡(약 40평)이다. 성남시청은 아방궁이란 지적이 과하다며 울상이지만 정부의 권고안에 비해 약 두 배의 공간을 시장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총 사업비 약 3222억원이 들어가 논란이 되고 있는 성남시청 신청사 모습.
 총 사업비 약 3222억원이 들어가 논란이 되고 있는 성남시청 신청사 모습.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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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꼭대기에 80평의 집무실을 떠받치고 있는 시청을 살펴보자. 지상 9층 지하 2층으로 지어진 성남시청의 용지면적은 약 2만2500평에 이른다. 야외 공원이 넓게 조성돼 있고, 건축연면적인 약 2만2900평이다. 건물은 두 개 동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동편은 시청이고 다른 하나는 성남시의회가 주로 사용한다.

시청 1층에 들어서면 로비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1층에서는 현재 23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2009 성남디자인페스티벌' 작품들이 전시돼 있지만 시청 이용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넓다. 시청 안에는 은행과 작은 도서관이 있고, 체력단련실도 있다. 또 시의회와 시청을 연결하는 3층 통주변에는 작은 야외 공원도 조성돼 있다.

"아방궁 논란은 야당, 시민단체, 일부 언론 탓"

이런 신청사의 용지매입비와 건축비를 합쳐 약 3222억 원이 들었다. 이 돈이면 학생 약 600만 명이 1년 동안 무상급식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신청사와 비교할 때 성남시청의 '위용'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오는 2011년 2월 완공예정인 서울시 신청사의 건축연면적인 약 2만9300평이다. 규모는 성남시청보다 조금 크다. 하지만 총 사업비는 2288억 원으로 성남시보다 무려 1000억 원이 적다. 하지만 성남의 인구는 약 97만 명으로 서울 인구의 10분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성남시청의 상층부는 당당하다. 고위 공무원들은 이 시장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시민들이 결국 크게 지어서 좋다는 평가를 할 것"이라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 시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우리의 진심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23일 성남시청을 찾은 이정실(44. 가명)씨는 "수천 억 원의 돈이면 주민 복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많은 텐데, 공무원들이 너무 겉치레에 많은 돈을 투자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성남시청 자유게시판에는 "세금 아깝다" "자치단체장의 독선이 답답하다" "성남 시민으로서 창피하다"는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 4월 성남시청 신축 현장을 찾은 이대엽 성남시장.
 지난 4월 성남시청 신축 현장을 찾은 이대엽 성남시장.
ⓒ 성남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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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대엽, #성남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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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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