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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여섯 개의 도시락을 쌌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급식제도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 어머니의 도시락 통 하루 여섯 개의 도시락을 쌌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급식제도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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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옛날엔 도시락을 다 집에서 싸서 다녔잖아요. 하루에 최고 몇 개까지 싸 보셨어요?"

반찬통으로 쓰라며 어머니가 건네주신 철 도시락 통을 내려다보다 문득 궁금증이 인다. 남편을 포함하여 네 자녀를 키우셨으니 도시락도 좀 많았겠는가!

"한 여섯 개쯤? 고등학교 다니던 큰애들은 점심, 저녁 두 개씩 싸서 다니고, 작은 애들은 하나씩 싸고. 아이고, 말도 마라. 반찬 통, 밥통이랑 수저 챙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니까. 좋은 반찬은 싸 주지도 못했어. 어쩌다 달걀부침이라도 얹어주면 운 좋은 날이었지."

음식 솜씨도 별로인 나는 아침마다 도시락 싸는 수고를 덜어준 학교의 급식제도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요리 젬병인 나, 급식있어 행복해요

그동안은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터라 가정 통신문을 통해 알려주는 식단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런데 지령이 떨어졌다. "아이 급식비가 어느 정도 해요?"로 시작된 편집부의 기사 청탁. 발단은 '라면이 울고갈 급식비… 1인당 급식비가 1400원 정도'라는 기사였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 서른 여곳을 알아본 결과, 학교마다 한끼당 싸게는 1400원, 비싸게는 3500원 정도의 급식비가 든다는 것.

이야길 듣다 보니, 식욕 좋은 우리 아이는 물론이고 그 친구들마저 이구동성으로 급식으로 나오는 반찬이 맛있다 하니 뭘 먹는지, CMS 자동이체를 통해 지급하는 급식비의 끼니 당 단가가 어느 정도 되는지 등 급식에 관한 여러 가지가 궁금해졌다.

학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급식 게시판' 코너 안에 자세한 정보가 소개되어 있다. 월별 학교급식 안내문에는 급식비 내역과 그 달의 예정 식단이 소개되어 있고, 매주 올라오는 주간 급식 계획표에는 식재료의 원산지와 영양 성분이 꼼꼼히 표시되어 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한 끼 식대는 1870원으로 매월 18회에서 22회 정도의 식사를 하게 되므로 3만4000원에서 4만1000원 정도의 금액을 내게 된다. 개당 330원 하는 우유 급식까지 포함하면 4만원 이상의 금액이 들지만 쌀, 김치, 고기, 식육 가공품 모두 국내산만 쓰고 있고, 식단 또한 다양하고 영양학적으로도 잘 짜여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솔직히 감사한 금액이다. 게다가 양천구청의 지원을 받아 친환경 무농약 쌀로 밥을 짓는단다.

"엄마 반찬이 더 맛있니?" 묻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한 끼 식대는 1870원으로 매월 18회에서 22회 정도의 식사를 하게 되므로 3만4000원에서 4만1000원 정도의 금액을 내게 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급식 식판.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한 끼 식대는 1870원으로 매월 18회에서 22회 정도의 식사를 하게 되므로 3만4000원에서 4만1000원 정도의 금액을 내게 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급식 식판.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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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한 해에 두 번 급식에 관한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있는데 설문은 학생용과 학부모용으로 나뉘어 이루어지며 홈페이지를 통해 설문 결과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우선 학생과 급식 봉사에 참여한 학부모에게는 음식의 맛이나 온도, 양 그리고 청결도에 관하여 질문한다.

또 식재료 검수를 맡거나 조리과정을 참관하고 급식 업체 선정에 참여한 학부모를 대상으로는 재료의 신선도나 운반과정의 안전성, 조리실과 배식 차의 위생 상태, 업체 선정 과정이나 선정 업체에 관한 만족도를 묻는다. 이 조사를 토대로 나온 통계표의 결과 또한 만족스럽다.

신문 보도 등을 통해 급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신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어린이들이 급식 과정을 참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제안하는 걸 보니 영양사 선생님이 어지간히 정성스런 사람인가 보다.

이런 정성 탓인지 초등학생에 다니는 작은 아이는 급식이 너무 맛있어서 늘 두 그릇씩 먹는다고 한다. 

"오늘 급식 때 치킨 또띠아가 나왔는데 완전 맛있었어요!" 

신나서 얘기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만든 음식보다 급식이 맛있냐고 물어볼까 하다 말았다. 스스로 무덤 팔 이유야 없지 않겠는가. 대신 급식 때 먹는 반찬 중에 무슨 반찬을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된장국, 꽃게탕, 육개장, 양념 돼지 불고기, 그리고 김치도 시지 않아서 좋아요"라고 줄줄줄 반찬을 읊는다. 엄마표 반찬에 대해 묻지 않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맛도 질도 훌륭한 급식, 무상이면 안 되겠니?

한 끼 식대는 1870원. 이 정도 가격에, 건강에도 좋은 이런 양질의 식사를 제공받는 일은 사실 다른 외식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식에 대한 바람이 하나 있다면, 하루 빨리 무료 급식이 시행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라 재정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계층을 골라 급식을 지원하는 선별 무료 급식은 해당 학생들에게는 대단히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자격 요건에서 사각 지대에 놓여 급식 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포탈사이트 검색창에 '학교 무료 급식'이란 문구를 쳐넣으면 줄줄이 사탕처럼 아이들의 고민이 올라온다. 자신이 무료급식 대상자임이 알려질까봐 걱정하는, 또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무료급식 지정을 받지 못하여 고민하는 어린 아이들.

"디저트로 나오는 아이스 홍시가 너무 맛있는데 자주 좀 넣어주면 좋겠다."

급식에 대한 철없는 아이의 바람은 엄마의 그것과는 달랐지만, 하루 빨리 모든 아이들이 그 달달한 아이스 홍시를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나는 간절히 바란다.


태그:#학교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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