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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20일 저녁 6시 30분]
 

알립니다
이 기사는 애초 김인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국밥 광고'를 만들었고 그것 때문에 신임을 얻었다고 언급했지만, 김인규 회장 측은 "이명박 캠프에서 일한 것은 맞지만 방송토론 담당이라 광고와는 무관하다"고 밝혀왔습니다.
김인규 회장은 KBS 공채 1기로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거친 인물이다. 그러니 KBS 사장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가 정녕 KBS 사장이 되고 싶었다면 이명박 후보가 선거캠프에 들어오라고 제안했을 때 거절했어야 했다. 실제로 당시 KBS 사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그는 이후 정치적 약점이 될 것을 우려해 '직함 없이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명박 후보 측의 거듭되는 설득에 생각을 달리 했다. KBS 사장을 위해서는 직함 없이 돕는 것이 가장 안전하겠지만 만약 당선이 유력시되는 이 후보 측의 요구를 끝내 거절했다가는 훗날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을지 모른다는 계산을 했는지도 모른다. 앞서 말했듯이 MB는 철저히 제 사람만을 챙기는 성향 아닌가? 그는 MB대선캠프의 방송발전전략실장으로 대선을 이끌었다. 사실 이로써 그는 KBS 사장의 꿈을 포기했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자 KBS 사장 자리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의 우려대로 '낙하산 인사' 시비가 일었다. 공교롭게도 그때는 구본홍 YTN 사장이 낙하산 시비로 노조원들의 격렬한 저항을 받는 데다 국민 여론도 매우 좋지 않게 형성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명박 정부를 위해 KBS 사장 자리를 포기한다'는 이례적인 성명서까지 내고 사장 후보에서 일단 발을 뺐다. 당시 시점으로 사장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계산되었을 터이다. 그렇다면 그가 맡은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은 그에게 임시직에 불과했다.

 

그는 지난 1월 6일 서울대 <동문회보>와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발언으로 주변의 관심을 모았다. 그는 "KBS PD 300명을 들어내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방송 개혁 1번이 PD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그는 방송 PD들에게 적대감을 표시하면서 그들의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촉구한 것이다. 이면을 잘 헤아리는 사람이라면 그가 유난히도 PD를 공격한 의도가 무엇이며 이런 발언이 누구의 '취향'에 맞춘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으로서 부적절한 업무 때문에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낸 보도자료에 의하면 "협회는 창립 때 20억원, 올 들어 또 20억원을 추가징수하고도 하반기 들어 수백억 규모의 기금 조성을 위해 통신사들에게 출연금 납부를 요청했으며 통신사들이 난색을 표하자 청와대까지 나서 통신사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전 의원은 김인규 회장이 '차기 KBS 사장 및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정권 실세'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 의원의 말대로 그는 정말 정권 실세인지 청와대가 나서서 이 사건을 축소·부인하면서 그를 감싸주었다.

 

친여일색의 이사진 구성은 '김인규 사장 안'의 기초공사

 

 김인규 전 한국방송 이사.

그 사이 KBS 이사회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8월 26일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새 이사진으로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과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남승자 전 KBS 해설위원 등 11명 가운데 7명을 정부여당 추천인사로 채웠다. 야당성향의 인사로는 김영호 언론개혁 대표 등 4명만이 있을 뿐이다. 결국 KBS 이사진의 여야 비율을 7:4로 균형이 깨진 것이다. 사장을 추천하는 이른바 '사추위'의 구성 권한도 전부 이사진이 행사한다.

 

이번 사장 공모에는 이병순 현 한국방송 사장,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 등 15명이 지원했다. 사추위는 이 중에서 압축한 5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제출했는데 여기에 그들은 이례적으로 홍미라 KBS 계약직지부장을 끼워 넣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KBS 사장 인선을 앞두고 훈수를 둔다. 이동관 홍보수석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훈수 내용은 'KBS 이사회는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최적임자를 뽑아주기 바란다',  '신임사장 선임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나 부적절한 논란이 없도록 선임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신임사장은 공영방송으로서 KBS 위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비전과 철학을 갖추고,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미래 방송 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등이었다.

 

KBS의 위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면 이미 1년 동안 재임한 이병순 현 사장은 아니라는 해석이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미래 방송 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말에는 '김인규 사장 안'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사회와 사추위는 사장 심사와 면접을 시종일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이사회는 여지없이 김인규 사장을 선임했다. 세상에서 가장 질긴 줄은 바로 '낙하산줄'임이 증명된 셈이다.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지만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아무도 방송을 장악할 수는 없다"(이 대통령, 9월 7일, KBS 이사진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

 

맞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방송은 아무도 장악할 수가 없다. MB 말고는 어느 누구도 방송을 장악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하고, 방통위는 KBS·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한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사장을 선임하고 사장은 방송의 편성과 인적구성을 좌지우지한다. 이렇게 한국의 공영방송은 구조적으로 정치권력과의 근친성에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의지는 어느 정부보다도 집요하다. 그들이라고 해서 김인규 사장 안이 낙하산 시비가 일어날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대관절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다지도 조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방송만 장악하면 4대강도 세종시도 문제없이 해치울 수 있다고 여기는 것 아닌지. 나아가 방송만 장악하면 차기정권 창출도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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