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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의 세계화에 김치와 비빔밥, 떡볶이, 불고기가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이들 음식은 외국인들에게 매운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한국인들은 그것을 의식하지도 못한다. 늘 그렇게 먹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한국의 음식이 매워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고추를 많이 쓰기 때문은 아니다. 갈수록 한국에서는 매운 맛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불닭, 홍초, 땡초 등 매운 닭볶음이 그것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불타는 삼겹살, 고추장삼겹살, 매운 갈비찜도 역시 회식문화에 한몫 단단하게 한다. 매운라면, 육개장 우동, 매운수제비, 고추자장, 땡초김밥, 매운 햄버거, 매운 피자 등도 눈에 띈다. 외식으로는 칠리가 들어가는 '똥얌꿍' 스프, 매운 닭볶음 '가이팟 남픽 파우', 멕시코 요리인 또르띠아, 중국식 요리로 '마파두부', 고추소스의 '사천자장' , 홍콩식 '매운 볶음밥' 등도 있다.

사실 예전 한국의 김치는 그렇게 맵지 않았지만, 이른바 근대화를 겪으면서 매워졌다. 전통김치는 고추가 들어가도 오히려 담백했다. 나아가 전통 음식은 붉은 색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궁중에서 먹었던 떡볶이는 쇠고기와 야채가 많이 들어가는 담백한 국물도 있는 영양식이었지만, 한국 전쟁 이후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장의 떡볶이는 고추장의 매운 맛이 없어서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담백하던 일본의 라멘은 한국에서 매워졌고 갈수록 심해졌다. 한국 음식이 맵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전통적인 것이 아니었고, 시골의 음식보다 도시에서 먹는 음식이 맵다. 결국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겠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왜 매운 음식을 찾고 갈수록 독해지고 있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매운 맛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일까?

우선, 매운 맛의 물리적 기능을 살펴보자. 통각 세포에서 매운맛을 인지하면 뇌에서 매운맛을 없애기 위한 반작용으로 엔돌핀을 분비한다. 따라서 분비된 엔돌핀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에서 좋아진 기분은 쾌감이다. 쾌감은 중독성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매운 음식을 찾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반복된 학습에 따른 것이다. 스트레스와 우울한 기분이 있을 때 매운 음식이 자연스럽게 땡기는 것이다. 더구나 고추 안에 들어있는 캡사이신(capsaicin)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면서 뭉쳐있던 기운을 풀어주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땀을 내면서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구나 매운 음식 때문에 땀을 빼고 나면 시원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신진 대사를 활발하게 하니 지방 분해가 이루어져 다이어트도 된다는 말이 돌았다. 그래서 여성들은 일석 3조로 매운 음식을 찾는 경향도 있었다. 일본 여성들이 한국의 김치를 찾았던 이유가 바로 이 캡사이신의 작용에 따른 다이어트 효과였다. 매운맛에 의존하는 것은 대부분 맛도 그렇지만 심리적 쾌감에서 찾을 수 있고 그것은 개인들의 인지여부와 관계 없이 사회문화적 상황과 밀접하다.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다. 그 경제대국은 어쩌면 매운 맛을 통해 이루었는지 모른다. 노동에 힘든 몸을 매운맛으로 잊고 쌓인 스트레스도 매운맛으로 털어버리려고 했는지 모른다. 산업화와 도시화에서 바빠진 한국인들은 빨리빨리 움직여야 하는 일상에서 매운 음식은 힘을 발휘하게 하는 원천이었다. 지금도 한국인들은 여전히 바쁘다. 빨리 먹고 힘을 내서 일을 해야 한다. 경제 속도는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스피디하다.

하지만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고 행복감은 떨어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08년 1만285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30명이 넘게 자살하고, 인터넷에는 자살사이트가 활개를 친다.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무려 74.4%이었다.

출판가에는 '치유' 열풍이 불고, 심리학책은 날개 돋힌 듯이 팔린다. 모두 마음을 평안하게 다스리는 책들이다. 그리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한국인들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디 정신만 그럴까. 직장인들은 슈퍼직장인 증후군에 빠져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지난해 7만1000명으로 2003년 4만5000명에서 1.5배 늘었다. 문명은 당연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생산물을 만들어 내라고 하기에 경제대국이 치러야 하는 당연한 대가인지 모른다.

매운맛에 의존하게 하는 사회문화적인 요인은 또 있다. 스트레스와 심리적 강박이 많은 한국 사람들은 심리 상담 받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많다. 마치 그것이 정신병을 자인하는 것처럼 오인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족 간에 고민을 털어놓는 원활한 대화의 문화를 갖추지도 못했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문화가 많이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러한 면들은 휴대폰 강국이나 인터넷 강국이 되는데 일조하지 않았는가. 우회적인 수단으로 자신의 짐들을 털어버리려 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애매한 사람을 집단적 사이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불안과 무기력함을 날려버리려는 악플 문화가 자리 잡기도 했다.

한국인들은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를 심도 있는 상담이나 대안 모색의 대화보다는 소모적인 음주로 풀거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기분전환을 시도한다. 약물에 빠지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한국사회가 갈수록 스트레스 공화국으로 향해가기 때문에 매운맛의 강화는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한국음식이 매운 음식의 대명사로 되어가는 것은 긍정 이면의 부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요컨대, 매운 맛 음식은 한국의 전통성이라기보다는 근래의 상품화 경향이며 다른 한편으로 한국의 사회 구조 환경의 과제가 담겨 있다. 매운 맛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그것에 집착하는 것도 한국사회가 지닌 모순의 한 단면이다. 지나치게 매운 음식은 위장과 장을 상하게 한다. 한국인들에게 소화기관 질병이 많은 것은 이렇게 매운 맛과 같이 자극적인 것을 먹어서 그렇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경제성장을 소화기관과 맞교환하면서 이루어낸 것이다. 몸을 팔아서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셈이니 앞으로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담백한 음식을 먹는 사회가 될 때 정말 안정되고 평안한 행복의 사회인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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