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에서도 대형 국책 사업의 중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60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이 최근 이미 첫 삽을 뜬 지 15년 된 얀바댐 건설 등 국책사업 일부를 전면 중지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관계당국과 6개 도현(도쿄, 이바라키, 토치기, 군마, 사이타마, 치바) 지사 그리고 지역주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

 

얀바댐은 일본 군마현 도네 강의 주요 지류인 아가쓰마 강의 중류부에서 건설 중인 다목적 댐으로 2015년 완공예정이다. 그러나 하토야마 내각은 비록 국책사업이라 해도 댐 건설을 진행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군마현의 얀바댐과 구마모토 현의 가와베강 댐 사업 보상조치에 관한 새로운 법률을 2010년 통상국회에 제출해서 이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민주당은 왜, 완공을 불과 6년 앞둔 국책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을까.

 

 

민주당 "15년 진행된 국책사업, 얀바댐 건설 중지하겠다"

 

얀바댐 사업 중지 논란은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이 취임 직후인 지난 9월 17일, "얀바댐 공사는 중지하겠습니다"라는 회견을 하면서 본격화됐다.

 

얀바댐 건설은 1947년 태풍으로 19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후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와 환경파괴 등의 이유로 난항을 거듭하다가 1994년에야 첫 삽을 떴다.

 

첫 삽을 뜨고도 얀바댐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됐다. 얀바댐 주변지역의 토반이 약해 댐 건설에 무리가 따른다는 점, 환경 파괴 등이 주된 사유였다. 여기에 얀바댐 수몰지역이 가와하라 온천수가 나오는 관광지라는 점도 반대사유가 됐다.

 

민주당 또한 집권 전부터 "가와베강 댐과 얀바댐은 건설 중지" "시대에 맞지 않는 국가 대형사업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자민당이 얀바댐 건설을 하면서 내걸었던 '수해방지'와 '수도권 물 공급'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전면 부정해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댐 사업비에 대한 지적도 많다. 당초 2110억 엔(약 2조7천억원)이던 댐 총 사업비가 5년 전에는 4600억 엔(약 5조8천억원)으로 늘어났고, 최종적으로는 9000억 엔(약 11조5천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드러난 것.

 

그러나 댐 사업비 4600억 엔 가운데 3210억 엔이 이미 투입된 상태. 댐 건설이 중지될 경우 댐 공사비 가운데 620억 엔만 보전할 수 있다. 댐 건설 중지로 유지관리비가 불필요해지긴 하지만 지금까지 사업비를 지출해 온 6개 도현에 사업비용을 반환해야 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올해 이후 생활 재건관련 비용을 보상해 줘야 해서 추가로 2200억 엔이 필요하다.

 

6개 도현 지사 '강행하라'-주민들 '찬반'-환경단체 '중단 찬성'

 

얀바댐 사업에 이미 사업비를 지출한 6개 현 지사들은 강력하게 건설 중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6개 도현 지사는 10월 19일, 합동으로 현지를 시찰하고 댐 본체 건설 중지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1989년 이후 얀바댐 주변의 수원지에서 6회에 걸쳐 물 부족 사태가 빚어졌음을 지적하며, "수도권 물 안전성 확보 필요성" 등을 제기하며 댐 건설을 중지한 이유와 대안을 하루 빨리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10월 27일에는 마에하라 국토교통상과 6개 도현 지사가 처음으로 얀바댐 관련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지만 의견 차만 확인됐다.

 

마에하라 국토교통상 "메니페스토(민주당이 집권공약) 방침을 견지하면서 단순히 중지하는 게 아니라 치수에 관해 재검토하고 싶다. 중지방침에 대한 의견을 달라."

 

이시하라 도쿄도지사 "중지라는 슬로건만 앞세우고 있을 뿐 그 근거가 확연하지 않다.우선 말부터 뱉고 보는 식 아닌가."

 

얀바댐 주변의 주민들은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당초 주민 대다수는 댐 건설에 반대했었다. 과거 얀바댐 건설 반대동맹의 멤버였던 다케다씨(79)는 10월 27일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얀바댐 반대투쟁은 지역의 생활을 지키기 위한 운동이었다"라며 "반대운동의 최절정은 쇼와 40년대(1960년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일본정부가 '생활재건안'을 제시하면서 지역 주민들은 찬성으로 급속하게 돌아섰고, 댐 건설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당초 지역 주민들이 댐 건설에 반대했던 이유는 얀바댐 주변의 자연 경관 파괴에 대한 거부감과 생활 터전을 상실하는 것에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일본정부가 댐건설 이후 수몰 지역 주민들을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는 방안과 현실적인 토지 보상안을 제시하면서 찬성 쪽으로 급물살을 탔다.

 

일본의 환경단체나 시민단체는 민주당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얀바댐 공사 중지와 수몰예정지역의 복원을 목적으로 2006년 발족한 '얀바 내일의 모임'(http://www.yamba-net.org/)은 '과도한 재정부담' '수도권의 남아도는 물' '약한 지질에 무리한 공사' '기대할 수 없는 치수 효과' '자연환경 파괴' 등 5개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얀바댐 건설을 반대해왔다.

 

또한 이들은 11월 17일 도쿄 나가타쵸 참원의원회관에서 '얀바댐 계획중지 후 지역 재생'이라는 포럼을 개최해 6개 도현 지사들이 낸 공동성명을 반박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얀바댐 건설 중지를 위한 시민모임'(도쿄, 사이타마, 치바, 이바라키, 군마, 도치키)은 올 1월부터 진행 중인 얀바댐 중지 주민 청원 소송을 돕고 있다. '얀바댐 건설 중지를 위한 시민모임'은 댐이 건설될 경우 ▲군마현의 주요 관광지인 아가츠마 계곡이 물속으로 사라지게 되며 ▲댐 건설을 해도 80년 안에 댐이 토사 등으로 인해 기능을 상실하고 ▲댐 건설 주요 이유 중 하나인 수도권의 물 부족은 이미 해소된 상태라는 점을 반대사유로 밝히고 있다.

 

얀바댐 건설 중단 논란은 한국 4대강 사업의 미래

 

일본 뉴스는 연일 댐건설 현장에 드높이 세워져 있는 거대한 교각을 비추고 있다. 얀바댐 건설을 중단되든, 강행되든 큰 후폭풍을 남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댐 건설이 속행돼도 그 효용성이 문제시 되고, 중단되면 지금까지 투여한 세금을 날리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댐 건설이 실제로 중단될 경우, 대형 국책 사업을 면밀한 검토도 없이 강행했다는 비난과 이미 자금이 투여된 사업을 무리하게 중단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동시에 쏟아질 수 있다.

 

집권 두 달을 조금 넘긴 민주당은 현재 후텐마 오키나와 미군지기 이전 문제 등으로 첨예화하고 있는 대미관계 등 난제를 떠안고 있다. 얀바댐 문제를 잘 풀어간다면 자민당과의 차별성이 부각되면서 '민주적 정권'의 이미지가 부각될 것이지만, 반대로 이 문제를 잘 풀지 못할 경우 자민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지기반이 급속도로 붕괴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는 댐 건설 중지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댐 건설 중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44%였다. 댐 건설 중지에 반대한다고 답한 사람은 31%였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인터넷 신문인 뉴스바다케가 현재 진행 중인 설문조사에서도 댐 건설 중지가 타당하다는 의견이 60%,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27%를 기록하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을 놓고 벌어지는 이웃 일본의 이런 상황은 '4개강 사업' 논란으로 시끄러운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4대강 사업이 얀바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짧은 기간에 논의가 되고 있는 점,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점, 환경문제와 효용성 등에 대한 집중적 반대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점 등은 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4대강 사업을 반대 속에 강행할 경우, 과연 '4개강 사업'이 얀바댐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태그:#일본 얀바댐, #국책사업 중단 논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