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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보장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위헌·위법한 '촛불사건 재판개입' 법원장 출신 대법관 신영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폐기됐다. 본회의에 보고된 때(9일 오전 10시 8분)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12일 오전 10시 7분)에 표결되지 않은 탓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염원을 묵살하고, 72시간 버티기로 신영철 대법관 구하기에 나서 헌법 파괴에 동조했다. 집권여당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방탄 국회라는 오명을 자초한 것이다."(민주당 유은혜 부대변인 논평)

 

거대여당 한나라당은 의사일정조차 협의해주지 않았다. '직권상정을 통한 쟁점 해결 전문가(?)' 김형오 국회의장 역시 직권상정하지 않았다. 결국 11월 12일 국회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신영철 탄핵안 자동폐기, 한나라당의 승리?

 

 신영철 대법관

의석수가 부족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탄핵안 발의에는 성공했으나, 의사일정조차 올리지 못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12일 "참으로 안타깝게 신영철 대법관 탄핵결의를 하지 못한 채 오늘 아침 10시에 결국 무산됐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야당의 완전패배로 볼 법하다.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거대여당 한나라당은 승리했다.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을 자동폐기하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명박 정부의 초기 6개월여를 소진시킨 '촛불집회' 재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일등 공신' 신영철 대법관을 지켜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사법부의 독립을 입법부마저도 지켜내지 못했다는 비난이 두렵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차례 욕을 먹는 것으로 일등공신을 보호할 수 있다면 얼마나 효율적인가? 이것이 바로 '실용'이라며 박수를 칠 법도 하다.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정치권에 한바탕 파도가 지나갔다. 당장은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김형오 의장은 '통상업무'로 잘 복귀한 듯하다. 대법관 신영철은 이제 건재할까?

 

탄핵사유에는 시효가 없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김형오 의장과 한나라당의 꿈은 헛된 것이다. 신영철 대법관이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고 따라야 할 법관으로서 제103조에서 천명한 사법권의 독립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였고, 법원조직법 제7조에서 규정한 법관의 심판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탄핵소추안 8면)"하는 한, 탄핵소추안은 폐기되었지만 신영철 대법관의 탄핵소추사유는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과 국회법은 탄핵사유의 시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국회는 탄핵대상자가 공직에 있는 한 언제든지 탄핵을 발의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실무제요 358면). 다만 지난 7월 22일 방송법 처리과정의 절차적 위법과 마찬가지로 일사부재의 원칙(국회법 제92조)에 따라 이번 정기회 기간 중에는 다시 발의할 수 없을 뿐이다.

 

결국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에 일조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이라는 비난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의 전략이 어긋난 것이다. 한 차례의 욕과 신영철 지키기를 맞바꾸는 것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전략이었다면 이번 탄핵소추안을 의사일정으로 받아들였어야 했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은 사건은 일사부재리원칙에 의하여(법 39조) 국회에서 다시 소추발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356면). 그러니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에 대한 반대표결을 함으로써 신영철 대법관을 '촛불재판' 탄핵에서 해방시켜주어야 했다. 하지만 의사일정 거부라는 전술적 판단 착오로 인해 '사법부 독립 침해에 일조한 한나라당'이라는 욕을 또먹게 생겼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신영철 탄핵소추안을 거부한 사유도 잘못된 것이었음이 추가로 밝혀졌다. 지난 9일 안상수 원내대표는 "대법관이 되기 전의 행위를 가지고 발의한 것은 법률적으로 맞지 않다. 따라서 신 대법관의 행위는 재직 중에 법률을 위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탄핵소추의 법적 요건에 부합되지 아니한다"고 했다.

 

이 주장에 대한 새로운 반박근거가 하나 더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펴낸 <헌법재판실무제요(2008)>를 보면, "탄핵대상자가 다른 공직을 거쳐 현 공직에 취임한 경우 전직 및 현직 공히 소추대상의 직이라면 전직 시의 위법행위는 탄핵사유에 포함된다."(356면) 12월 9일 정기국회가 끝나고 임시회가 시작되어 민주당이 다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을 때 '법률전문가' 안상수 대표의 논거가 또 하나 빠지게 됐다.

 

사법부의 결자해지, 12월 9일이 시한!

 

사안을 다시 정리해보자. 12일 오전 10시 8분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이 폐기됐다. 야당의 패배, 여당의 승리로 비춰졌으나, 실상 '여당의 전략 미스'임이 드러났다.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아다시피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라는 점에서 개인은 물론 사법부 전체의 큰 오점이었다.

 

탄핵소추사유가 심히 중대하여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다시 공조해 정기국회가 끝난 12월 10일 다시 탄핵소추안을 낼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안이 두 번 발의된 최초의 인물'이란 기록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한은 12월 9일이다.

 

이제 공은 다시 신영철 대법관과 사법부에 주어졌다. 사법부의 결자해지 시한은 12월 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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