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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방 '북카페...
▲ 보수동 책방골목... '우리글방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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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방...1층 풍경...
▲ 보수동 헌책방 골목... '우리글방...1층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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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잔뜩 흐리고 바람마저 높이 펄럭이더니 짓눌린 듯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온종일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바람 없이 내리는 비는 마음마저 고요하고 낮고 깊이, 내면 깊숙이 가라앉지만, 이렇게 비바람 치는 날은 을씨년스럽다.

그날도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내렸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우리는 곧장 부산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부산 헌책방 거리가 있는 보수동에 가는 길은 모처럼 헌책방 나들이에 마음이 설렜다. 남양산 톨게이트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구서 톨게이트에서 빠져나왔고 도시고속도로를 타고 부산 중앙동을 거쳐 보수동으로 진입했다.

출발하면서부터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부산에 들어섰을 땐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졌다. 차를 어디다 댈까 마땅한 장소를 찾던 중 감사하게도 보수동 책방골목 옆 광복교회에 제법 큰 교회주차장이 있었다. 이 교회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을 개방하고 있어 차를 주차할 수 있었다. 바로 옆이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다.

비에 젖는 보수동 책방골목...
▲ 보수동 책방 골목.. 비에 젖는 보수동 책방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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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보수동 헌책방 골목... 참 오랜만에 와보는 거리였다. 새 책들이 가득 들어찬 서점들이 줄지어 있는 것도 좋겠지만 오래된 고서점들의 골목은 왠지 옛 추억이 얽힌 거리나 되는 것처럼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게 만든다. 위세 높아 보이는 고층 빌딩숲 속에 있는 현대식 서점들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어깨에 힘을 빼고 허세 없는 편안하고 소박한 거리다.

퀴퀴한 책 냄새 묻어나던 추억의 다락방처럼 옛 시절 떠올리게 만드는 곳이다. 이 거리를 걷다 보면 잊혀져간 추억들이 먼지를 털며 걸어 나올 것 같다.

보수동 헌책방골목 1950년 6.25사변 이후, 부산을 임시수도로 하고 있을 때 생긴 것이다. 이북에서 피난 온 손정린씨 부부(구 보문서점)가 보수동사거리 입구 골목 안 목조건물 처마 밑에서 박스를 깔고 미구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와 만화, 고물상으로부터 수집한 각종 헌책 등으로 노점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보수동 책방골목이 되었다'고 들었다.

우산으로 비를 막으며 걷는 보수동 헌책방 골목 젖은 거리에서 우리가 찾던 '우리 글방'을 발견했다. 최근에 남동생이 소개해 준 곳이었다. 헌책방 '우리 글방'에 들어서자 제법 많은 젊은이들이 비 오는 날인데도 책을 사러 온 것인지 책방 안에 붐볐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 이런 곳도 있었던가?! 그때도 있었는데 예사로 본 것이었나?!

'우리글방'...2층으로 향한 계단...
▲ 보수동 헌책방... '우리글방'...2층으로 향한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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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방 2층 ...
▲ 보수동 헌책방 ... 우리글방 2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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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많은 헌책방들이 있지만 '우리 글방'은 그 중에서 아주 특별했다. 예전에도 있던 헌책방인 것은 분명한데 새롭게 단장을 한 것 같았다. 남편은 종교서적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고 나는 1층 안을 둘러 본 뒤 종교서적이 있는 위쪽으로 향했다.

사방 벽에 책으로 둘러싸인 1층 안쪽으로 들어가면 계단에서 계단으로 이어지고 종교서적 빼곡하게 들어찬 곳에 기독교 관련 헌책들이 좁은 통로 사이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오래된 책 냄새가 났다. 빼곡히 들어찬 책 사이에서 원하는 책을 찾도록 남편을 남겨두고 다시 1층으로 향했다. 1층으로 향한 계단을 내려가면서 보니, 1층 안쪽 바로 밑으로 계단길이 보이고 지하 1층에도 벽면 가득 책이 들어차 있다.

나는 곧장 지하 1층 계단을 따라 내려가 보았다. 지하 1층 벽면 가득 헌책들이 빼곡히 책장을 채우고 있고 계단 바로 밑에서 보면 약간 턱을 높인 곳에 한길 쪽을 향해 조그마한 북카페가 있었다. 새로운 발견이었다. 북카페는 도로변에서 들어가면 1층이고, 반대쪽 보수동 책방 골목 안쪽으로 해서 들어가면 지하 1층이었다.

'우리글방'...지하1층 어린이 쉼터도 있네요...
▲ 보수동 책방 골목... '우리글방'...지하1층 어린이 쉼터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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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방...
▲ 보수동 헌책방... 우리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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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방...지하 1층으로 향한 계단...
▲ 보수동 헌책방... 우리글방...지하 1층으로 향한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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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지하에서 1층, 2층, 3층으로 흘렀다. 오래된 책들과 음악과 차와 커피가 있는 우리글방 북 카페였다. 젊은이들 몇 명이 북 카페에서 카메라를 들고서 비와 찻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북 카페 창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찻잔을 올려놓고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다.

1987년부터 헌책방을 열고 있는'우리 글방' 북카페는 지난 4월 9일, 그동안 창고로 사용해오던 도로변 1층을 개조해 문을 열게 된 것이란다. '우리글방' 북카페가 새로 생김으로 해서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사람들의 발길이 더 많이 잦아진 것 같았다. 특히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다. 헌책방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은 또 왜 풋풋하고 싱그러워 보이는 것일까.

헌책방에서 보는 젊은이들은 빌딩 숲에 서 있는 것보다 오히려 더 젊고 푸르렀다. 중년의 남녀들은 추억 찾는 마음으로 여기 왔을까. 옛 정취가 물씬 나는 문화의 거리 보수동 헌책방 거리로 더 멋지게 거듭날 것이 기대된다. 창 밖엔 비가 내리고 북카페에는 음악이 흐르고 책의 바다에 헤엄치며 앉았노라면 시간의 흐름도 잊을 듯했다.

우리글방 북 카페...
▲ 보수동 헌책방... 우리글방 북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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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책장에는 시집을 비롯해 오래된 잡지와 책들이 놓여 있고, 카페 주방 옆에는 오래된 LP판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아담한 공간이지만 정성어린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역력했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일어나기 싫을 정도로 작고 아담하고 편안한 북카페였다.

적당히 오래 되고 낡은 것들은 낯설지 않고 편안하다. 오래 되어 보이고 그래서 예스럽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북카페에서 파는 커피는 한 잔에 1천원, 굳이 차를 마시지 않아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는 곳이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더욱 좋은 곳,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옆에 아무도 없다 하여도 책과 음악과 따끈한 커피가 있어 비 소리 듣고 앉았노라면 홀로 충만할 것 같은 곳이다. 조용히 흐르던 음악이 흐르다가 끊기는가 싶더니 '백학'이 흘러나왔다. 아~이렇게 비는 내리는데, 어쩌자고 음악까지 나를 사로잡아 예서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가. 책을 들고 있었지만 잠시 책 속의 활자는 온데간데 없고 음악에 깊이 빨려 들어갔다.

거리엔 여전히 비... 처마 끝에 은구슬처럼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한데를 내다봤다. 거리는 흠씬 젖고 있었다. 이제 일어나 지하 1층에서부터 2층까지 책을 쭉 둘러보았다. 잘 진열되어 있어 책을 찾기 쉽게 되어 있었다. 참 잔손이 많이 닿았겠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지만 빌려 읽었거나 잊어버린 책들 몇 권을 구입했다.

헌책방에 모여 있는 수많은 책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이름 모를 사람들이 자신의 지문을 찍으며 밤새워 읽고 또 읽었을 책들이 여기 나와 있다. 어떤 책장 뒷날개에는 누군가에게 받은 선물을 읽고 난 뒤 헌책방에 온 듯 이름, 사인 등이 적혀 있기도 하고 빨간 볼펜으로 밑줄을 그은 책들도 있었다.

내가 구입한 책은 어떤 사람이 읽었던 것일까 궁금해진다. 책방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것도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남편과 함께 북카페로 내려가 다정히 커피 한잔씩 마시고 밖으로 나왔다. 좀더 앉아 있고 싶어 소파 깊숙이 앉았는데, 다음 일을 하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고 재촉하는 남편 따라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야 했다.

집 근처에 북카페가 있다면 매일 죽치고 앉아서 책의 바다에 깊이 헤엄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어도 좋으련만 아쉽다. 우리 집 근처에 통째로 옮겨놓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쩌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왔기에 보수동 책방마다 둘러본 뒤 찾던 책을 몇 권 발견하는 기쁨도 누리며 어두워졌을 때에야 비로소 집으로 향했다.

보수동 헌책방 거리에는 '우리글방'이 있다. '우리글방'에는 북 카페가 있다. 사연과 사연을 가진 오래 된 책들이 있는 헌책방에서 숨어 있는 책을 발견할 때, 말할 수 없이 기쁘고 마음부자가 된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 우리글방으로 오시라. 거기서 뜨거운 차, 혹은 커피 한잔 마시며 우리 다정히 이야기 나눠보지 않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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