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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간부 출신 인사들이 퇴임 후 몇 달 만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거물급' 인사의 변호를 맡아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주인공들은 임채진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문성우 전 대검 차장과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다. 이들은 모두 올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불러온 수사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기 전까지 검찰의 수뇌부였다. 문 전 차장은 임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난 후 검찰총장직을 대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을 떠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검찰 특수부 수사 사건의 변호인으로 변신했다.

 

검찰 떠난 지 불과 몇 달 만에 거물급 변호 맡은 고위 간부들

 

이인규 전 부장은 1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된 스테이트월셔 컨트리클럽 대표 공모씨의 변호를 맡고 있다. 현재 공씨는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부장은 검찰에 사표를 낸 직후 법무법인 바른에 영입됐고 지난달 16일 업무를 시작한 후 공씨 사건을 맡게 됐다. 공씨는 스테이트월셔를 운영하면서 바른과 법률 고문 계약을 맺고 있었다.

 

특히 문성우 전 차장과 이 전 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했으면서도 퇴직 후 박연차 전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바른'행을 택해 당시에도 구설에 올랐다.

 

이 전 부장은 오해를 없애기 위해 박 전 회장의 1심 재판이 마무리된 후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바른측에서도 항소심 변론은 맡지 않기로 했지만 도덕성 논란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등 청와대 수임 사건과 '박연차 게이트' 등 굵직한 정치사건을 도맡으면서 이명박 정부 집권 후 '실세 로펌'으로 주목받고 있다. 홍준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도 여기 소속이다.

 

이인규 전 부장은 또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시절 청탁과 금품을 받고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정아무개(55·구속)씨의 변호도 맡았다. 당시 검찰은 정씨가 정치인 4~5명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 문제는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국정감사에서도 논란... "전관예우 논란으로 사법불신 커져"

 

노철래 친박연대 의원은 지난달 19일 이 전 부장의 수임 사실을 공개하면서 "검사가 퇴직 후 바로 대형 형사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검사 자리를 변호사 개업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전관예우 논란을 피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윤근 민주당 의원도 "로펌이 퇴직한 고위 판검사를 경쟁적으로 영입해 전관예우 혜택을 노리면서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채진 전 총장도 변호사 개업 이후 창원지검 수사를 받고 있는 이국철 SLS조선 회장의 변호를 맡아 논란이 일었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SLS조선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를 잡고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창원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국철 회장에 대해서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가 이를 해제한 것은 임 전 총장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 회장이 9월16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려다 출국금지된 사실을 확인하고 누군가에 전화를 해 20분 만에 출금을 해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이 SLS조선 측 변호를 맡은 임 전 총장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채진 전 총장은 "변호를 맡은 게 출국금지 해제 이후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전직 고위 검사들의 이 같은 부적절한 처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사 공정성 의심 살 수밖에...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퇴임 1년여 만인 2006년 초 다단계 사기사건을 일으킨 주수도 JU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아 비난을 자초했다. 송 전 총장은 결국 여론의 비판에 밀려 주씨에 대한 변호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도 수백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아 눈총을 받았다.

 

검찰도 전관예우는 없다면서도 한때 직속 상관이었던 이들의 변신에 적잖이 불편한 눈치다. 때문에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할 검찰 고위간부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검찰 고위간부였던 이들이 퇴임 후 바로 검찰이 수사 중인 특수 사건의 변호를 맡는 것은 이분들의 윤리적 사고 수준이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며 "본인뿐 아니라 몸담았던 조직에 부담을 주는 이런 행위는 국민들이 보기에 수사 공정성에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태그:#이인규, #문성우, #임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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