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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예향의 고장답게 곳곳에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전주한옥마을 일대의 전동성당의 아름다움이나 경기전의 엄숙함도 여행자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그중 가장 한적하게 둘러보기 좋은 곳은 '전주향교'였다.

 

수백 년 된 은행나무 다섯 그루가 향교의 오래된 역사를 말해주듯 하늘을 향해 거대한 몸을 뻗고 있었는데, 향교 내 서문 앞 은행나무 수령은 400년이나 된다.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은 뜻이 은행나무가 벌레를 타지 않듯 유생들도 건전하게 자라 바른 사람이 되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향교 내 대성전 우측 은행나무는"수컷이 암컷으로 변하여 은행이 열게 되었다"하여 자웅나무라고 부르는데, 이 은행을 따서 지금도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또한 일월문 앞 250년 된 은행나무는 은행을 따서 공을 빌면 과거에 급제한다는 전설이 내려 오고 있다. 은행나무에는 황금알 같은 은행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나무 아래에는 황금알을 줍는 동네 아낙들의 손길이 바쁘다.
 

만화루 아래를 지나 일월문을 들어서니 뜰 깊숙이 대성전이 자리하고 있다. 조용히 산책을 즐기는 이들만 간혹 눈에 띌 뿐 따스한 가을햇살만이 뜰에 가득하였다. 건물 규모는 작지만 오래된 은행나무와 넓은 뜰로 인해 엄숙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향교는 공자를 비롯한 여러 성현께 제사지내고, 유학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지방에 설립한 국립교육기관이다. 전주 향교는 고려시대에 처음 세웠다고 하는데 정확한 기록은 없다. 처음에는 조선 태조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 근처에 있었으나, 주위가 번잡하고 향교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시끄럽다하여 태종 10년인 1410년에 전주성 서쪽 화산 기슭으로 옮겼다고 한다. 지금 위치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은 뒤, 향교가 전주성 밖에 있어 다니기가 불편하자 관찰사 장만과 유림들이 힘을 합쳐 옮긴 것이다.
 

현재 이 향교에는 여러 훌륭한 분들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을 비롯해 동무·서무, 계성사, 학생들을 가르치던 곳인 명륜당 등의 여러 건물이 있다. 대성전은 효종 4년인 1653년에 고쳐 세웠는데, 이후 융희 1년인 1907년에 군수 이중익이 다시 고쳤다. 명륜당은 광무 8년인 1904년에 군수 권직상이 고쳤다. 우리의 옛 교육시설을 둘러 볼 수 있는 이곳은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교육기능은 없어졌다. 그러나 봄·가을에 공자께 제사를 지내고 초하루·보름에는 향을 피우고 있다.
 

이곳 전주향교는 영화 'YMCA 야구단'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영화는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해에 YMCA 간사였던 질레트에 의해 처음으로 한국에 야구가 도입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유쾌하고 감동적인 장면을 그리고 있다. 전주향교는 영화 속 YMCA 건물로 선비 이호창(송송강호 분)이 신여성 민정림(김혜수 분)을 만나는 곳이다.
 


태그:#전주향교, #전주, #명륜당, #대성전,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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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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