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대전충남
내가 일시적 장애인이 되어 보니
이제껏 신발 한 짝을 찾는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다
09.11.07 18:22 ㅣ최종 업데이트 09.11.08 09:20 이영미 (organ)

오른쪽 발이 골절되어 깁스를 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중이다. 

깁스한 오른 발로 살살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을 때는 깁스를 한 발이라도 통증이 느껴진다. 그래서 출장이나 회식 같은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양해를 구해 빠진다.

 

양 목발을 짚고 다니다 보니 아픈 오른 쪽다리가 문제가 아니라 10년 전보다 20킬로그램이 불어난 무거운 내 몸뚱이가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양 목발 아래의 고무튜브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깨지고 목발에 힘이 가해지는 내 손목의 관절과 겨드랑이 안쪽과 왼쪽 발목에는 늘 파스를 붙인다. 더러는 내가 넘어져서 단순골절이 아닌 교통사고인가 싶어서 보험관계도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적인 불편함도 있지만 가끔 우스운 헤프닝도 생긴다. 하루는 식당에 갔는데 신발 정리 하는 종업원 한 명이 계속 현관 입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내 신발을 손에 들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하니 손님 신발이 한 개 안보여서 찾는 중이고 했다.

 

"아가씨! 제가 다쳐서  원래 왼쪽 신발 하나만 신고 왔어요!"

 

내가 그랬더니 주인도 종업원도 손님도 모두 웃었다. 신발 하나만 신고 다닐 뿐인데도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엄청 달라지고, 가끔 이런 웃기는 해프닝이 생기는 것이다.    

 

직장에 출근하면서 제일 먼저 느끼는 미안함은 내방객 주차장인 지하 엘리베이터 근처에 차를 주차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 백명의 이용객들로 직원들은 가급적이면 기관과 떨어진 먼 공터나 주택가 골목에 세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서로 구역을 설정해서 청소를 하는 것인데 청소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다.

 

청소뿐만이 아니다. 양 목발을 짚고 다니는 자체가 힘겹기 때문에 물을 먹는다던가 복사를 하고 프린트를 뽑는다던가, 결제를 받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든 것들에 제한을 받는다. 더러는 참거나, 아니면 모아두었다가 공익요원이나 자원봉사학생들의 도움을 받거나 하지만 이 역시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항상 매끄럽게 처리할 수는 없다. 

 

다행히 그런 사소한 미안함은 이제 몇 주만 지나 깁스를 풀면 없어지겠지만, 만약에 내가 정말로 이러한 신체적인 불편을 가진 지체장애인이라면 정말 일하는 데에 심리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심리적인 부담 뿐만이 아니라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배려할 수 없는 그런 편의상황도 있다.

 

가령 골절된 다리로 해서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엘리베이터는 절대적인 편의가 된다. 그런데 엘리베이트나 문을 담당하는 당직이 일찍 퇴근해버리면 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계단을 간신히 내려와야 하거나, 지하주차장에 갇히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

 

그러한 상황을 겪고 나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 한 다른 직원보다 빨리 업무를 마치고 나머지 잔업은 재택근무로 돌려달라고 부서장에게 건의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데는 이러한 심리적, 신체적인 부담외에도 기관의 공동체적인 업무에서 가끔 분리되거나, 시간효율적에서 속도가 느리거나 하는 것들이 만만찮은 것 같다. 그래서 장애의무고용률이 있어도 차라리 벌금을 낼 지언정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기업수가 수천 개나 되고, 장애인들 또한 비장애인들 기관에 적극적으로 취업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MT를 하면서 돌아가면서 받는 그런 편지들을 보면 기관의 입장이 아닌 개인의 입장에서 오는 견해들을 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것들이 꼭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다. 처음에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서 새로운 직종에 도전해 배치된 것이라 해도 이해를 잘 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는데 인식이 바뀌었다.

 

"힘든 가운데서도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피곤을 잊고 힘을 얻어요!"

"처음에는 선생님이 장애인으로 인식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 사무실안의 왕언니로 그렇게 가슴에 다가와요!"

"마음이 너무 여리신 것 같습니다. 좀 더 당당하게 따끔하게 말해주세요"

"신부님과 잘 아셔서 이리 온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제가 모르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셨더군요. 저도 그 분야의 자격을 따고 싶은데 도와주시겠어요?"

 

골절이 되어서 부득불 신발 한 짝만 신고다니고 있지만, 어쩌면 비장애인인 동료들이나 장애인인 나나 모두 보이는 신발은 두 개 다 신고다니고 있지만 인생의 일부분만 경험한 현재의 삶의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는  신발로 치면 한 짝만 신고 있는지 모른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삶의 길을 잘 갈 수 있게  몸의 균형을 잘 맞추어주는 신발짝을 찾아 신던가 아니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땅의 기운을 생생히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가보다.

 

처음부터 신발 하나만 신고 왔는데도 정작 신발주인에게 물어보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으로 계속 없는 신발을 찾던 종업원처럼, 어쩌면 정부도, 기업도, 언론,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여러 정당과 단체 들도 그렇게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의중과 다르게 허상을 쫓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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