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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 '수능'을 말할 때면 언제 부터인가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한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대구 팔공산 자락의 '갓바위'이다. 갓 바위 부처는 특이하게 머리 위에 갓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어서 갓 바위라 불린다.
그런데 이 부처님이 모자만 독특한 것을 쓰신 게 아니라, 수험생들 시험을 또 그렇게 잘 보게 하는 신기를 발휘하신다고 해서 소문이 자자하다.
'갓바위 부처님은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 주신다.'
그 '한 가지' 소원이 무엇이겠는가. '한 가지' 소원이라는 게 각자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모르긴 해도 갓 바위를 오르는, 수험생 자녀를 둔 어버이들의 경우 백이면 백 자녀들의 대학 합격 아닐까. 꼭 한 가지 소원은 들어주신다니 밑져봐야 본전, 한번 빌어두어서 나쁠 것 없으렸다.
그래서일까. 일전에 서울에 사는 친구가 자신이 다니는 절에서 단체로 관광버스 10여 대를 빌려 갓바위를 올 예정인데, 자신은 고민 중이라고 하였다.
"뭐, 관광버스 10여 대라고라?"
"응, 보통 다른 절을 답사할 때는 버스 한 두 대로 충분한데 이번엔 '갓바위'라니 많이들 가나봐. 게다가 수능이 얼마 안 남았잖아."
"그래서?"
"아, 갓 바위 부처님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며?"
"아니, 그 소문이 거기까지 난 거야?"
"그럼. 다들 밑져야 본전 그런 마음 아니겠니? 후후"
참내. 부처님이 수능 철을 맞아 매년 벌어지고 있는 갓바위의 풍경을 본다면 어떤 마음일까. 지난 10월, 우연찮게 10년 만에 다시 갓 바위를 찾았는데 예나 지금이나 갓바위 부처님 앞 기도 접수처의 마이크는 잠시도 쉴 새가 없었다. 부산시 어디어디의 아무개, 대전시 무슨무슨 동의 아무개 하면서 소원을 등록(?)한 사람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호명되고 있었다.
마치 묵언으로 하면 바위 부처님이 들어주지 않기라도 하듯이 빠른 속도일망정 반드시 호명하고 넘어갔다. 한 번의 호명으로는 눈도장이 안 되는지 바닥에서는 연신 절을 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음 또한 여전했다.
그러면 정말 갓바위 부처님은 기도하는 사람들의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주실까. 갓 바위 절에서는, 소원 한 가지씩은 들어준다는 말에 이 바위부처를 찾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을 안다면 한번쯤은 소원성취 사례집(?)이라도 하나 내 놓아야 하는 것 아닐까.
여담이지만 10여 년 전 한 지인은 딸의 수능 성적 향상을 기원하며 갓바위 아래 사하촌에 방을 얻어놓고 마지막 한 달인가는 매일 새벽 갓바위에 올라 절을 하며 기도를 하였다. 일교차가 심한 가을 새벽의 추위는 둘째 문제고 진짜 문제는 늦게 가면 자리가 없어서 기도를 못하는 것이라고 하였던가.
아무리 걸어서 30분이면 오를 수 있는 산이라지만 새벽공기는 말할 수 없이 찼을 것이다. 그 칼바람 속에서 절하고 기도하자면 육체적으로도 여간 힘든 게 아닐 텐데 지인은 수능 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를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험생 본인의 노력이고 결과는 수험생 당사자의 노력만큼 나올 것이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따뜻한 밥에다 편안한 집안 분위기를 취해주는 것 정도 아닐까.
그리고 설사 성적이 바라는 만큼 나오지 못했다 해도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위로해 줄 수 있는 마음 하나면 충분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니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너에게 맞는 적성을 찾아보자며 다독일 일이다. 굳이 산까지 와서 개인적인 일을 기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러니, 내 고장 명소에다 악담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한 감이 있으나, '적어도 한 가지 소원성취' 따위 문구에 홀려 욕심으로 갓바위를 오르지는 말자는 바람에서 이르는 말이다. 소원을 이루고자 오를 것이 아니라 소원(혹은 욕망)을 버리고자 오른다면 오히려 갓바위 부처님은 더 반가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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