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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서 부동산 버블이 심각하다고 하니 기득권 언론에서는 나를 비관론자, 심지어는 종말론자라는 얘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는 집값 정상론자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말에서 힘이 느껴졌다. 그는 "전문의가 환자에게 몸에 암종양이 자라고 있다고 하면 그게 비관론자인가"라며 "신혼부부나 서민들에게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기득권 언론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이를 꼽으라면 선 부소장이 한 자리를 차지할 터다. <위험한 경제학>에서 "부동산 폭탄돌리기가 시작됐다", "언론의 부동산 선동기사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편 그를 보수 언론이 곱게 보지 않는다. <조선>은 집값 하락 전망에 대해 '사이비 종말론'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에 선 부소장은 결코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3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험한 경제학> 출간 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언론은 왜곡보도뿐만 아니라, 부정적 프레임을 만들면서 부동산 시장을 띄우고 있다"고 맞받았다.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더난 출판이 주최한 이날 강연은 <오마이TV>에서 생중계됐다.

 

"'집값하락 전망=종말론' 주장한 <조선>은 집값거품 유지론자"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선 부소장은 "한국 언론은 부동산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며 "부동산 광고가 광고 매출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다, 부동산 버블이 한창 끼었던 2003년과 2005~2006년에는 전체 광고 매출의 30% 이상이 부동산 광고 매출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택경기 침체는 건설사뿐 아니라 언론사에도 큰 위기였다. 선 부소장에 따르면, 메이저언론 중 A사의 매출은 2002년 4817억 원에서 지난해 3722억 원으로, B사는 같은 기간 4174억 원에서 3056억 원으로 줄었다. 그는 "언론사들은 올해 반짝 살아나는 주택경기를 유지하고 싶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 부소장은 <연합뉴스> 보도를 거론하며 언론의 부동산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그가 거론한 보도는 <연합>이 지난달 14일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의 이코노미스트인 도미니크 드로르-프레콧 시니어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한국 집값 거품은 없다"는 내용의 글을 인용한 기사다.

 

그는 "<연합>이 보도한 기고는 전날 재스퍼 김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다가오는 한국의 거품'이라는 글에 대한 반박이었다"며 "하지만 <연합>은 논쟁의 단초를 제공한 글을 소개하지는 않고 '집값 폭락이 없다'는 반박문만 기사화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선>의 보도 또한 선 부소장의 비판 대상이다. <조선>는 지난 10월 24일 기사에서 "소득이 오르는데도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이비 종말론'"이라며 "집을 사거나 팔 수 있는 마지막 찬스라는 식의 주장은 무책임하고 비과학적인 선전선동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선 부소장은 "아무런 근거 없이 세계 대재앙을 전망하는 것이 종말론자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전망하는 것은 집값 정상론자"라며 "기사를 쓴 <조선> 기자야말로 집값 거품 유지론자가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는 '실질 주택 가격 기준으로 5년 안에 집값이 반토막날 수도 있다'는 식으로 표현한 적이 있는데, <조선일보>는 이를 '조만간 반토막'이라는 여섯자로 줄여 왜곡한다"며 "이게 제대로 된 보도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집값 대세 하락기... 부동산 선동가에 휘둘리지 말라"

 

 

선 부소장은 집값 상승 논리의 허구성들을 하나씩 뜯어보며 언론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인구는 줄지만 1인 가구 숫자가 늘기 때문에, 집값 수요가 늘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전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1인 가구는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배우자와 사별한 할머니·할아버지거나 과도한 집값 때문에 집 장만 못한 노처녀·노총각"이라며 "1인가구의 76%가 200만 원 이하의 월평균 소득으로 살아간다, 이들이 어떻게 비싼 수도권의 집을 사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선 부소장은 통계의 착시현상도 지적했다. 그는 "집값이 잔뜩 부풀어올랐던 1991년을 기준으로 전국 주택의 실질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는 통계가 집값 하락 전망을 비판하는 이들에게서 자주 인용된다"며 "하지만 문제가 되는 수도권의 아파트만 본다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집값 상승론의 주요한 근거인 주택공급 부족론에 대해 선 부소장은 일침을 가했다.

 

"전세난을 두고 주택공급 부족을 얘기하지만, 전세난은 매매가와 연동된다. 수급이 아니라 투기적인 요소로 집값이 오른 강남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온 것이다. 주택건설이 줄어 2~3년 뒤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분양물량은 올해 하반기가 사상 최대다."

 

그는 "진짜 줄어드는 것은 소형·단독·전월세 주택 등이고, 중대형 주택은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며 "언론에서는 서민 주거난을 왜곡해서, 주택공급이 줄어드니 집값이 떨어진다는 등의 투기 선동 소재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선 부소장은 "집값이 일시적인 반등을 할 수 있겠지만, 장기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것은 확실하다"며 "부동산 투기 선동가에 휘둘려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거품 빼고 삶의 질 끌어올리는 게 진정한 경제"

 

선 부소장은 강의 말미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주택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는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낮춰서 주택을 공급하는 상황이 돼야 한다"며 "하지만 다주택 투기자를 핵심 정치기반으로 하는 이명박 정부는 재건축 완화, 저금리 기조 유지 등으로 집값을 떠받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선 부소장은 보금자리주택 사업과 관련, "친서민 정책이라면 분양주택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OECD 평균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전체 주택의 20~30%지만 우리는 4%에 불과하다,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비해서라도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복지·문화·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은 줄이면서 4대강 사업에 돈을 쏟아 부으면 희망이 없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부동산 거품을 빼서 일자리 늘리고 소득기반을 확충해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게 진정한 경제"라고 밝혔다.


태그:#선대인, #위험한 경제학, #저자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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