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가을걷이가 남기고 간 또 하나의 상처
09.11.03 14:12 ㅣ최종 업데이트 09.11.04 09:23 하주성 (tradition)

가을걷이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갑자기 날이 추워지면서 서둘러 가을걷이를 하지 못한 일부 지역에서는, 눈으로 인해 농작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일 년간 땀 흘려 지은 농사가 하루아침에 못쓰게 되었으니, 당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야 그 고통을 어찌 알까?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면 고구마, 땅콩 밭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흔히 '이삭을 줍는다'고 하여 밭주인이 수확을 거둔 후에 땅 속에 남은 것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이삭줍기를 해서 먹을거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요즈음에야 어디 이삭줍기로 먹을거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야 없겠지만, 어른들은 농작물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니 이삭줍기를 하는 것이 흉이 아니란 생각이다.

 

  
▲ 고구마 이삭줍기 30여분 만에 거의 반가마는 될만한 양을 모았다
ⓒ 하주성
가을걷이

  
▲ 이삭줍기 가을걷이가 끝난 밭을 돌아보시는 어르신. 농사를 지으시던 분들이라 농작물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다
ⓒ 하주성
가을걷이

 

고구마를 캐고 난 밭에 나가 보았다. 이삭줍기를 하는 어르신이 보이기에 가서 옛 추억이라도 들어볼 심산으로 말을 건넸다.

 

"어르신 이삭줍기를 할 만한 것들이 있나요?"

"예전 같다면야 다 주워가야 할 만한 것들이지만, 요즈음은 배들이 부르니 이런 것 갖다 주어도 안 먹어."

"그래도 많이 찾으셨네요."

"요새 사람들 정말 벌 받을 거야. 한 해 동안 피땀 흘려 지은 농사를 이렇게 버리고 가다니. 잘 챙겨서 짐승 먹이라도 하면 좋을 것을."

 

  
▲ 버려진 고구마 상품가치가 없다고 생각이 드는 것들은 모두 버려진다
ⓒ 하주성
가을걷이

  
▲ 밭에 버려진 고구마 작은 것들이 더 맛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깝기만 하다
ⓒ 하주성
가을걷이

 

밭에 나뒹구는 고구마들을 보시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으신가 보다. 하기야 보릿고개를 넘겨보신 분들이시다. 이런 것들도 간수를 잘하면 봄철 보릿고개를 넘을 때 소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20여 분을 이삭을 주워보았다. 거의 반 가마 정도나 되는 양이 모인다. 물론 고구마를 캐는 사람들이야 상품의 가치가 없으니 버리고 갔을 것이다. 그래도 어르신의 말씀대로 짐승이라도 줄 양으로 모아들였다. 한참을 버리고 간 고구마를 거두고 있는데 바람에 폐비닐조각이 날아온다.

 

  
▲ 폐비닐과 고구마 가을걷이가 끝난 밭에는 폐비닐이 바람에 날리고
ⓒ 하주성
가을걷이

 

주변을 살펴보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폐비닐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고구마 밭에 잡풀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랑을 덮었던 비닐이다. 그것을 걷어 그냥 아무렇게나 방치를 하고 가버렸다.

 

"이런 사람들하고는. 잘 걷어서 모아 버리든지 하지 않고."

"고구마만 캐서 그냥 가버렸네요."

"그러게 말여. 밭주인이라면 당연히 치웠겠지만, 밭을 사서 캐는 사람들은 저렇게 버려두고 그냥 가버려."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버려진 폐비닐들이 바람에 날아다니다가,나무 가지에도 걸려 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처치가 곤란하게 쌓여있다는 폐비닐. 가을걷이가 끝난 후 우리가 보는 또 하나의 아픔이다.

 

  
▲ 폐비닐 고구마밭을 덮었던 비닐을 그냥 방치하고 가버렸다
ⓒ 하주성
폐비닐

  
▲ 폐비닐 무더기 여기저기 밭에서 걷어내 버려진 폐비닐이 바람에 날아다닌다.
ⓒ 하주성
폐비닐

"그 고구마 잘 닦아서 쪄 먹어봐. 정말 맛있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 피눈물이 나는데..."

 

말끝을 흐리시는 어르신의 표정에서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는 또 다른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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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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