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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꼬막이 제철이다. 전라도의 진미 중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게 참꼬막이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는 참꼬막을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이라고 표현했다. 녹차막걸리에 꼬막 한 접시 올려놓으니 최고의 주안상이다.

 

벌교 시장입구의 가게에는 꼬막망태가 가득가득 쌓여있다. 28일 참꼬막 맛을 보려고 맛객과 함께 벌교의 재래시장을 찾아갔다. 동막식당 아주머니가 손님들이 직접 사와야 꼬막을 삶아주겠다는 것을 알이 토실한 것을 골라달라며 특별히 부탁을 했다.

 

잠시 후 아주머니가 벌교재래시장 단골거래처에서 참꼬막을 사왔다. 수돗물을 틀어놓은 채 큼지막한 통에 꼬막을 넣고 빠득빠득 문지른다. 시커먼 뻘물이 나오자 헹궈내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꼬막을 깨끗하게 씻어낸다. 아주머니는 요즘은 꼬막 삶아내기가 세상 편해졌다며 잘 씻은 참꼬막을 솥단지의 물이 따뜻해질 때쯤 넣고 삶다가 김이 올라오면 곧바로 불을 끄라고 했다.

 

다음은 벌교재래시장에서 꼬막을 삶아주는 동막식당 주인아주머니와의 일문일답이다.

 

-참꼬막 좀 삶아주세요?

"우리는 꼬막을 사갖고 오신 양반만 삶아줘요."

 

-참꼬막 어떻게 삶아야 맛있어요?

"칼칼 씻어갖고 쪼끔만 삶아야 된디... 물 부어 갖고 김이 막 올라오면 바로 불을 꺼버려 그래야 맛있어. 꼬막을 잘못 삶으면 양쪽 껍덕에 다 붙어 부러 그라면 사람들이 썩었다고 안  묵고 다 버려."

 

-참꼬막 맛있게 먹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김이 소르라니 올라올 때 꺼내 까먹어야 맛있어. 배가 군푸(배고플때)할 때 먹으면 정말 맛있지."

 

-벌교 참꼬막이 왜 그리 유명하데요?

"꼬막이 사람들한테 겁나게 좋답니다. 모든 것에 다 좋답니다. 피부도 좋아지고..."

 

-꼬막을 쉽게 까는 방법이 있나요?

"꼬막의 양쪽을 어긋나게 잡고 이렇게 살짝 밀어. 손톱으로 까면 손톱이 다 닳아 부러."

 

아주머니에게 특별히 부탁해서일까. 하나같이 참꼬막 알맹이가 탱글탱글 잘도 여물었다. 선술집 같은 허름한 분위기의 동막식당은 벌교 재래시장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인심이 후한 조덕심(61)아주머니는 손님들의 심부름도 마다 않는다.

 

참꼬막은 까는 순간부터 형태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곧바로 먹어야 참맛을 느껴볼 수가 있다. 벌교 사람들이 똥꼬막이라 부르는 새꼬막과는 그 맛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꼬막을 오래 삶으면 꼬막의 알맹이도 줄어들고 맛도 덜하다.

 

이렇게 소르라니 삶아낸 벌교 참꼬막은 알큰하고 배릿하며 쫄깃하기까지 하다. 벌교 참꼬막의 참맛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아주머니의 말마따나 소르라니 삶아내 핏기가 있는 상태가 가장 좋다.

 

아주머니의 말에 의하면 벌교 재래시장에 꼬막을 삶아주는 집이 4곳 있다고 한다. 참꼬막을 시장에서 손님이 사다주면 그 값은 1인당 3천원에서 5천원, 식당마다 차이가 있다고 했다.

 

벌교읍내는 여자만을 끼고 있어서인지 재래시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에서부터 해산물이 넘쳐난다. 장터도 비교적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소박한 삶에 푸근한 정이 살아있는 벌교재래시장이 정겹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다음,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참꼬막, #벌교, #순천만,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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