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를 보면서 느끼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었요. 순수한 감정에 충실해서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한 거죠. 꽃은 예쁨 그 자체지만, 지금 느끼는 향기, 꽃을 보는 순간의 두근거림 같은 감정을 담아내려고 했어요."

 

폐허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 왔던 서양화가 최미림씨가 22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위치한 경기문화재단 2층 제 1전시실에서 3번째 개인전을 열며 한 말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개막을 앞둔 22일 오후 3시 전시장에 들어서자 한켠은 백합과 장미, 나팔꽃의 그윽한 향이 풍기는 듯했다. 각각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꽃이 갖고 있는 특징이 잘 살아 있다. 한 작품 안에서도 꽃은 사실 묘사로 강조하고 배경은 생략하면서도 번지는 기법을 쓰고 있다. 또한 여러 그림이 전체로 보면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온다.

 

 

최씨는 "배경은 야수파적인 강렬한 색조와 선묘 방법을 썼고, 유화와 아크릴화, 수채화, 소묘 같은 다양한 기법으로 감성을 표현하고자 했다"면서 "번지는 기법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고, 작품을 잇대어 놓거나 화면분할 기법을 도입해 그림 속 주제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많은 자연 환경 중 왜 중심 소재를 꽃으로 정했느냐고 묻자 최씨는 "사실 나도 꽃을 굳이 소재로 삼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 못했다"면서 그 계기를 이렇게 털어놨다.

 

"꽃은 그냥 둬도 예쁜데,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 못하면 오히려 감성을 잃잖아요. 그런 작업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데 한여름에 장미를 보면서 문득 나만의 감성으로 다시 그려보고 싶더라고요."

 

전시회장에선 2회 개인전 때 선보였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작품의 시선은 폐허 속에서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곳을 묘사하고 있다. 건물 잔해가 널려 있는 어두운 공간 안으로 밀려드는 햇살과 밝은 색감의 바깥 풍경이 어우러져 희망을 전해준다. 낡은 수레 안의 목마와 그것을 바라보는 소녀 그림은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떠올리게 한다.

 

 

최씨가 그림을 시작한 것은 화홍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다. 워낙 그림그리길 좋아해 개인교습을 받았다. 김주영 전 애니메이션고등학교 교장과 권용택 전 민예총수원지부장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작가들에게 배웠다.

 

"정말 좋은 은사님들을 계속 만났어요. 화홍문화제나 도대회 때마다 좋은 결과도 나왔죠. 그러면서 그림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고요."

 

창현고등학교 3학년 때엔 지역의 쟁쟁한 선배화가들과 함께 '수원환경미술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 뒤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학과, 같은 대학원 판화과에서 배웠고, 30여 차례 단체전을 비롯해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은 생활의 여러 가지 다른 생각에서 독립한 순간이에요. 제 자신의 감성에 몰입할 수 있거든요.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감정 순화의 시간인 거죠."

 

이번 전시회 기간은 최씨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옆 제2전시실에서 최씨에게 그림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인 '그림자리'(대표 윤라경) 창립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최씨는 "그림을 배우겠다고 어렵게 결심하신 분들에게 뭔가 도움을 드리려 고민하던 중 이번에 함께 자리가 마련돼 기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표현하고자 모인 분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자리거든요. 바쁜 일상에서 틈틈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려는 열정으로 작업에 정진한 분들이 이렇게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을 정말 축하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www.urisuwo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최미림, #경기문화재단, #수원시, #꽃, #그림자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