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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는 으레 악취가 진동할 것이라는 건 선입견일 뿐이었다.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았다. 고작 가축 몇 마리 기르는 그런 곳이 아닌데도 그랬다. 사육 규모가 소 4마리와 돼지 90마리, 그리고 닭 1000마리나 된다.

 

축사도 소와 돼지 사육사 각 1동, 닭 사육사 2동(산란계사·육계사 각 1동)에다 사료 등을 만드는 자재 제조실까지 갖추고 있다.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 주산리에 있는 축사. 자재 제조실에서 조영수(57)씨가 일을 하고 있다. 무얼 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사료를 만들고 있다"며 "구경해도 좋다"고 한다. 옆에서 보니 대를 엮어 만든 사료저장고(사일로)에 갖가지 부산물과 황토를 넣고 물 뿌려주기를 반복한다.

 

 

부산물이 무엇인가 묻자 "온갖 것이 다 들어간다"고 한다. 언뜻 나뭇잎도 보이고 음식물찌꺼기도 보인다. 심지어 축분처럼 생긴 것도 눈에 띈다.

 

조씨는 사방에 널려 있는 게 다 사료의 재료가 된다고 했다. 중간중간 뿌려주는 것도 그냥 물이 아니라 토착미생물을 희석시켜 만든 액비라고 했다. 이렇게 만든 것이 발효·숙성을 거쳐 사료로 만들어진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 옆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사료에다 배합사료를 섞어놓은 게 보인다. 그의 말에 의하면 발효사료와 배합사료를 7대3으로 섞어 먹이고 있단다. 음용수도 한방영양제나 천혜녹즙 등을 섞어준다.

 

 

이런 걸 먹고 자란 돼지와 소는 소화를 잘 시켜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병치레도 하지 않는다. 그만큼 건강하게 자란단다. 자연스럽게 배합사료를 먹이는 축산물과도 품질로 차별화가 이뤄진다. 농산부산물을 활용하면서 생산비는 줄고 소득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한 일.

 

토착미생물이 먹이로만 쓰이는 게 아니다. 축사의 흙바닥 위에 톱밥과 볏짚, 버섯폐목 등을 깔고 거기에 자연농업 자재인 토착미생물을 희석시켜 뿌려준다. 이렇게 해주면 발효가 활성화돼 악취가 나지 않는다. 축분을 사료로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이 덕이다.

 

환기도 잘 된다. 열 전도방식의 하나인 대류를 활용한 공력이다. 안으로 들어온 바람이 구석구석까지 돌아 빠져나가게 돼 있다. 하여 축사 바닥이 늘 꼬실꼬실하다.

 

냄새 없는 축사를 만든 비법이다. 토착미생물을 바닥에 깔고, 또 가축에 먹이고, 거기에다 완벽한 환기시스템까지…. 산중에 있는 축사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외국에서까지도 소문을 듣고 심심찮게 찾아온다고.

 

 

축사 옆에서 점심식사를 해먹은 조씨 부부가 자연축산을 시작한 건 불과 몇 달 전.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농사'의 '농'자도 모르고 살았던 그였다. 대처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찾다가 '자연순환농업'을 접하게 된 것.

 

전통의 한옥마을을 조성할 생각으로 미리 마련해 둔 땅의 일부가 도로(주산-순창간 확포장공사) 부지로 편입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긴 직후였다.

 

농약과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천연의 재료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충북 괴산까지 가서 자연순환농업 교육을 받게 된 계기다. 지난해 4월이었다. 조씨는 교육을 받는 동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하니 그 희망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내친 김에 전문교육을 받으러 다시 갔다. 자신감도 얻었다. 하지만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과연 혼자서 할 수 있을까' 망설여졌다.

 

 

이번에는 부인 박윤희(53)씨가 나섰다. 남편이 갈등하는 걸 보고 "나도 한번 교육을 받아보자"며 자청한 것. 그녀는 내친김에 기초교육과 전문교육까지 모두 받았다. 조씨 혼자서 하던 고민이 몇 달 사이 이들 부부 공통의 고민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 곡성군농업기술센터의 조경운 계장. 이들의 고민을 들은 조 계장이 "같이 한번 해보자"며 선뜻 나서 힘을 실어줬다. 금세 이들 부부가 곡성군의 자연순환생명농업 축산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몸'이 된 기술센터에선 사업비를 지원해주고 전문기술도 가르쳐 주었다.

 

축사가 들어서고 지난 8월 중순께 소와 돼지, 닭도 들였다. 지금의 추세라면 연말까지는 완전히 뿌리를 내려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농촌이 살 길은 자연순환농업뿐"이라며 "내년엔 축사 옆에 식당도 지어 소비자들이 직접 축사를 둘러본 다음 식사를 하고 고기도 사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터 닦기 작업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내년 이맘 때엔 냄새 없는 축사를 둘러보고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도 할 수 있겠다. 조씨 부부가 지금 날마다 그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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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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