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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정당, 이슬람 첨탑 설치 반대 운동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 온라인 판은 지난 9일 스위스 우파와 극우정당들이 배포한 반이슬람 포스터가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파 '국민당'과 극우파 '기독당'이 제작한 이 포스터는 스위스 국기 위로 테러리스트를 연상하게 하는 차도르 착용 이슬람 여성이 서 있고 이슬람사원(모스크)의 첨탑(미나레트)들이 미사일처럼 솟아있다.

미나레트는 모스크의 일부로 무슬림들에게 하루 다섯 차례의 예배 시각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슬람권에서는 거의 모든 모스크에 딸려있으나 기독교 전통이 강한 유럽에서는 지역 상황에 따라 설치해 놓고 있다.  

스위스 우파정당들이 배포하고 있는 모스크 첨탑(미나레트)설치 반대 포스터. 차도르를 한 여성과 미사일 모양의 첨탑이 반이슬람과 인종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첨탑반대 포스터 스위스 우파정당들이 배포하고 있는 모스크 첨탑(미나레트)설치 반대 포스터. 차도르를 한 여성과 미사일 모양의 첨탑이 반이슬람과 인종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스위스국민당(www.svp.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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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우파정당들은 이슬람사원들이 신청한 미나레트 설치 여부를 놓고 내달 29일 국민투표가 실시되자 설치 저지 캠페인을 위해 제작했다고 밝혔지만 매우 선동적이고 모욕적인 내용으로 인해 국민 여론이 양분되고 이슬람 사회는 물론 유엔인권위 등 국제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엔 인권위는 지난 13일 회의를 통해 스위스정부가 첨탑 설립을 반대하는 국민투표청원을 받아들이고 극우정당의 포스터를 허용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스위스 연방정부와 의회의 다수 의원들도 가결될 경우 유엔협약과 차별을 금지하는 자국 법률에 저촉되는데다 이슬람 국가들과의 외교 마찰이 우려된다며 발의안을 부결시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타게스-안자이거 같은 현지 언론들은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과반수에 해당하는 51%가 발의안에 반대하고 35%가 찬성 의사를 나타냈으며 포스터에 대해서도 도시별로 의견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바젤, 로잔 시는 인종주의적이고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부착을 거부했으나 제네바, 취리히, 루체른 등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배포를 허용했다.  

제네바 같은 도시가 반이슬람 포스터를 허용한 것은 전통적으로 기독교의 영향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6세기 종교개혁가 존 칼뱅이 성시화를 추진했던 제네바는 1억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장로교인들의 본산이며 올해 칼뱅 탄생 500주년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스위스 전체 인구 750여만 명 가운데 30만 명이상이 무슬림이며 지난해 스위스의 대아랍권 수출액은 약 87억 스위스 프랑(83억6천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스위스의 이웃국가인 오스트리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해 총선에서 반이슬람주의를 통해 약진한 오스트리아 극우성향의 '자유당'과 '미래동맹'도 최근 미나레트 설치는 기독교 국가인 오스트리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극우정당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이 강한 남부 케른텐주에서 미나레트 설치를 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다른 주에도 같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미나레트 설치문제로 몸살을 앓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유럽은 무슬림들이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2005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실업난과 차별에 분노한 무슬림들이 대규모 봉기를 했고 지난 9월 5일에는 이슬람 노동자가 많은 영국 버밍엄 시에서 극우단체인 영국수호동맹이 '더 이상 모스크는 안된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다 반대집회를 하던 무슬림들과 폭력 충돌하는 등 크고 작은 소요가 계속되고 있다.

유럽언론들은 2008년 말 현재 유럽의 무슬림 인구는 5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프랑스·독일·네덜란드는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톨릭을 포함한 유럽의 일부 종교인들은 2015년까지 유럽의 무슬림 인구가 현재의 두배인 약 1억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7세기부터 16세기가 사라센과 오스만 투르크 등에 의한 직접적인 무력침공의 시기였다면 지금은 점진적인 방식의 침공이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인들의 우려는 자기당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호황기에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이슬람권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유입을 허용해놓고 경제불황 등으로 실업률이 높아지자 무슬림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처럼 새로운 사회나 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유럽 각국의 극우정당들은 오로지 '외국인 추방과 해고'만을 외치면서 반 이슬람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문명비평가 제레미 리프킨은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를 폭로하면서 그 대안이 유럽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유러피언 드림'을 저술한 바 있다. 리프킨은 유럽사회가 관용과 다양성, 세계화 의식을 강조하면서 서로 다른 집단들의 조화를 추구한다고 주장했지만 유럽의회 선거와 각국 총선 등을 통해 극우파들이 약진하면서 그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번 스위스의 경우처럼 이슬람 성전의 미나레트를 미사일과 비교하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는 극우주의자들의 어리석은 행동이 계속되면 될수록 유러피언 드림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태그:#이슬람, #미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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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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