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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더불어 열리는 '화이트밴드 캠페인'은 세계 절대빈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 정부가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를 달성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2005년부터 전 세계 120여 개 국가에서 펼치고 있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6월 9일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가 출범되었다. 사회 전반에 MDGs의 중요성을 알리고, 세계 10위권에 근접한 경제규모에 맞는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한편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국내 2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여 만들어졌다.

주요활동으로는 MDGs에 관한 대국민 캠페인 및 대정부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특히 MDGs의 8번째 목표인 "개발을 위한 국제 파트너십 건설"에 초점을 맞추어, 대한민국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의 양과 질의 개선 및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화이트밴드는 ‘빈곤을 종식시키자(End Poverty)’라는 구호가 적힌 흰색 실리콘 팔찌이다.
▲ 화이트밴드 캠페인 화이트밴드는 ‘빈곤을 종식시키자(End Poverty)’라는 구호가 적힌 흰색 실리콘 팔찌이다.
ⓒ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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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빈곤,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여야

빈곤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절대적 빈곤(혹은 극단적 빈곤), 중위의 빈곤, 상대적 빈곤이 바로 그것이다.

절대적 빈곤이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만성적 기아의 상태에 빠져 있고,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없으며, 집안에 안전한 식수나 위생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자녀 가운데 일부나 전부를 교육시킬 능력이 없으며, 기본적 거처와 신발과 같은 의복도 항상 결핍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중위의 빈곤은 일반적으로 기본적인 필요는 충족시키지만, 가까스로 충족시킬 정도뿐인 생활수준을 가리킨다. 상대적 빈곤이란 일반적으로 평균적인 국민소득보다 낮은 수준의 가계를 말한다. 문화상품, 오락,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교육을 접할 수 없으며, 사회적 상승 이동을 위한 기타 특권을 갖지 못한다.

2000년 9월 UN 총회에서 189개국 정상이 모여 새천년선언(Millennium Declaration)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고, 2015년까지 절대적 빈곤을 반으로 줄이기 위해 MDGs를 선정해 공표하였다. 이의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는 2015년까지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ODA 수준을 자국 GDP의 0.7%까지 끌어올리기로 합의하였다. 이미 1970년대 초에 합의한 선진국의 ODA의 비율이 0.7%이었기는 하지만, 현재 이를 지켜온 나라는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 5개국뿐이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출연규모는 ODA 권고액의 1/3 수준인 0.23%에 불과하다.

소말리아 남부 바쿨지역의 난민촌에서 어린 소녀가 땔감용 나무를 나르고 있다. 가뭄이 계속되는 이 곳에서 난민들은 구호식량에 의지해 하루 하루를 연명한다.
▲ 난민촌에서 땔감용 나무를 나르는 소녀. 소말리아 남부 바쿨지역의 난민촌에서 어린 소녀가 땔감용 나무를 나르고 있다. 가뭄이 계속되는 이 곳에서 난민들은 구호식량에 의지해 하루 하루를 연명한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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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빈곤 어디까지 와 있나?

지구상에는 세계인구의 1%, 대략 6200만 명이 해마다 여러가지 이유로 사망한다. 현재 지구상에서는 5초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 한 명이 기아 또는 영양 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2006년에는 3600만 명 이상이 기아 또는 영양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했다. 2007년 기아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같은 해 일어난 모든 전쟁의 사망자를 더한 수보다 많다.

유엔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했던 장 지글러는 그의 저서 '탐욕의 시대'에서 "영양 결핍과 기아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21세기 최대의 비극이다. 이는 어떤 이유나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부조리와 파렴치의 극치이다. 나아가 끝없이 되풀이되어온 반인류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이 상황이 앞으로 더 좋아질 기미가 잘 보이진 않는다. 여러 가지 통계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제3세계의 122개국에 전세계 인구의 85%가 살고 있는데, 이들 나라의 국제무역 거래액은 전체 무역 거래액의 25%에 불과하다. 가장 부유한 1%의 인구가 가장 가난한 사람들 57%의 수입을 모두 합한 것과 같은 금액의 돈을 번다. 1970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42개국의 무역거래량은 전세계 무역거래량의 1.7%였지만, 2004년에는 0.6%로 하락했다. 40년 전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사람은 4억 명이었으나, 지금은 8억 54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목축을 생계수단으로 살아가던 많은 사람들이 기근으로 가축을 잃고 시름에 빠져 있다.
▲ 가축의 시신 옆을 걸어가는 어린이. 목축을 생계수단으로 살아가던 많은 사람들이 기근으로 가축을 잃고 시름에 빠져 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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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빈곤의 역사, 하지만 충분한 식량은 이미 확보되어 있다

기아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선사시대부터 로마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아마 있었을 것이다. 19세기 산업혁명에 이르러서야 인류는 생산성의 향상을 경험하게 된다. 비로소 물질적인 풍요가 시작되는 듯 여겨졌지만, 기아의 문제는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정세 변동적인 기아(또는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인 기아'를 구별한다. 정세 변동적인 기아란 한 국가의 경제가 전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갑작스럽게 침몰하면서 발생하는 기아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가뭄이나 쓰나미가 덮쳐 마을이나 경작지, 도로, 수원지가 파괴되어 갑작스럽게 식량이 바닥나고 수백만의 인구가 위험에 처하는 경우이다. 구조적인 기아란 전반적인 저개발 경제상태로 발생하는 기아를 가리킨다. 저조한 생산력, 급수설비나 도로 같은 인프라의 미비, 주민 다수의 극도의 빈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오늘날의 세계인구는 약 68억 정도 된다. 하지만 이미 1984년 당시의 농업생산력을 기준으로 120억 명의 인구를 먹어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2400~2700 칼로리 정도의 먹을 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량이 제대로 공급된다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먹고 남을 것이다.

서구에는 오래 된 신화가 하나 있다. 기아가 지구의 인구밀도를 조절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생존하도록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조절한다고 믿는 것이다. 맬서스의 인구론을, 끔찍한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양심의 가책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세 변동적인 기아와 구조적인 기아는 모두 부채로 인하여 영향을 받는다. 어떠한 면에서 기아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인간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렇다면 기아로 죽은 이들은 살해 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외국의 도움을 받던 우리나라, 과연 얼마나 돕고 있나?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원조의 수혜국가에서 공여국가로 자리바꿈을 한 나라이다. 그간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해외원조가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촌의 빈곤 퇴치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과 기여도는 과거 우리가 받았던 해외원조를 돌이켜 볼 때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 지원한 ODA는 7억 9700만 달러로 OECD 개발 원조위원회 회원 22개 국가 및 개발원조위원회 비회원국 5개국을 포함한 27개 국가 중에서 19위 수준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ODA 규모를 2015년까지 OECD의 평균수준인 GDP의 0.25%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나,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고려할 때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대 문호 빅토르 위고는 "당신들은 구호를 받는 가난한 자들을 원하지만, 나는 가난이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구촌에 만연한 빈곤이 퇴치되기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태그:#빈곤, #유니세프,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 #MDGS, #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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