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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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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결식 아동에게 가야 할 돈들이 갈 수 없게 된다. 서민지원 한다고 하면서, 빈민들에게 줄 돈을 가져다 쓰는 것이다."(이성남 민주당 의원)
"이것은 완전히 관치(금융)다. 반드시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0"(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현 정부가 친서민 대책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중인 소액대출사업인 '미소금융'에 대해, 12일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미소금융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전형적인 관치금융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도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것", "완전한 관치" 등의 표현을 써가며 대책 보완을 주문하기도 했다.

우선 여야 의원들은 미소금융재단의 재원 마련 방식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미소금융은 향후 10년에 걸쳐 금융기관으로부터 휴면예금 이외에 3000억원을 출연받고, 재벌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1조원을 기부받는 등 모두 2조원 규모로 재원을 마련해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미소금융은 철저한 준비없는 관치금융의 노골적인 부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미소금융에 대해 기업들이 공감하는 것과 (정부가) 목표액을 제시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면서 "이는 과거 정부가 해온 관치금융의 수법과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박선숙 의원도 "대기업과 금융권의 기부금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관치금융의 노골적인 부활"이라며 "서민금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철저한 준비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금융위원회는 지난 10년 동안 정부와 민간단체 등에서 서민금융에 투자해 온 지식과 경험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MB식 코드맞추기의 전형"이라고 밝혔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재벌들이 1조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아직 전경련에선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고,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금융인들에게 말을 들어보니, 미소금융은 좋은 떡잎이 아니라 누런 떡잎으로 오래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기업들이 매년 사회공헌기금으로 돈을 기부하고 있는데, 미소금융 출범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들어갈 돈이 (미소금융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실상 결식 아동들에게 가야할 돈이 못 갈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지원 대상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혜택을 받을수 있는 사람은 20만~25만가구에 불과하다"면서 "전체 금융소외자 800만명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할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경제를 무시하는 것"- "기업들 자발적으로 공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12일 오전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가 미소금융재단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과 관련, 금융위가 금융위기를 이용해 관료주의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12일 오전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가 미소금융재단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과 관련, 금융위가 금융위기를 이용해 관료주의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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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들도 비판의 강도만 약간 달랐을 뿐 미소금융에 대한 지적이 계속됐다. 한나라당 중진인 이한구 의원은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에다 대고 강제로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금융위가) 과거 우리가 공격했던 좌파정부의 방식대로 일을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것 하나하나가 관치이고, 관료주의 철학이 그대로 배어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당 고승덕 의원은 진동수 위원장을 상대로 미소금융의 법적 근거가 미비한 점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그는 "미소금융 출범당시 그동안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해왔던 보건복지가족부도 제대로 몰라 당혹해 하고, 금융권의 휴면예금재단도 간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미소금융재단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해놓지 않으면 이번 정책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 의원은 또 "단지 (미소금융이) '착한 사람이 착한 재단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해선 안된다"면서 "중구난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제대로 된 지원도 어려울 뿐 아니라 사후 통제도 매우 어려울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조원이라는 돈도 결국은 국민의 돈"이라며 "이 돈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관리 감독해야할 법적 근거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답변에 나선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소외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미소금융을 만들게 된 것"이라며 "금융위원회가 운영 방향 등을 제시하고, 중소기업청 등 관련 부서와 협의를 해서 서민들이 재활에 성공할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강제 모금과 관련해, 진 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은 이미 휴면예금으로 기금 마련에 기여하고 있으며, 새로운 차원의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기업들도 미소금융에 대해 자발적으로 공감을 표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방안은 현재 재단과 협의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 주식 실명전환 과징금 냈나"- "확인해보겠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삼성생명 등 계열사 주식을 차명으로 가지고 있다가, 실명으로 전환한 후 해당 금융기관이 현행법에 따라 과징금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전날인 11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삼성증권이 이건희 전 회장 명의로 실명전환된 삼성생명 차명 주식에 대해 350억원에 대한 과징금을 제대로 징수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금융위원장은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현행 금융실명법에선 지난 1997년 말 법이 시행된 이후 실명으로 전환된 금융자산은 50%의 과징금을 금융기관이 원천 징수하도록 돼 있다. 이 전 회장의 경우 지난 삼성특검 수사를 통해, 삼성생명 주식 324만4800주를 포함해 모두 4조5373억원 상당의 차명재산이 드러난 바 있다. 이후 작년말 이후 이들 주식을 실명전환했다.

김상조 교수는 이에 대해 "실명제 이전부터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삼성생명 주식이 관리돼 오다가, 작년말에 뒤늦게 실명전환이 됐기 때문에 명백한 과징금 징수 대상"이라며 "차명 주식을 관리하던 삼성증권은 (실명제 시행일인 1993년 주가 기준으로 해서) 생명 해당 주식 가액의 50%인 350억원을 원천적으로 징수했는지, 금융위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질문을 받은 진동수 위원장은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겠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은 꺼렸다.

이밖에 최근 삼성증권이 삼성특검 출범 직전에 43만건에 달하는 계좌개설신청를 무단 폐기한 사실과 감독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삼성증권의 이같은 자료폐기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라고 묻자, 진 위원장은 "이번 국감기간에 알았다"고 답했다. 이어 이 의원이 "중요한 고객 정보를 소중히 다뤄야할 대형 금융기관이 이렇게 수십만건 자료를 무단으로 폐기하고도, 감독당국은 경고조치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 위원장이 "금융감독원에서 기관 경고 등의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같은 행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금감원에 주의 환기를 시키겠다"고 답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이같은 위반사실을 적발하고도, 기관 경고와 함께 해당 임직원에 대해선 감봉 등의 징계를 내렸다. 배호원 전 사장에 대해선 퇴직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징계는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국정감사, #정무위, #미소금융, #이건희 , #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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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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