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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경영을 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이하 방문진)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이 '(방송이) 과연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것이 맞느냐'고 발언한 것이 확인돼 공영방송 이사 자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서갑원 의원(전남 순천, 민주)이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8월 19일 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방문진 이사들은 MBC의 공영성에 대해 집중 거론했다.

 

이날 김광동 이사는 2009년 하반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엄기영 사장을 향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가 의문을 제기한다"며 "MBC가 공영성 내지 공적 책임의 확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듣고 싶다"고 질문했다.

 

남찬순 이사도 이어 "같은 내용의 질문이다. 사장은 공영성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먼저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엄 사장의 답변을 촉구했다.

 

서 의원은 12일 오후 국정감사에서 김우룡 이사장에게 "어떻게 방문진 이사회에서 '언론이 국가로부터 속박받아야 한다는 이런 취지의 발언이 나올 수 있느냐"며 해명을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그런 발언이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김광동 이사의) 발언 취지는 의원님이 생각하는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답했지만 자세히 해명하지는 않았다.   

 

김광동 이사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김 이사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한다'는 얘기는 권력이 자의적으로 방송의 독립성이나 자율권을 침해할 때 쓰는 말이고, 내가 말한 '권력'의 의미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김 이사의 논리는 MBC의 주인인 국민이 정부를 선택하고, 정부는 방문진에 MBC의 관리·감독권을 위임하고, 방문진은 MBC에 경영권을 위임한 것이기 때문에 방문진에 의한 MBC 관리 감독은 국민들로부터 위임을 받은 정당한 행위라는 것. 19일 이사회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방문진의 합법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강조하기 위해 나왔다는 것이 김 이사의 해명이다.

 

이사들 '특정 시간대에 어떤 프로 편성하라' 주문하기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방문진의 MBC 편성권 침해' 논란을 거론하자, 김우룡 이사장은 '여론의 비난을 받는 등 문제가 된 프로그램에 대해 차후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후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방문진 이사회 회의록에는 각 이사들이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성격을 언급하면서 방송 편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19일의 방문진 이사회 회의록에는 차기환 이사가 "MBC의 공영 방송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6·25나 제헌절 등 국가적 기념일에 그 의미를 일깨우는 방송을 프라임 타임에 특별 편성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한 것으로 나와 있다. 프로그램의 의의와 성격은 물론 특정한 편성 시간대까지 제시하면서 방송을 만들 것을 요구한 것.

 

김 이사도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이 오늘까지 오는 데 희생하고 기여한 분들의 뜻을 국민과 공유하는 기념 방송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MBC는 현장에서 뛰는 기업이나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생각하며, 그들에 대해 보다 따뜻하고 친근한 시선으로 접근한다면 더 좋은 방송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광동 이사는 지난 9월 23일 이사회에도 "<시사매거진 2580> <뉴스 후> <PD수첩> 등 개인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통폐합하는 등 상징에 걸맞은 과감한 조치를 통해 MBC 내·외부에 MBC의 변화를 알리는 모멘텀을 만들기를 촉구한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방문진의 편성권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태그:#방문진, #MBC,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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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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