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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문화유산 탐사

 

 

남한강의 물줄기가 강원도를 지나 충북으로 들어오는 초입에 단양이 있다. 단양은 또 골이 깊고 산이 높아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으로 유명하다. 1984년 충주호가 생기면서 단양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관광지로 그 이름을 더하고 있다. 지난 주 우리는 주말답사라는 이름으로 단양의 문화유산을 찾아 나섰다.

 

중앙고속도로 북단양 나들목에서 나와 도담삼봉과 석문을 본 후 적성면의 수양개 유적에서부터 남한강을 따라 영춘면 의풍리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도담삼봉과 석문은 단양팔경 중 제1경과 제2경이다. 이 둘은 직선거리로 30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이들을 보고 나서 수양개 발굴 현장과 선사유물전시관으로 갈 예정이다.

 

 

그곳에서부터는 강변을 따라가면서 주위에 있는 문화유산을 찾아갈 것이다. 매포읍 덕천리에서 전통기와집을 보고 가곡면 향산리를 찾아 3층석탑을 볼 예정이다. 그리고 나서는 이번 답사의 하이라이트인 비마라사지와 태장이묘를 찾아가려 한다. 비마라사(毗摩羅寺)는 의상대사가 중국에서 화엄학을 공부한 후 돌아와 세운 화엄10찰 중 하나다. 또 태장이묘는 단양향토사 연구자들이 온달장군의 묘라고 주장하는 특이한 문화유산이다.

 

이들을 보고 난 다음 우리는 영춘면으로 들어가 향교를 볼 예정이다. 영춘은 현재 면으로 격하되었지만 옛날에는 현이 있었다. 그래서 영춘에는 향교가 있다. 영춘향교는 중심축선에 대성전이 있고 명륜당이 한쪽으로 비켜서 있는 특이한 배치를 하고 있다. 이곳 의풍향교에서 935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충북의 동북쪽 끝 의풍리에 이른다. 영춘면 의풍리와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 경계에는 김삿갓 무덤과 유허지가 있다. 오늘 답사의 마지막은 김삿갓 무덤이다. 

 

각기리 선돌에 얽힌 이야기

 

 

북단양 나들목을 나와 도담삼봉으로 가기 전 우리는 조금은 덜 알려진 문화유산을 세 가지 보기로 했다. 먼저 도 기념물인 각기리 선돌과 비지정문화재인 상시바위그늘 유적 그리고 천연기념물인 영천리 측백수림이다. 이들 중 각기리 선돌이 가장 덜 알려져 있다. 각기리 선돌은 단양군 적성면 각기리 앞말 입구에 있다.

 

각기리(角基里)라는 동네 이름이 이 선돌에서 나왔다. 두 개의 선돌이 마을 앞에 서 있는데 이것이 뿔 모양을 하고 있어 뿔터 또는 각기로 불린다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선돌 중 하나는 뾰족하고 다른 하나는 둥글어서 암수 한 쌍으로 여겨진다. 뒷산에서 마을을 지나 내려온 물이 이곳 선돌 앞에서 모이기 때문에 아마 비보 차원에서 선돌을 세운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각기리 선돌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어려 있다.

 

 

"옛날 옛적에 한 스님이 탁발을 위해 각기리 마을을 찾았다. 그는 마을에서 가장 잘 사는 부잣집을 찾아 시주를 청하였다. 그러나 그 집 며느리는 스님을 본체만체 했다. 요즘 말로 '주나 봐라 주나 봐라' 식이다. 그러자 스님도 지지 않고 '가나 봐라 가나 봐라' 하면서 계속 목탁을 두드렸다. 이에 화가 난 며느리는 스님의 시주자루에 흙을 퍼 넣었다고 한다. 스님은 모욕을 당하고도 태연하게 그 자리를 떠난다.

 

얼마 후 그 스님이 이 부잣집에 다시 나타나 시주를 청하였다. 전과 마찬가지로 그 집 며느리가 나왔다. 스님은 그 며느리에게 '동네 앞에 있는 뿔 모양의 바위를 눕히면 이 집이 더 부자가 됨은 물론이고 동네도 번성할 것이오'라고 말하고는 표표히 떠나는 것이었다. 며느리는 그 연유를 더 물어보고 싶었으나 스님은 벌써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며느리는 스님의 말에 따라 마을 사람을 시켜 바위를 뽑아 눕히게 했다. 그런데 그 후 마을이 번성하기는커녕 점점 피폐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나 부자던 그 집도 차츰 몰락하여 결국 동네를 떠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동네의 몰락 이유가 바위를 눕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바위를 옛 모습대로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연후에야 동네는 다시 조금씩 옛 모습을 되찾고 잘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상시바위그늘이 뭐야?

 

 

각기리 마을에서 매포읍 도담리에 있는 도담삼봉으로 가기 전 5번 국도를 타고 제천쪽으로 가면 매포읍 상시리 바위그늘 유적과 영천리 측백수림이 나온다. 도담삼봉과는 반대방향이지만 이 두 가지 문화유산이 가지는 의미가 커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상시리 유적은 구석기 유적으로 유명하고, 영천리 측백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유명하다.

 

상시리 유적은 5번 국도변 단양팔경 휴게소 뒤쪽에 있다. 이곳은 주변의 바위와 측백나무 수림이 아우러져 멋진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휴게소는 문을 닫고 유조차와 덤프트럭만이 몇 대 서있다. 중앙고속도로가 나면서 5번 국도로 다니던 차들의 수가 줄어 휴게소가 영업을 그만둔 것이다. 요즘 국도변 휴게소와 가든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상시리 바위그늘은 3개의 동굴로 이루어져 있다. 1981년 연세대학교 박물관팀이 발굴한 결과 구석기에서 청동기 시대까지 유물이 발굴되었다. 가장 왼쪽에 있는 1바위그늘에서는 구석기시대 유적이 나왔다. 특히 5층에서 인골(人骨)이 나와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머리뼈, 이(齒), 팔뼈 등이 출토되었다. 2바위그늘에서는 빗살무늬토기와 검은색, 붉은색 간토기가 나와 신석기에서 청동기 시대 유적임을 알 수 있었다.

 

 

3바위그늘은 휴게소 마당 아래쪽에 있는데 모두 6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아래 6층에서는 하이에나의 뼈가 나와 구석기시대로 추정되고, 그 위의 4층에서 1층까지는 신석기 시대로 추정된다. 빗살무늬토기와 석기, 뼈도구들이 발견되어 신석기 동굴유적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단양군에는 4군데 구석기 유적이 있다. 그 중 단양읍 도담리 금굴유적이 가장 오래 되어 70만 년 전 구석기 유적으로 여겨진다. 다음이 상시바위그늘 유적으로 중기-후기 구석기 유적이다. 구낭굴 유적은 가곡면 여천리에 있는 석회암 동굴로 구석기시대 동굴생활 공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그리고 앞으로 찾아갈 수양개 유적은 중기에서 후기에 이르는 구석기 유적이다.        

 

영천리 측백수림은 천연기념물이다.

 

 

영천리 측백나무 숲은 천연기념물 제62호다. 석회암 지대인 매포읍 영천리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데, 식물군락학상 또는 집단유전학상 연구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측백나무는 1-2m 정도의 높이로 산 전체를 감싸고 있다. 측백나무는 길 반대쪽의 상시바위그늘 유적까지 분포하고 있다.

 

측백나무는 원래 산에 자생하는 수종이지만 사람들이 마을의 방풍림이나 집의 울타리, 정원수로 이용해 왔다. 측백나무는 4월에 꽃이 피고 6월에 열매를 맺으며 가을에 갈색으로 변하면서 씨가 나온다. 측백나무는 또한 피를 멎게 하는 지혈제로 사용되어 옛날부터 귀하게 여겨졌다. 

   

이들 측백나무 자생지는 단양 외에도 안동, 영양, 달성 등지에서 발견된다. 영천리 측백수림은 5번 국도 제천에서 단양방면 단양팔경 휴게소 왼쪽 산록에 있다. 이들 측백나무숲 옆으로는 매포천이 흐른다. 측백나무는 잎 모양과 나무껍질이 특이해서 보통 사람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태그:#단양군, #단양팔경, #각기리 선돌, #상시바위그늘, #영천리 측백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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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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