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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테미라. 나는 지금 17살이고 임신 8주째이다. 다니던 학교도 그만 두었고 일자리도 구할 수 없다. 내 미래에 대해 걱정도 많고 겁도 난다. 하지만 23살인 내 남자친구는 이런 복잡한 내 감정에 대해 별로 마음을 써 주지 않는다. 그는 내게 소리도 지르고…."

예쁘게 생긴 17살 소녀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털어 놓으며 끝내 눈물을 흘린다.

"저도 틴 맘(teen mom)으로 딸을 낳았어요. 공부도 제대로 못했지요. 그래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제 딸이 저처럼 틴 맘이 된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지네요."

딸과 함께 출연한 엄마가 딸의 임신 사실을 알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한다.


"저는 아기를 갖고 싶은데 임신이 안 돼서 고민이에요. 그래서 임신 촉진제를 먹고 있어요."


열다섯 정도 밖에 안 된 앳된 소녀가 10대인 남자친구가 선물했다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이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임신 촉진제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방청객들이 "와~"하며 놀라워한다. 

<타이러쇼>에 나온 테미라는 17살, 임신 8주째이다.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타이러쇼>에 나온 테미라는 17살, 임신 8주째이다.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 타이러쇼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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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들의 고백 "저 임신 중이에요"


"나는 임신한 18살 고등학생이에요. 내 아기는 오는 할로윈(10월 31일)에 나올 예정이고요. 내 나이에 임신을 하고 학교를 다니는 게 힘들겠지만 원래의 계획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나는 오는 11월에 출산 예정인 고등학생이에요. 후회는 하지 않아요. 하지만 흥분이 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타이러 쇼>(Tyra Show)에 출연한 10대들의 이야기다. <타이러 쇼>는 슈퍼모델을 했던 타이러 뱅크스가 진행하는 미국의 유명한 연예 토크쇼이다. 이 쇼에서는 지난 달 이틀에 걸쳐 10대들의 임신과 출산 문제를 크게 다뤘다.

이 자리에는 10대 소녀들이 남자친구나 엄마와 직접 출연하여 자신들의 임신 사실을 털어놓으며 임신에 따른 여러 가지 애로사항을 전했다.

<타이러쇼> 홈페이지에도 10대 임신과 관련된 누리꾼들의 의견이 500개 이상 올라왔는데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지난 4일 방영된 ABC-TV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나온 고등학생 니콜의 이야기였다.

ABC-TV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나왔던 고등학생 니콜. 현재 16살로 고등학교 11학년인 니콜은 2008년 4월 30일생인 딸과 2009년 4월 29일생인 아들이 있다.
 ABC-TV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나왔던 고등학생 니콜. 현재 16살로 고등학교 11학년인 니콜은 2008년 4월 30일생인 딸과 2009년 4월 29일생인 아들이 있다.
ⓒ ABC-TV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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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16살인 고등학교 11학년 학생이다. 14살이던 2008년 4월 30일에 첫 딸이 태어났고, 두 달 뒤 다시 임신을 해서 이듬 해 4월 29일에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 임신과 출산은 지금까지 내게 벌어진 일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일이다. 비록 지금은 아이 아빠와 함께 살지 않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아이 아빠가 나와 아이들을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나를 육체적으로 학대했다. 내가 법원에 보호 명령을 요청해 그와 살지 않게 되었다. 나는 아이 아빠로부터 기저귀 한 장, 돈 한 푼 받고 있지 않다. 물론 그의 전화도 받지 않고.

나는 두 아이 엄마이지만 아직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부모님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이런 내 얘기는 전에 ABC-TV에도 나왔다. 나는 10대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하고 출산하는 건 절대 반대다. 왜냐하면 결국 부모님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3명 중 1명... 미국, 10대 임신율 최고

미국의 '10대 소녀들의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전국 캠페인' 본부에 따르면 20세가 될 때까지 최소 한 번의 임신을 경험하는 10대 소녀는 전체의 1/3이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미국의 10대 임신률은 산업화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7일 자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에 따르면 미국 26개 주에서 10대 출산율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10대 소녀들의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전국 캠페인' 본부에 따르면 20세가 될 때까지 최소 한 번의 임신을 경험하는 미국의 10대 소녀는 전체의 1/3이나 된다고 한다. (출처 : The National Campaign to Prevent Teen and Unplanned Pregnancy)
 미국의 '10대 소녀들의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전국 캠페인' 본부에 따르면 20세가 될 때까지 최소 한 번의 임신을 경험하는 미국의 10대 소녀는 전체의 1/3이나 된다고 한다. (출처 : The National Campaign to Prevent Teen and Unplanned Pregn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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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임신과 출산에 관한 가슴 아픈 통계는 더 있다.

- 틴 맘은 고등학교 중퇴 가능성이 높아 졸업을 하는 경우는 절반이 채 안 된다. 
- 아기를 낳은 아기 아빠 10명 중 8명은 아기 엄마와 결혼하지 않는다.
- 싱글 맘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 10대 부모에게 태어난 아기는 가난하게 자라고 건강에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학대를 받거나 소홀히 양육되고 학교에서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결국 그 아기 역시 다시 10대 부모가 될 확률이 많다. 
- 미국의 소녀 6명 가운데 한 명은 틴 맘이 될 것이다.
- 틴 맘은 수학과 읽기에서 성적이 낮다.

이처럼 미국의 10대 미혼모 출산은 계속 늘고 있는데 이들을 지원해 줄 예산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어려워진 경제 탓이다. 기자는 바로 그 현장을 찾았다.

위기의 미혼모 지원 프로그램 

'4T 프로젝트'. 4T 프로젝트는 버지니아 주 해리슨버그 고등학교(HHS)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고등학생 틴 맘들에게 자녀 양육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관련기사: 10대 미혼모, '최고'로 대접합니다)

자신의 아들을 안고 있는 해리슨버그 고등학교 12학년 졸업반인 마류리 올만(18). 점심시간에 잠시 아이를 만나러 왔다.
 자신의 아들을 안고 있는 해리슨버그 고등학교 12학년 졸업반인 마류리 올만(18). 점심시간에 잠시 아이를 만나러 왔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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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4T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저를 포함한 여기 있는 12명의 틴 맘들은 학교를 중퇴했어야 했을 거예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책임 있는 부모의 역할도 배우고 제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어요. 제 미래의 꿈인 간호사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되었고요."

해리슨버그 고등학교 12학년 졸업반인 마류리 올만(18)의 말이다. 올만은 현재 6개월 된 아들을 둔 틴 맘이다. 그녀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4T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지난 2006년 겨울에 처음 시행된 '4T 프로젝트'는 처음에는 하루 4시간만 운영됐다. 그러다 틴 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11시간(오전 7시 15분에서 오후 6시 15분까지)으로 확대됐다. 틴 맘들이 방과 후에도 아기 걱정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기저귀와 우유 값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연간 8만6천 달러가 소요되는 '4T 프로젝트'가 어려운 경제 탓에 큰 위기를 맞았다. 시간도 단축됐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불투명하다고 한다. '4T 프로젝트'를 처음 도입했던 코디네이터 베스 빔을 HHS 보육실에서 만났다. 

"올해 들어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펀드가 크게 줄었습니다. 약 5만 달러에 달했던 버지니아 교육부 재원인 '21세기 그랜트'가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어요. 만약 '4T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이 중단된다면 틴 맘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양육과 관련해서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것이 유일했으니까요."

현재는 인근 대학생들과 이 학교 고등학생들이 빈 시간을 이용해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고 보수를 받는 세 명의 파트타임 스태프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상황이다.

4T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 해리슨버그 고등학교 보육실. 사진 속에 보이는 사람들은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이다.
 4T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 해리슨버그 고등학교 보육실. 사진 속에 보이는 사람들은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이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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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로 바닥이 나는 '21세기 그랜트' 대신 다른 그랜트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기금을 모으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고요. 시민들과 여러 기관을 통해서도 기부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동차 세차와 골프 토너먼트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펀드레이징도 도모하고 있습니다."

베스 빔 선생님의 말이다. 미국 10대들의 임신과 출산, 미혼모 문제는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틴 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틴 맘들과 이들을 돕는 사람들의 고민은 깊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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