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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국감'을 내세운 한나라당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일부 금융업자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1일 국정감사 증인 채택 문제와 관련 '국회가 서민 경제보다 폭리 금융업자를 먼저 보호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가 서민 경제를 최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성헌 의원은 "폭리를 취함으로써 서민 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는 일부 금융업자들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이 상임위 간사에 의해서 무시되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폭리 카드사 사장 증인 신청... 같은 당 간사가 반대?

이성헌 의원
 이성헌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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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성헌 의원은 오는 13일 열릴 예정인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감 때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원효성 국민은행 카드업무 담당 부행장, 이재우 신한카드 대표이사, 최도석 삼성카드 대표이사, 박상훈 롯데카드 대표이사 등 5인에 대한 일반증인 출석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 의원은 이들 5개 카드사 대표를 증인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의 이자율이 과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 카드사가 4~6%로 자금을 조달해 와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25~29%대의 높은 이자율로 현금서비스를 하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개 카드사가 현금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약 2조 원대(영업비용 포함한 제출자료)에 달한다.

이 의원은 "현금서비스 이자율을 낮출 수 있는지 여부를 증인들에게 묻기 위해 증인으로 신청했다"며 "현금서비스 사용규모와 이익규모가 1, 2위를 다투는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를 먼저 증인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또 '세이브포인트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카드회사 중 그 규모가 큰 현대카드와 삼성카드, 롯데카드 대표를 증인으로 선정했다. '세이브포인트 제도'는 자동차, 전자제품 등을 구매할 때 일정액(30만~70만원)을 할인하고 할인한 만큼은 카드 매출 발생 시 카드사에서 부여해 주는 포인트로 상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 의원은 "포인트로 갚지 못할 경우, 현금으로 상환하게 돼 있고, 포인트 상환을 위해서는 적게는 1000만원에서 3000만 원 정도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과소비를 조장하는 미끼가 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소비자를 우롱하는 마케팅기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이들 5개 카드사에 대해 중소자영업자의 카드가맹점수수료 관련 질의를 공통으로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선정한 증인 채택이 무산 위기에 처한 것. 이 의원은 "비공식 경로를 통하여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초 본 의원이 요구한대로 증인 선정이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고 한다"며 "이 과정에서 본 의원에게 사전 양해나 사전 조정 의견을 물은 적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특히 같은 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사철 의원을 향해 "동료의원의 의사를 묵살하고 사전에 협의나 양해도 없이 일방적으로 의사를 결정해 놓고 지시하듯 하는 행위는 합의를 중시하는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처사"라고 맹성토했다.

그는 "거대 금융회사들이 서민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동시에 이들을 국정감사 증인에서 배제하려는 국회 내부의 시도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원안대로 증인이 선정되고 폭리를 취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서민국감' 한다더니... 이제 누가 믿겠나?"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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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보통 여야 간 증인채택 협상을 하기 전에 간사는 조정이 필요할 경우 소속 의원의 의사를 확인한다"며 "그러나 이사철 간사는 확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누구는 빼고, 누구는 집어넣고 했기 때문에 이 의원이 항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국감 증인을 채택할 때 상대당에서 반대해 무산되는 경우는 있지만, 같은 당 간사가 반대해 무산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가 증인 신청 대상에서 누락된 이유와 관련해 "들리는 얘기로는 당 지도부에서 '기업들을 너무 많이 불러서 어려움을 주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사철 의원 측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측은 "증인채택 협상이 완전히 합의된 것은 아니다"면서 "민주당은 카드사 사장단을 증인 신청한 적은 없지만, 한나라당이 신청할 경우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당초 이사철 간사는 '여신금융협회장을 맡고 있는 비씨카드 사장만 부르면 된다'고 했다가, 이성헌 의원이 반발하자, '비씨카드를 비롯해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등 2~3개 카드사만 부르고, 사장급이 아니라 부사장이나 임원급으로 직급을 낮춰서 부르자'고 수정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사철 간사가 이성헌 의원이 신청한 증인 중 삼성·롯데카드 사장을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이번 국감에 임하면서 '서민국감'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런 행태를 보면서 누가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느냐"며 "한나라당의 '서민국감'은 거짓이라는 게 들통이 났다"고 꼬집었다.

앞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를 맞는 당의 기본 입장을 설명하면서 "오로지 국민을 보고 서민·민생 국감, 정책·대안 국감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정훈 원내 수석부대표도 "이번 국감은 그야말로 진정한 서민국감"이라며 "서민정책을 집중적으로 검증하면서 서민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해 중도실용 기조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조하고 있는 '친서민 정책'의 진정성에 국민들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태그:#서민국감,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 #폭리 카드사, #국정감사 증인 채택,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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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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