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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산은 이천에 소재한다. 설봉산에는 사적인 설봉산성을 비롯해 향토유적인 영월암 등이 있다. 영월암 대웅전 뒤편 암벽에 새겨진 보물 제822호 마애여래입상을 찾아보기 위해 산을 올랐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차도 오르기 힘든 가파른 길을 한 낮에 걷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어깨에는 무거운 카메라 가방까지 메고 있으니, 다리가 더 무겁다. 9월 중순이라고는 해도 한낮의 더위는 아직도 30도에 가깝다고 한다.

 

 

물도 준비를 하지 않은 채 뜨거운 낮길에 올랐으니 목도 탄다. 영월암 입구에 있는 물을 몇대접이나 마셨는지. 대웅전을 비켜 뒤로 오르니 커다란 자연 암벽에 마애불이 조각되어 있다. 고려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는 이 마애불은 머리 부분과 손 부분은 얇게 돋을새김을 하였고, 나머지는 선으로 음각하였다.

 

높이 9.6m의 이 마애불은 마애여래불로 명칭을 붙였지만, 민머리 등으로 보아 마애조사상으로 보인다. 둥근 얼굴에 눈 코 입을 큼지막하게 새겼다.

 

 

두툼한 입술에 넙적한 코, 지긋이 감은 눈과 커다랗게 양편에 걸린 귀. 그저 투박하기만 한 이 마애불에서 친근한 이웃집 어른을 만난 듯하다. 두 손은 가슴에 모아 모두 엄지와 약지를 맞대고 있다. 오른손은 손바닥을 바깥으로, 왼손을 안으로 향했다.

 

고려 전기에 조성된 마애불이라고 하는데도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전국을 돌면서 우리 문화재를 답사하다가 보면 어찌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으리오. 영월암 마애조사상 역시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소중한 문화재다. 우리가 우리의 문화자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그보다 부끄러운 일이 또 있을까?

 

 

때로는 그대로 방치되어 흉물로 변해가는 문화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그저 아무렇게나 굴러 다니는 돌 하나도 아끼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그렇게 흉물이 되어가는 문화재를 방치하는 관계자들을 엄하게 처벌하는 법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천 년 세월을 온갖 풍상에 저리도 의연하게 서 있는 마애불. 머리부분은 암벽의 상단에 조각이 되어 올려다보면 작은 듯하다. 조금은 균형이 맞지 않은 듯하지만, 저 단단한 암벽을 쪼개고 갈아 내어 저런 걸작을 만들었다는 것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참을 이리저리 보다가 돌계단에 앉아 한숨을 돌린다. 어느새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던 몸이 시원한 바람에 말라가고 있다. 어미 까치가 새끼 몇 마리를 데리고 마애불을 한바퀴 돌아 날아간다. 저 까치들도 천년 세월 도도히 서 있는 마애불에 인사라도 하는 것인지.   

 

▲ 보물 제822호 영월암 마애여래입상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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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보물, #마애불, #설봉산, #영월암, #고려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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