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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다", "임금과 스승, 부모는 같다"는 말이 있다. 스승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으로 살아가는 원리와 방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스승을 비판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륜을 어기는 것만 아니라 자기가 배운 지식과 가치관까지 비판하는 가혹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그에게 배운 많은 제자들이 있다. 그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한반도 대운하, 감세정책, 금산분리 완화 따위 경제정책에 비판했기 때문에 총리로 내정되자 그에게 배웠고, 그의 경제 노선을 따랐던 제자들 중에는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했던 정운찬 후보자 제자들은 더 곤혹스러울 것이다. 정 후보자가 국회 인준과정을 통과하고 총리에 정식 취임하면 스승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을 비판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승을 비판하는 제자, 아직 우리나라에는 익숙하지 않은 풍습이다.

이명박 정부 일부 경제 정책을 비판한 사람이 총리에 내정되자 논란 있었지만 그가 청문회 과정에서 밝혔던 대로 "대통령께도 할 말은 한다"면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을 조금이나마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변화시켜 제자들이 우려를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스승이라도 법과 도덕성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공무원 겸직, 병역기피, 세금 탈루, 논문 이중게재 따위 의혹은 시민들이 납득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가 총리로 내정되자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제자들은 많았지만 도덕성 문제를 비판하는 제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제학 제자들이기 때문에 정부의 경제 정책은 비판했지만 도덕성은 비판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사람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도덕성은 비판하기 힘들다.

정운찬 후보자 제자들은 우리 사회 곳곳 지도층에 속한 이들이 많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사람들이다. 스승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삶은 살지 못해도 상식에 어긋난 삶을 살지 말아야 했지만 정운찬 후보자는 그렇지 못했다.

제자라면 통곡할 수 있어야 한다. 통곡하는 마음으로 스승에게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선생님, 그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이렇게 살라고 말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동안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와 강부자 내각을 비판했던 제자들은 더 그렇다. 고통스럽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비판은 스승을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 직언이요, 고언이다. 진짜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비판이다. 우리 사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비판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정운찬 후보자 제자 중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비판하는 사람이 나오기를 바란다.


태그:#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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