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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저작권법에 관한 기사 (나는 오늘 저작권법 몇 개나 어겼을까)를 쓴 후 며칠동안 쪽지와 메일을 많이 받았다. 가장 많은 내용은 내 기사를 블로그나 게시판에 올려도 되겠느냐는 문의였다.

당연히, 상업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답했다. 네티즌들이 이렇게 번거롭게 메일을 보낸 까닭은 기사의 출처를 밝혀도 저작권 침해로 보는 저작권법 때문이다.      

블로그에 기사 퍼가는 것도 언론사 동의 얻어야

그렇다면 다른 인터넷 기사도 쪽지 하나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마이뉴스>와 달리 대부분의 인터넷 뉴스는 기자가 아닌 회사가 저작권을 갖는다. 다음의 설명을 들으면 법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지 알게 될 것이다.

조중동과 <한겨레> <경향>을 비롯하여 11개 언론사가 가입돼 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http://www.kona.or.kr)는 '인터넷 사용자들을 위한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을 시행하고 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일반인이 인터넷 기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인 네티즌이 비영리로, 한정적 범위에서 링크하는'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 카페라도 글을 퍼가거나 기사 본문을 표시하는 것은 안된다. '무단복제'로 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회사나 상업적 사이트들은 직접 링크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저작권자와의 계약이나 허락을 통해서만 사용하라는 것이 이용규칙이다.

블로그에 기사 하나를 퍼가려 해도 언론사에 직접 연락을 해서 동의를 얻거나 비용을 지불하라는 말인데, 이런 법이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까.

법률가인 오세훈 시장, 나경원 의원도 어긴 저작권법

저작권법 위반 논란을 빚은 나경원 의원의 미니홈피. 나 의원은 이 그림이 문제가 되자 삭제하고 사과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 나경원 의원도 저작권 위반? 저작권법 위반 논란을 빚은 나경원 의원의 미니홈피. 나 의원은 이 그림이 문제가 되자 삭제하고 사과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 나경원 의원 미니홈피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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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경원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저작권 위반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다른 사람의 그림과 사진을 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두 사람은 출처를 밝히지도 않았고 게다가 어떤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다. 이들은 해당 그림과 사진을 삭제하고 실수를 인정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사실 일반인이라면 이런 '실수' 정도는 애교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두 사람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집권여당의 유력 정치인이자 법조인이다. 특히 판사 출신인 나 의원은 국회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어서 저작권법 개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의원은 해당 그림(언덕위에 보름달이 떠있는 그림)을 올리면서 "정말 맘에 들어서 여러분과 같이 보고 싶어서 올렸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가. 하지만 저작권법이 이런 아름다운 마음까지 범죄로 만드는 현실에 대해 나 의원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느 법률사무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오마이뉴스>기사.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기사를 무단 전재하는 것은 현행법상 저작권 침해이다. 변호사도 못 지킬 정도로 저작권법은 비현실적이다.
▲ 법률사무소의 저작권 침해? 어느 법률사무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오마이뉴스>기사.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기사를 무단 전재하는 것은 현행법상 저작권 침해이다. 변호사도 못 지킬 정도로 저작권법은 비현실적이다.
ⓒ 인터넷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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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내가 쓴 연재기사들이 법률사무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여러 곳에 소개되고 있다. 운영자는 정보 제공 차원에서 내 기사를 올려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홈페이지는 개인이 비영리로 운영하는 블로그와는 분명 다르다. 게다가 홈페이지의 책임자인 변호사 중 어떤 사람도 <오마이뉴스>와 기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 그렇다고 법에서 인정하는 정당한 인용조건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법대로 따져본다면 엄연한 저작권 침해이다.

법률전문가인 이들은 몰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이 정도는 별탈 없이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국회의원·변호사도 지키기 힘든 법,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저작권자 고소 없어도 문화부장관이 삭제· 계정 정지 가능

한술 더 떠 7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개정 저작권법(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통합)은 더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은  행정처분이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보통 저작권 침해 행위가 발생하면 저작권자가 형사 고소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침해여부를 사법기관이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런데 개정법은 저작권자의 요청과는 상관없이 정부의 개입을 보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막강한 권한을 준 것이다. 장관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포털이나 사이트 운영자)를 통해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에 대한 경고와 함께 복제물 삭제·전송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

3번 이상 경고를 받은 사람은 최대 6개월간 이메일을 제외한 해당 사이트의 모든 계정이 정지된다. 게시판도 마찬가지다. 저작권 위반 게시물이 올라온 게시판은 최대 6개월간 서비스 정지를 할 수 있다. 이런 명령이 내려지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곧바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1천만 원까지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문화부는 법 개정이 저작권자를 보호하고 돈벌이를 위해 상습으로 권리를 침해하는 헤비업로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권리자의 고소나 법원의 판결 없이도 장관이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단하여 강제로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이 온라인 문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인터넷이 규제로 정화될 것이라는 발상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개정안은 국가기관의 개입 확대라는 측면에서 부작용이 예상되기도 한다.

사실 온라인 상의 저작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최근이다. 보도를 보니 검찰이  P2P사이트(개인간 파일공유 서비스)를 이용한 네티즌에게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처음 인정한 것이 2004년(연합뉴스 2004년 8월 3일자 보도)이다. 불과 5년전의 일이다.

검찰 자료에 따르면 한해 저작권 위반 건수가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선 것은 2003년이다. 이어 2006년 1만8227건, 2007년 2만5027건으로 증가하더니 작년 9만979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7월 현재까지 접수된 건수만 6만 건이 넘어섰다고 하니 10만 건은 훌쩍 넘을 것 같다.

그런데 적발된 것 중 상당수는 미니홈피나 블로그, 카페, 비영리 게시판 등에서 발생한 일들이다. 이런 사건들은 검찰에서 기소유예처분을 받거나, 기소되더라도 법원에서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정도로 끝이 난다(법적 책임에 대한 대처요령은 아래 상자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하지만 이러다간 한 해에 저작권법 위반 전과자만 10만 명이 되는 시대가 오게 생겼다.

저작권 위반 한해 10만 명... 대책은 없나

그렇다면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한다. 대안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적인 방안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르는 기준을 세우되, 누구나 지킬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장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는 건 2가지이다. 첫째 개인이냐 단체냐, 둘째 상업성이 있느냐 없느냐.

첫째 개인과 단체(회사나 법인)를 다르게 취급하는 방법이다. 저작권법 적용 대상에서 개인블로그·미니홈피나 회사의 홈페이지가 별 차이가 없다. 인터넷의 특성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공간은 이용하는 사람이 적고 상대적으로 전파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저작권법 적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저작권법 30조)의 개념을 조금 넓혀 개인 블로그도 개인 공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일부 백신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의 경우 개인에게는 무료로 내려받게 하는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돈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신문 기사나 공개된 자료 등은 개인이 사적으로 출처를 밝히고 이용한다는 전제 아래 블로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상업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자료공유 사이트에서 돈(포인트)을 벌기 위해 남의 자료를 올리는 것은 분명 불법이다. 하지만 블로그에 정보 공유를 위해 공개된 자료를 올리거나 음악을 스트리밍(다운로드 없이 실시간으로 재생해 주는 방식)하는 정도도 불법이라면 뭔가 불합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공정이용'이 관한 논의가 늘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재산권의 제한'이라는 항목에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재판절차, 학교교육 등에서만 허용될 뿐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다. 상업적인 목적이 없는 인터넷 공간에서, 파일을 공유하는 형태가 아니라면 출처를 밝힌다는 전제 아래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이런 개념이 도입된다면 개인이 취미로 최신가요의 UCC를 제작해서 올리거나 유익한 기사를 스크랩하는 것 정도는 합법적인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과 변호사도 지키지 못하는 저작권법, 국회와 정부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법과 제도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사족] 저작권법은 현실성이 없고 네티즌들에겐 불편하기만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자유롭게 정보를 누릴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법을 떠나서 남이 애써서 만들어놓은 창작물을 우리는 대가없이 너무 쉽게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당했다고요?
"저작권법 위반했다고 경찰서에서 나오래요."
"변호사에게 메일이 왔어요. 합의 안하면 고소하겠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근 포털 사이트엔 이와 유사한 네티즌의 고민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의 내용은 필자의 의견과 판단이 들어가 있음을 밝힌다. 사건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최종 선택은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다.)

저작권을 침해하면 형사처벌(최대 징역 5년, 벌금 5천만 원)을 받을 수 있고, 이와는 별도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엔 영화나 음악 파일을 올린 네티즌을 상대로 저작권자의 대리인이나 법무법인 등이 무차별적으로 고소하거나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리미리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저작권법 위반은 친고죄(고소가 공소제기 요건인 범죄)이다. 다시 말해 저작권자(또는 대리인)가 고소를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문제가 생겼을 땐 저작권자와 합의를 보는 게 가장 깔끔하다. 정중하게 사과를 하거나 손해를 입힌 부분에 대해 최소한의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고 마무리짓는 방법이다. 판결이 나기 전까지 고소를 취하하면 사건은 종결된다. 

만일 합의의 조건으로 큰 돈을 요구한다면? 그땐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더구나 돈을 벌 목적도 아니었고, 단순히 파일 한두개를 올린 정도라면 거액을 배상할 이유는 없다. 특히 경제적 능력이 없는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형사처벌 운운하며 큰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저작권자의 정당한 권한이라고 보기 힘들다.

저작권법(125조)은 "저작권 침해행위로 이익을 받은 금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하며, 저작권자는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법원의 판례도  손해배상액을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받았더라면 그 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대법원 2006다 55593 판결 등)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개인 블로그에 파일 한두 개 올린 것 정도로는 법률적으로 수백만 원을 물어줄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중하게 사과하되, 거액의 합의금을 달라고 하면 거절하거나 금액의 조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형사처벌이 문제가 된다.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일단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이때 경찰에서 미리 증거를 확보하고 제시한다면 단순히 "잘 몰랐다"는 주장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업성이나 저작권을 침해할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하고, 저작권 침해 대상이 된 파일을 바로 삭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낫다. 또한 다른 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거나 학생이라거나 그밖의 유리한 정황을 제시하여 최대한 형사처벌을 피한다.

1년에 10만 명이 넘게 저작권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는 실정임을 감안해 검찰도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활용하고 있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란 초범이고 상업성이 없는 사람에겐 저작권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짓는 것을 말한다.

만일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을 최대한 강조해야 한다. 비영리 카페나 개인 블로그 활동 중에 저작권을 위반하여 재판을 받으면 보통 몇십만 원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때 초범이거나 범죄를 뉘우치는 등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으면 선고유예를 받을 수도 있다. 선고유예란 죄는 인정되나 형의 선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2년이 지나면 유죄 판결을 하지 않은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재판까지 간다면 무죄가 아닌 이상 선고유예가 최선의 방어책이다.

하지만 저작권법 위반이 모두 친고죄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공유사이트 등에서 돈벌이를 위해 상습적으로 음악, 영화, 동영상을 올리다가 적발된 사람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저작권법은 상습적이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 범죄는 비친고죄로 하여 권리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헤비업로더'는 구제받기 힘들다는 뜻이다.


태그:#저작권법, #고소, #저작권, #나경원,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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