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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짓말하고 있어!"(You lie!)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힌 9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도중 조 윌슨 공화당 4선 하원의원(사우스 캐롤라이나)이 한 말이다. 윌슨 의원은 이 말 한 마디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램 이매뉴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안에서도 윌슨 의원 발언이 무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윌슨 의원은 더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내년에 윌슨과 맞대결하는 롭 밀러 민주당 후보에게 선거운동 기부금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밀러 후보는 올해 6월 말까지 모금한 선거운동 자금이 4만8000달러였는데, 윌슨의 고함 직후 몇 시간 만에 5만달러가 그의 선거자금 계좌로 몰렸고, 하루만에 50만 달러가 쏟아졌다. 말 한마디 잘못하여 선거에 떨어질 가능성마저 있는 것이다.

 

윌슨 의원 발언을 두고 미국 언론들도 비판을 하고 있다. 한겨레는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조 윌슨의 추악한 건강보험 비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영 건강보험 도입을 반대해온 윌슨 의원이 정작 자신은 공짜 군인의료보험 혜택을 맘껏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은 군인의료보험 혜택을 누리면서 의료보험을 개혁하려는 오바마를 비난하는 이중성은 자질마저 의심하게 한다.

 

우리 언론들도 윌슨 의원 발언을 보도했다. 특히 <조중동>은 사설까지 동원하여 윌슨 의원 발언과 의회 대응을 자세히 보도했다. <조중동>이 국제면 기사만 아니라 사설까지 쓰면서 윌슨 의원 발언을 보도한 이유가 무엇일까?

 

12일자 조선일보는 '대통령에 고함친 야당 중진 사과하게 만든 미 의회' 제목 사설에서 "의회를 찾아와 연설하는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은 결국에는 입법부의 품위를 스스로 깎아내려 국민과 다른 헌법기관의 손가락질을 받게 만드는 행동이라는 데 여야의 판단이 일치했던 것이라"며 "미국 의회에서 몸싸움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고, 인신공격이나 상대방에 대한 모욕적 발언이 나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서 "회기 때마다 반복되는 몸싸움과 농성, 욕설과 삿대질로 스스로의 권위에 침을 뱉고 국민의 비웃음을 자초해온 우리 국회는 이번 윌슨 사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중앙일보도 '막가파 의원들 미국처럼 유권자가 혼내주자' 제목 사설에서 "'거짓말쟁이'라고 한 번 외친 건 한국 국회의 폭력과 욕설에 비하면 말 그대로 조족지혈이라"면서 "한국에선 욕설은 양반이고 해머·전기톱, 그리고 집단 폭력이 다반사다"라고 대한민국 국회를 맹비난했다.

 

또 "며칠 전 정기국회 개회식에선 김형오 국회의장의 연설 도중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일제히 꺼내 들고 퇴장했다. 노무현 정권 시절 어느 젊은 의원은 베이지색 재킷에 티셔츠를 받쳐 입고 면바지 차림으로 의원 선서를 하려다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의원의 말 한마디 무례도 용서 않는 미의회' 제목 사설에서 "의사당에서의 한마디 말 때문에 의원의 정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똑같은 일이 우리 국회에서 벌어졌다면 어떠했을까"라고 묻고 "쇠망치와 전기톱까지 동원해 의사당 기물을 파손할 정도이니 멱살잡이 정도는 큰 화제도 안 된다"며  "국회와 의원들이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이 그런 의원들을 투표로 퇴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즉, 조중동이 윌슨 의원 발언을 사설까지 쓰면서 보도한 이유는 단 하나이다. 야당 의원들이 우리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원들은 선거를 통해 퇴출시켜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윌슨 의원이 미국 의회와 유권자들에게 비판받는 이유는 발언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자신과 가족들은 군인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보험개혁안은 반대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혜택받고, 가난한 사람들이 혜택받는 것은 반대하는 것은 의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이명박 정부들어 국회가 난장판이 된 이유는 160명이 넘는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야당과는 협의와 타협도 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전기톱과 해머가 등장한 이유는 지난해 12월 18일 박진 외통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시켜서 외통위 문을 잠그고 한미FTA를 직권상정시켰기 때문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연설 도중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일제히 꺼내 들고 퇴장한 이유는 지난 7월 22일 국민 60%이상이 반대하는 언론악법을 직권상정하여 날치기 처리했고, 처리 과정에서도 재투표와 대리투표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과연 미국 의회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지금 미 상하원은 집권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상임위원회 문을 잠그고, 의료보험 개혁안을 통과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직권상정한 의장은 의사당이 아니라 의사당 밖에 있으면서 부의장이 국회 경위에 둘려싸여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법안을 날치기로 처리하면서 처리 과정도 민주적 절차를 위배했다는 논란을 빚는다면 미국 국민들은 민주당을 어떻게 생각할까?

 

미 의회는 아무리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았도 대통령이 의회에 입장하면 모두 일어선다.그러면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할 때 의원들이 일어서서 노 전 대통령을 제대로 예우한 일이 있었는가.   

 

윌슨 의원 발언을 비판하는 미국내 여론을 우리 국회에 그대로 옮겨와 여당이 거대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것은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야당 의원들이 마지막 몸부림으로 행한 일은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보도이다. 진짜 선거로 퇴출 당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태그:#조중동,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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