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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9월 10일 저녁 9시] 

"인터넷은 무한 정보의 공간이다."

맞는 말이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단서가 하나 붙어야 할 것 같다.

"단, 저작권을 피할 수 있다면."

평범한 네티즌 '온누리'(가명). 그의 하룻밤 생활을 통해 저작권법을 알아본다. 당신의 온라인 생활과 비교해서 한 번 눈여겨보라.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한강에서 맥주를 마셨어. 기분 좋아서 그룹 <2PM>의 '10점 만점에 10점'을 멋지게 불렀지. 다들 뻑 가더군.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보니 메일이 하나 와 있네. 친구중 1명이 내가 노래 부르는 장면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어서 그새 보내줬지 뭐야. 바로 내 블로그에 올렸지. 고마운 녀석. 사례의 뜻으로 내가 아끼는 <2PM>의 노래 CD를 MP3 파일로 바꾸어서 선물로 보내주는 센-스.

가만 있자, 인터넷을 보니 박재범이 한국을 비하했느니 어쨌느니 난리가 아니구만. 가만 있을 수 없지. 일단 블로그에 관련 기사를 올려볼까. 균형을 갖춰야 하니까 박재범 편을 드는 기사와 박재범을 비판하는 기사 한가지씩 퍼다 날라놨어. 출처를 인용하는 건 필수!

여기서 그치면 안되지. 참여하는 네티즌인 나도 한마디 해야지. 그런데 술을 마셔서 글이 잘 안써지네. 마침 어떤 블로거가 '박재범에게 뭘 기대해?'라는 글을 올렸던데 내 생각과 비슷했어. 그걸 올려놓으면 되지, 뭐. 문제 되면 (펌)이라고 쓰면 되고.      

역시 반응이 뜨겁군. 하루 방문자수 1천명이 넘는 내 블로그는 나의 다양한 관심사로 채워지고 있어.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은 레드재플린의 'STAIRWAY TO HEAVEN'(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흐르는 여긴 내 공간이니까. 

이제 졸립구만. 그래도 영화 한 편은 봐야지. <해운대>를 아직 못 봤거든. '**박스'에서 다운받으면 되니까. 이런, 포인트가 부족하네. 휴대전화로 바로 결제해야지. 극장 안가고 이렇게 보니까 하지원에게 좀 미안하기 하지만 나도 다 비용을 지불하고 다운받는 거라고. 

당신의 온라인 생활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런데 온누리는 저작권법을 위반했다. 그것도 무려 6번이나.(자세한 내용은 상자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설마 이 정도로 무슨 일이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온누리는 이미 유죄판결문을 받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올해 7월까지 저작권법을 어겨 고소당한 사람이 7만명이 넘는다.

이제부터 사이버상의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 자세히, 냉정하게 살펴보자.(법이 왜 이 모양이냐고 욕하는 것은 그 다음에 하자.)   

1. 노래 부르는 것은 자유,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자유?

대중가요를 따라 부르는 건 자유다. 돈을 받지 않는다면 음악을 틀거나 공연하는 것도 괜찮다. 문제는 온라인상에 올렸을 때다. 저작물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는 '전송'이라고 볼 수 있다. 전송이란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 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저작권법 제2조)을 말한다.

이렇게 누구나,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전송을 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단 전송이 된다. 따라서 온누리가 '10점 만점에 10점'을 부르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것은 저작권자가 문제삼을 소지가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최근 5살 여자아이가 손담비의 노래 '미쳤어'를 따라 흥얼거린 UCC가 논란이 되었다. 이런 동영상까지 삭제요청을 하는 사람이 참 야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한편으론 현행법의 엄격한 잣대를 댄다면 저작권 위반을 피해가기는 힘들 것 같다.

2. 블로그는 개인 공간이기 때문에 괜찮다?

블로그는 개인 공간이다. 맞다. 자기 관심사를 올려 놓고 솔직한 생각을 적기도 한다. 물론 하루 수만명이 방문하는 막강 블로그도 있지만, 대부분은 극소수만 방문하는 곳이다. 주인마저 방치하는 블로그는 아마도 수십만, 수백만개가 될 터이다.

이런 곳에 올린 게시물을 놓고 저작권 운운하는 게 한심할 수도 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블로그라도 저작권법을 피해갈 수 없다. 인터넷은 무한대의 전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1개의 충격적인 동영상이 수십만, 수백만에게 전달되는 속도는 우리나라에선 하루면 족하지 않을까. 설마, 했다가는 A씨처럼 법정에 설 수도 있다.

대전에 사는 50대 A씨는 늦은 나이에 포털 사이트에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팝송 한곡을 이 곳에 올렸다. 단지 순수하게 음악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를 본 저작권자가 고소를 하는 바람에 재판까지 받아야 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판사에게 선처를 호소한 끝에 벌금 3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받았다.

선고유예형도 엄연한 유죄판결이다. 저작권은 블로그, 카페, 동호회 게시판, 사내 내부 통신망 등을 가리지 않는다.   

3. 출처를 밝히면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다?

온누리는 출처를 밝히고 기사를 퍼왔다. 이건 괜찮지 않을까.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보다야 낫겠지만, 동의를 얻지 않았다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다. 신문기사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 기사 아래 '무단전재, 배포 금지'라는 문구는 장식으로 쓰는 말이 아니다.(이 문구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사실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부고기사, 주식시세, 6하원칙에 따라 사실만을 전달한 기사 등)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사는 해설이나 의견이 들어가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현실성이 없는 말인 줄 알지만, 기사를 퍼오는 것도 해당 언론사의 동의를 받는 게 맞다. 아직까지 문제삼는 언론사는 없는 것 같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일단 조심해야 한다.

저작권법을 피해서 언론사의 기사를 사용하기 위한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첫째, 기사에 링크를 걸어두는 것이다. 기사 내용을 퍼오는 방식 대신, 기사 제목을 누르면 해당 사이트로 연결되는 방식을 말한다. 이게 가장 안전하다. 둘째, 기사를 일부만 인용하는 것이다. 비평을 하기 위해, 참고 자료로 기사를 인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저작권법도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해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인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때도 출처는 밝혀야 하며, 인용 기사가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 

기사뿐 아니라 개인의 글이나 사진도 엄연히 저작권이 있는 것이다. 무료로 사용하라고 밝히지 않은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신문기사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사진, 글, 음악을 퍼서 블로그나 특정 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출처를 밝혔더라도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동이다.

4. 돈주고 산 음반, 영화 CD는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 

저작권법(제30조)은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복제할 수 있다"고 한다. 이걸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구입한 음악을 MP3로 듣는다거나 영화 CD를 구워서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이를 복사하여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판매하는 행위, 또는 온라인상에 올리는 것(앞에서 설명한 '전송'에 해당한다)은 안된다. 저작물의 복제는 자기가 개인 용도로 쓸 때만 인정된다. 블로그에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것도 배경음악용 파일을 따로 구입해야 한다. 한편 단체나 개인이 돈을 받지 않고 발행된 지 6개월이 지난 DVD를 상영하는 것은 가능하다.

5.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비용 내고 다운받은 건 괜찮다?

영화 <해운대> 불법유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유출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도 높아질 것 같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내려받은 경우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해운대>처럼 파일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자료 중 절대 다수는 저작권자의 동의없이 네티즌이 올려놓은 것이다. 사용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사업자와 자료를 올린 업로더가 나눠 갖는다. 저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다.(물론 개중에는 저작권자와 계약을 맺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있다.)

20대의 B씨는 '파일**'라는 사이트에 가입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최신 영화 한편을 올렸다가 법원으로부터 벌금 3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B씨는 "남들도 다 하는데…"라고 항변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자료를 올린 사람뿐 아니라 내려받은 사람도 저작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물론, 다운로드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하지만 작년 서울중앙지법은 "다운로더 입장에서 복제의 대상이 되는 파일이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파일인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면 다운로드 행위를 적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결정을 내놓은 적이 있다. 형사처벌을 받느냐 마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로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개인 의견이다.)

특히 회원끼리 자료를 공유하는 P2P 사이트는 모든 회원들이 업로더이자 다운로더이기 때문에 형사처벌받는 단골 사례가 되고 있다. 저작권 침해 행위를 방치한 사업자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저작권이 있는 영화를 올린다면 사업자와 업로더 모두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난주(9월 3일) 대구지법은 파일공유 사이트 책임자와 이른바 '헤비 업로더'(상습으로 돈을 벌기 위해 저작권 있는 자료를 올리는 사람)에게 중형을 선고하였다. 

C씨는 회원수 2백만명에 달하는 '*파일'이라는 사이트 대표였다. 그는 돈을 받고 회원들끼리 게임, 영화, '야동'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그에게 저작권은 관심 밖이었다. 수사기관이나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때만 형식적으로 금칙어를 설정해 놓는 정도였다. 그 결과 작년말 넉달간 무려 4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D씨는 이 사이트의 회원으로 매출을 올리는 데 일등공신 중 1명이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영화 파일 등을 수시로 올린 결과 2년간 2천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법원은 저작권 침해 행위를 방치한 C씨와 회사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과 벌금 3천만원을, D씨에겐 징역 6월(집행유예 1년)과 벌금 5백만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저작권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저작권법은 올가미인가?

이렇게 보면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네티즌은 누군가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인터넷은 무한 정보의 공간이 아니라 저작권의 올가미에 갇혀있는 폐쇄된 공간처럼 느껴진다.

"돈벌이로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행위가 아닌 이상 허용해야 하지 않느냐" "이렇게 현실성이 없는 법을 어떻게 지키란 말이냐"고 기자에게 따져도 소용없다. 법이 그렇다.(이 글을 쓰는 나도 괴롭다)

그런데 더 심각한 건 법은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저작권법 때문에 네티즌들은 괴롭다. (비현실적인 저작권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다루겠다)

온누리, 저작권법 위반을 피하려면 어떻게?
기사 앞부분에서 온누리의 하루를 소개했다. 온누리가 저작권법 위반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의 설명을 보자. 

1. 자신이 부른 노래 영상은 개인적으로 보거나 주변사람들과 돌려보는 정도로만 감상해야 한다. 인터넷에 올려서는 안된다.

2. 노래 CD, 영화 CD의 복제는 인터넷상에 올릴 수 없고 개인 용도로만 가능하다. 블로그의 배경음악도 별도로 구입해야만 한다.

3. 기사를 퍼나르는 것도 해당 사이트로 링크되는 형태만 허용된다.

4. 예술 작품뿐 아니라 일반인의 글, 사진, 영상이라도 저작권이 인정된다. 퍼가려면 동의를 얻고 출처를 밝혀야 한다.

5. 파일공유 사이트에 저작권 있는 자료를 올리는 건 불법이다. 내려받기도 저작권자에게 비용을 지불한 자료만 가능하다. 따라서 저작권 보호 대상 자료인지 확인한 후 내려받아야 한다. 

저작권 용어 제대로 알자
저작권이 무엇인지, 저작권자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정확한 용어의 뜻을 풀어보았다. 

저작권이란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의 권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저작물은 무엇일까.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소설, 시, 논문 등 어문 저작물을 비롯하여 음악, 미술, 건축, 사진, 도형, 컴퓨터프로그램 등 창작물을 모두 포함한다.

저작물이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창작성(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는 정도의 낮은 의미)이 있어야 하고 밖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었다면 전문가의 창작물이 아니더라도 블로그에 올린 개인일기, 어린 아이의 그림 등도 저작물로 볼 수 있다. 단, 저작물이라 하더라도 헌법, 법령, 법원의 판결과 사실보도에 불과한 시사보도는 누구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저작자가 갖는 권리는 크게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 2가지이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명예와 인격을 보호하는 권리이다. 여기에는 저작물을 공표할 권리(공표권), 이름을 표시할 권리(성명표시권), 저작물의 내용과 형식에서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동일성 유지권)가 들어있다. 최근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논란으로 저자들이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에서 법원은 "저자들의 동의없이 임의로 수정한 교과서를 발행,판매 및 배포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이때 법원이 저자들에게 인정한 권리도 저작인격권 중의 동일성유지권이다. 

저작재산권이란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등 경제적인 권리이다.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사망 후 50년간 존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저작재산권은 공익 등을 위해 일정한 제한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재판에 사용하거나 학교 교육목적, 보도를 위한 이용은 사회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된다면, 저작자도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한편, 저작권과 유사한 용어로 저작인접권이 있다. 저작인접권이란 저작물의 복제·전파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개념으로 저작물을 널리 퍼뜨리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을 위한 권리이다. 저작인접권자는 실연자(연주, 연출, 연기자 등),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 등으로 이들도 복제권, 배포권, 방송권 등의 권리를 갖는다.

저작권을 침해하면 최대 징역 5년, 벌금 5천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저작권 침해죄외에도 저작자를 속이거나 명예를 훼손하여 사용한 경우 부정발행 등의 죄,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경우 출처명시위반 등의 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다.


태그:#저작권, #동영상, #해운대, #헤비업로더, #저작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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