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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과연 이명박 정부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겠느냐 걱정들 많이 합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우리 헌법재판관들은 이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지킬 수준은 된다고 봅니다. 모두 노무현정부 때 추천된 분들로, 바르고 신속한 판결을 하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9일 오전 8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언론법 권한쟁의 청구' 공개변론을 하루 앞둔 이날 천 의원은 출근하는 재판관 9명의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일일이 고개를 숙이고 목례를 했다.

 

"무효선언말고 다른 카드는 없다"

 

천 의원은 "날치기로 심지어 재투표와 대리투표까지 해서 통과시킨 언론법의 무효판결은 깊은 헌법적 지식도 필요하지 않다"며 "초보 법률가라도,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시행령을 만들고 종합편성채널 사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빠른 시간 안에 바르고 신속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 의원은 "방송법이 12월 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적어도 10월말 이전에는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주기를 바란다"면서 "이것은 헌법수호기관의 당연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전직 법무부 장관이기도 한 천 의원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번 사건을 유효로 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제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명색이 법률공부를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저렇게 궁리해 보아도 헌법재판소에서 무효선언밖에는 다른 방법을 꺼낼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한나라당 편을 들기 위해 국회 자율권과 삼권분립을 운운하면서 국회문제에는 사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댈지 모르겠으나, 그 역시 옛날이론이기 때문에 섣불리 들이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오의 사술에 야당이 속아 넘어갔다"

 

천 의원은 "이미 지난 20년간 헌법재판소의 활약이 대단했다"며 "국회에서 벌어진 표결처리 위헌소송에서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인 판단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국회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사부재의 원칙은 물론이고 재투표나 대리투표 문제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반격할 만한 논리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재투표나 대리투표의 경우에도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투표에서 한두 건 발생했다면 전체 대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국회에서 벌어진 이번 언론법 표결처리 과정은 그와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는 것.

 

김형오 국회의장은 누구든지 먼저 단상을 점거하는 쪽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해서 민주당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을 장악했고 직권상정 하는 꼴이었는데 이것이야말로 김 의장의 기만이자 속임수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개탄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사술에 야당이 속아 넘어간 꼴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표결은 국회 본회의장이 완전히 아수라장인 상태에서 누가 어디서 어떻게 표결에 참여했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것인데 이걸 헌법재판소가 정상적인 표결과정이라고 판단할 리는 없다"고 보았다.

 

이번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과정에서 국민들이 모르는 자료까지도 공개될 것으로 내다보는 천 의원은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내놓은 CCTV 자료 등도 있으니까 입증문제도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천 의원의 기대와 달리 '유효선언'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헌법상 정상적인 통치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이 헌법기관 앞에서 1인시위하는 코미디의 나라"

 

 

천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상식과 다른 판결을 하게 된다면 국민 스스로가 헌법질서를 되찾아오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생각하기 어려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을 지나는 시민들은 천 의원에게 응원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뭐하는 짓이냐"고 질타하는 노인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걸어 다니는 헌법기관이 헌법기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코미디 같은 나라가 됐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한편, '언론악법 원천무효 100일 행동' 주최로 9일과 10일 양일간 진행되는 '릴레이 1인 시위'는 천정배 의원을 시작으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최문순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이수호 민노당 최고위원,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공개변론이 진행되는 10일 오전 10시 30분에는 '언론악법 원천무효와 헌법재판소 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범언론인 기자회견이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천정배, #언론법 권한쟁의 청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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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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