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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소주 평암산업단지 반대 주민대책위에서 내건 현수막
 진로소주 평암산업단지 반대 주민대책위에서 내건 현수막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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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였습니다." 

최근, 마산에서 두 달 가까이 끌어오던 기업과 지역주민 사이의 지하수 취수와 공장 확장에 따른 갈등을 원만한 합의로 이끌어낸 허정도씨의 이야기다.  그는 건축가 출신의 도시 전문가이면서 시민단체인 한국YMCA 대표와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를 지낸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러한 그의 남다른 경력이 지역주민과 기업의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 역할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이번 사태 해결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허정도 전 대표는, 지하수 취수 문제를 쟁점으로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뻔한 지역주민과 진로소주 마산공장의 갈등을 40여 일 동안의 중재활동 끝에 아름다운 동행으로 이끌어냈다. 기업-주민의 갈등 해결을 위한 중재자로 나선 그는, "회사와 지역 주민을 만나보니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였다"고 한다.

"이미 서로 불신의 골이 깊었습니다. 회사는 주민들이 피해를 침소봉대하여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주민들은 업종 전환을 통한 무분별한 추가 확장, 취수량 증가로 인한 지하수 고갈 등에 대한 불안과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기업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회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쉽게 버리지 못하였습니다."

그는, 진로소주 관계자들에게는 "주민들이 보상금을 노린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것을", 주민들에게는 "회사가 주민들에게 감추고 속이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설득하여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취수량이 많지 않아 지하수 고갈 주장은 억지라고 생각하는 진로 측에 "회사 관계자들은 10~20년 후 이 공장을 퇴직하면 그만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평생을 그리고 후대까지 살아가야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이해시킴으로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신뢰를 회복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쟁점이 되었던 것은 1일 평균 취수량, 지역 주민들은 1일 취수량 200t을 고집하였고, 회사측은 300t를 고수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으나 막판에 주민들이 1일 취수량 250t을 받아들임으로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왼쪽부터, 윤기노 진로 마산공장 사장, 한철수 상공회의소 회장, 허정도 전 대표, 이영숙 주민대책위원장
 왼쪽부터, 윤기노 진로 마산공장 사장, 한철수 상공회의소 회장, 허정도 전 대표, 이영숙 주민대책위원장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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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와 평암리 주민들은 두 달간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지난 25일, ▲ 취수일지와 취수량 공개 ▲ 업종 전환 및 공장 추가확장 금지 ▲ 교통대책 수립 등의 협약안에 합의하고 마산상공회의소에서 '상생협약 체결식'을 진행하였다.

허정도 전 대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고 있다는 기업과 대대로 살아가야 할 삶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관철시키려는 주민 갈등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기 일보직전 마산상공회의소를 통해 갈등 중재를 요청받았다는 것.

마산상공회의소 한철수 회장은, "언론사 대표로서 기업인으로 상공회의소 활동을 함께 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인정 받는 시민단체 대표를 지낸 인물이기 때문에 기업과 주민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하고 그에게 일을 맡겼다고 한다.

한 회장은 "결과가 좋아서 기쁘다. 상공회의소가 기업 이익만 대변하는 단체로 인식되었는데, 이번 진로공장 사례가 마산에서 기업과 주민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바람직한 사례로 확산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피력하였다.

한편, 산업단지 반대 대책위를 이끌었던 송창우 위원장도 신뢰 회복이 관건이었다고 한다. "사실, 주민들 입장에서는 회사측에서 내놓은 합의안의 진정성을 쉽게 수용하기 어려웠다. 한국YMCA 대표와 언론사 대표를 지낸 허 전 대표가 중재자로 나섰기 때문에 신뢰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것.

 평암리 주민들이 진로소중 공장을 견학하고 있다.
 평암리 주민들이 진로소중 공장을 견학하고 있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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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주민 갈등, 전화위복 후 마을공동체 활성화 계기

우여곡절 끝에 이번 갈등은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원만한 합의를 통해 상생협약이 체결된 것을 기념하며 진로소주 마산공장에서 평암리 주민들을 초청하여 공장견학과 상생화합 잔치를 개최하였다.

마을 한 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공장이지만 거대한 섬처럼 지역주민들과 남남처럼 지냈는데, 이 날은 공장문을 활짝 열고 주민들을 맞이하였다. 회사직원들이 달려 나와 마을주민들을 안내하고 함께 소줏잔을 기울이고 한솥밥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웃음꽃을 피웠다.

2시간 남짓 잔치를 마칠 때쯤엔 싸우면서 정든다고, 다시 만날 약속을 하기 바쁘다. 사장님, "저희 집에 한 번 놀러 오이소. 차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예, 앞으로는 저희도 마을 주민입니다. 경조사 있으면 꼭 연락해주세요"하고 마음을 나누는 이웃이 되었다.

환경 갈등, 증폭되는 원인과 해결방안

환경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민주화 이후 권리의식이 향상되면서 개발과 보전이라는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새만금, 부안 방폐장, 경주방폐장, 천성산 터널, 해군기지 같은 국가적 갈등뿐만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도 쓰레기 소각장, 송전 철탑, 바다 매립, 도로 확장과 같은 문제로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갈등은 환경단체나 시민단체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지역주민들과 힘을 합하여 개발 논리를 앞세우는 지방정부나 기업에 맞서는 방식으로 전개되곤 한다. 대체로 시위, 농성 등의 양태로 나타나고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지면 고소, 고발, 손해배상 요구 등을 비롯한 법정싸움으로 치닫곤 한다.

지역발전이나 지역경제 성장을 내세운 지방정부나 기업이 가해자, 지역주민이 피해자인 대부분의 환경 갈등은 원만한 '해결'이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법정다툼 끝에 흐지부지 끝나 깊은 상처와 불신, 피해의식만 남긴 채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이런 일이 자꾸만 반복되는 것일까? 결국 신뢰의 문제다. 새만금과 부안방폐장 사건을 주제로 갈등 해결 방안을 연구한 책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에는 다음과 같은 지적이 있다.

"정부와 지역주민의 갈등구조를 보면 정부는 주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을 요구하고, 주민들은 정부가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정부는 지역주민들이 합리적인 방안을 이해하거나 선택하지 않고 극단의 투쟁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주민들이 정부의 계획을 진지하게 듣지 않고 집회나 시위 등 힘의 논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불신을 내비쳤다. 주민들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저 정부정책에 저항한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정부를 갈등의 다른 주체인 기업으로 바꾸어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진로소주 마산공장과 마산 진전면 평암리 주민들과의 갈등해결을 살펴보면, 시민단체와 언론사 대표를 지낸 중재인을 통하여 불신의 벽을 넘어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불신의 벽을 넘어 합의에 이른 기업과 지역주민간의 갈등 해결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잡한 갈등을 푸는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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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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