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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스타와의 첫 만남

지난 8월 29일 토요일 시드니 Enmore Theatre에서 JK Entertainment 기획으로 YB Live 2009 in Sydney가 열렸다.
 지난 8월 29일 토요일 시드니 Enmore Theatre에서 JK Entertainment 기획으로 YB Live 2009 in Sydney가 열렸다.
ⓒ 나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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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 드럼 김진원, 기타 허준, 베이스 박태희 그리고 보컬 윤도현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록 밴드.

Rock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이라도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라든지 "구름 낀 하늘은 왠지 네가 살고 있는 나라일 것 같아서 … 왜 너 닮은 목소리마저 가슴에 품고도 같이 가자 하지 못했나"라고, 아주 정확한 발음으로 들려오는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1994년 데뷔 이후 8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4인조 록 밴드로, 그러면서 자기들만의 세상에 파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들과 함께 한 사흘. 그들은 스타였다. 아니, 스타가 아니었다. 또, 스타가 아니었으며 분명 스타였다.

그것이 지난 8월 29일 토요일 시드니 Enmore Theatre에서 JK Entertainment 기획으로 열린 YB Live 2009 in Sydney를 위해 호주에 온 YB를 사흘 동안 단독 취재하고 난 후 가진 느낌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 2009 반스 워프드투어(Warped Tour)에 참가하고 캐나다까지 거친 긴 여정 끝에 YB는 8월 28일 시드니에 도착해 바로 기자회견장으로 나왔다. 주최측은 YB가 도착하기 앞서 그들의 긴 여정을 이야기하며 많이 피곤할 것이니 내일 공연을 위해서라도 배려하는 마음으로 질문 하나씩만 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하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나타낸 YB는 시종 유쾌하게, "물어보고 싶은 거 다 물어 보세요"라면서 '친절한' 첫 인상으로 시작을 했다.

같은 멤버로 오래 가는 비결? "싸우기를 두려워하지 않아서"

1994년 데뷔 이래 기타가 허준씨로 바뀌었을 뿐 '무명'의 록밴드에서부터 한국 대표 밴드로 성장하기까지 줄곧 같은 멤버로 이어오는 비결이 있을 것 같았다. 한국에서 록밴드로 살아간다는 것부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터, 그것이 가장 궁금했던 기자의 질문은, 그 비결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우리가  같은 목표, 같은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거죠." 윤도현 씨의 대답에 이어 드럼 김진원씨가 마이크를 들고 보충 설명을 했다. "거기에 덧붙여 싸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 같은 꿈을 가지고 함께 간다 해도 싸울 일이 생기지요. 그런데 싸움을 하는 방법이 성숙해지는 거죠. 그래서 이제는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구요."

나중에, 단독 인터뷰를 할 때 김진원씨는 이 부분에 대해 "아주 사소한 일들로 싸우는 것"이라며 웃었다. 음악 해석 부분에서 많이 부딪치는 것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부부들이 큰 일로 싸우는 거 아니잖아요"라면서 오래 함께 하다 보니 음악적 해석은 다를 게 없는데 아주 아주 작은 일 갖고 티격태격한다는 것이었다.

록 밴드이면서 대중에게 많이 가까운 그들은 최근 <무한도전>이라는 예능프로에서 기획한 '듀엣 가요제'에 <난 멋있어>라는 곡으로 힙합 가수 '길'과 함께 참가해 관심을 끌었다.

"기획이 좋았고 그 프로그램 출연진들과 친분도 두터워 기꺼이 아주 즐겁게 작업했다"는 YB.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발매를 시작한 자신들 정규앨범 8집보다 오히려 그 노래가 더 인기가 있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하지만 팬들이 원한다면 이번 공연에 그 곡을 넣겠다면서 "정말 웃기는 노래지만 사운드만큼은 최고"라는 설명을 달며 신나게 노래했다. 윤도현씨는 <난 멋있어>로 예능프로에 참여했던 것을,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것 처럼 웃음으로 감동을 준다는 것 역시 기쁜 일 아니냐"는 자기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10대부터 '아저씨 아줌마'들까지 함께 뛴 공연

29일 콘서트 시작 시각은 오후 7시 반. 낮 1시에 공연장을 찾아 리허설 스케치를 하기로 했다.

약간은 긴장된 표정으로 프로그램을 위한 최종 회의를 하면서 가끔 밖으로 나오는 윤도현씨. "미국에서 록 페스티벌 참가하는 동안, 한 명도 한국인 관객이 없었다"면서 "처음 와 봤는데 호주에서 이렇게 한인들이 반겨 주시고 게다가 이렇게 멜버른에서 열 시간 운전까지 해서 만나러 와 주시니 꼭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고마움을 표한다.

'이쁘다'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TV에서 볼 때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외모다. 정성껏 남의 말을 듣고, 성의를 다 해 대답하는 모습을 보며 '스타가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스타'인 그를 느끼게 된다.

마라톤 회의를 끝내고 가끔은 까칠하게 음향을 확인하면서 리허설을 진행한다. 첫 호주 공연에 과연 얼마만큼 반응이 있을지 약간은 긴장한 것 같은 표정이다.

공연 시작 두어 시간 전. Enmore Theratre 앞엔 '호주 속 한국인'들이 길게 줄을 만들고 있었다. 한국에서 가수가 오면 표가 팔리지 않아 '공짜로' 관객을 동원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일부 객석을 빼고 스탠딩으로 메워질 공연, 보다 가까이에서 YB를 만나고 싶은 팬들이 일찌감치 공연장에 도착을 했지만 이미 두어 블록 넘게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얼굴에 홍조를 띠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10대 소녀 팬들부터 흰 머리카락이 까만색보다 더 많은 중년팬들까지 줄의 부분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연령층이 두터운 게 YB 팬들이라는 것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2500명이 넘는 관객들, '담배가게 아가씨'로 공연 시작

2500명이 넘는 관객들이 입장하는 시간 때문에 예정보다 좀 늦은 7시 45분 막이 올랐다.

'담배가게 아가씨'를 영어 버전으로 노래하며 힘이 넘치는 오프닝을 연 YB. 이어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너를, 길을 걷다가 멍하니 너를...."이라며 경쾌한 반주로 히트곡 중 하나인 '잊을게'를 부르자 관객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7년이나 진행했던 관록답게 사이사이 관객 관심을 고조시키는 진행을 했다.

YB는 1집부터 8집까지 발표한 노래들을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윤도현씨 표현대로 '깜찍하게' 또 애잔하게 들려주며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로서 모든 것을 보여줬다.

음향과 조명을 맡은 호주인 스태프들도 경탄의 눈빛을 보냈다.

앙코르 앙코르. 그저 단순한 '예의'가 아니었다. 관객들은 진한 아쉬움으로 앙코르를 요청했다. "우리에게 앙코르란 또 다른 하나의 무대"라고 밝힌 YB는 마치 2부 순서를 진행하듯 많은 노래들로 다시 관객들을 함께 뛰게 만들었다.

"바깥에서는 별 볼일 없는 아저씨, 무대 위에서는? 예~ 록스타. 우리가 록스타라면 여러분은? 예~ 여러분도 록스타!"라고 소리친 윤도현은 "관객이 하나가 되어야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하나 된 관객들의 넘치는 박수와 환호는 결국 그 자신, 관객들에게 몸을 던져 관객들에 의해 무대 위로 다시 올려지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날개를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윤도현.
 윤도현.
ⓒ 나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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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가득했던 무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처음'이기에 염려도 있었을 법한 호주 콘서트는  '성공'이었다. 그 외에 다른 설명이 오히려 군더더기가 될 만큼 분명 '대성공'이었다.

그 열정의 밤이 끝나고, 다음 날 박태희씨와 허준씨는 교회로, 윤도현씨는 휴식을, 그리고 김진원씨는 2004년부터 취미 활동을 해 온 서핑을 하러 각각 자유의 시간을 찾았다.

본다이 비치에서 함께 점심 식사를 나누며 김진원씨를 만났다. 고향 속초에서 열일곱 살 때 부터 프로 드러머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시작한 드럼을 이제 YB 속에서 마음껏 펼치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래요. 어떻게 보면 '나이가 많다'는 것 때문에 한 물 간 거 아니냐는 말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말예요, 이 나이 쯤 되어야 삶 속에서 묻어나는 진정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거든요..."

절대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세계구호대에서 신명 바쳐 일하는 한비야씨는 "나이 50에 성장을 멈춘다면 슬픈 일 아니냐"고 말했다. 마치 신인처럼 세계의 록 무대를 향해 다시 뛰는 YB는 평균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이니, 한참을 더 승승장구해야 한다고 독려하고 싶다. 또 그런 믿음이 가는 록밴드이다.

시드니 중심가 한 호텔 로비에서 만난 윤도현씨는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이야기하는...말하자면 사회에 참여하는 록밴드예요. 소신을 갖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록밴드로, 우리의 음악이 필요하다면 세상 어디로도 갈 겁니다. 단순히 한국, 아시아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록 음악의 본고장이든, 어디든, 성향이 맞는 곳을 찾아 끝없이 갈 거예요. 그래서 문화 교류에 한국인으로 한 몫을 할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한 일이 되는 거구요"라고 말했다.

"메시지를 한 줄 써도 되죠?" 먼저 물어 보면서 정성껏 사인을 하는 윤도현씨는 눈을 맞추며 참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다. "사진 꼭 보내 주세요...우리 사진이 많이 필요해요..." 천진스런 동생이 조르는 것처럼 멜버른저널 사진 기자의 손을 힘있게 잡으며 악수와 함께 부탁을 하는 그에게서 스타가 아니면서 스타인 모습을 다시 느낀다.

'사람'을, 그가 관심을 갖는 '사회'를 볼 때는 한없이 따스한 눈으로 보는 사람.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제 나의 꿈을 찾아 날아 / 날개를 활짝 펴고 /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그들의 노래처럼 힘겨운 날을 지나 활짝 날개 펴며 날기 위해 늘 봄을 향해 가는 YB. 그들은 또 그들 노래 '큰 별은 없어'에서 사회를 향해 말한다.

"누군가 말했지. 작은 별이 있으므로 큰 별이 빛난다고. 하지만 이제 큰 별은 없어. 모두 자신을 큰 별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야.. 누구도 작은 별이 아니라고 외치기 때문이야..."

그들은 그렇게 노래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흘의 만남을 마치며

"멜버른에 한 번 갈 거예요. 정말, 어디든 '우리'가 될 수 있는 분들과 함께 하러 계속 노력하는 YB가 될 겁니다."

그들과 '해도 해도 모자랄' 이야기를 마치며 취재 수첩을 닫았다.

호주에 와서 행복했다고, 게다가 관객들이 정말 멋있었다고 오히려 박수를 쳐주는 그들과의 만남이 행복했다는 마지막 줄을 머리속에 생각하면서 취재 수첩을 닫고, 인사를 했다.

"취재 기사요...손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쓸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멜번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취재 정리 | 스텔라 김 멜번저널 편집장 사진 | 멜번저널 나경운 기자



태그:#윤도현 시드니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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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45 년차.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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