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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제21, 9월 인천서 전국지속가능대회 열어

'개발공화국 특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인천. 그 인천에서 올 가을 세계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한 전국지속가능대회가 열린다.

인천이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돋움 하기위해 배울 수 있는 국내외 선진사례들이 소개 될 예정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영국 버밍엄의 사례와 독일 카를수르에 사례는 눈여겨 볼 만하다. 9월 2일(16시)과 3일(14시)에 걸쳐 진행되는 포럼에서 두 도시의 사례를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지속가능도시를 추진했던 현지 담당 공무원과 민간이 이번 행사에 참여해 직접 사례를 발표하기로 돼 있어 현지인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두 도시의 모습은 인천, 부평과 매우 흡사해 벤치마킹하기에도 매우 적합한 곳이다.

그중 영국 버밍엄의 사례는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재개발과 재건축 등의 사업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로 꼽히며, 독일 카를수르에 사례는 민관이 거버넌스를 구성해 도시계획을 짜는 곳으로 자전거도시로도 유명해 부평과 비교해 볼 만하다.

재정착률 90%의 기적, '버밍엄 캐슬베일'

영국 버밍엄시 캐슬베일은 재개발사업의 기적을 일군 곳으로 유명하다. 자동차, 탄약, 화학 공업 도시로 유명한 버밍엄은 70년대 최악의 주거환경을 '자랑'했다. 저소득층이 사는 고층 아파트가 즐비했던 도시, 게다가 범죄율까지 악명 높았던 이 도시는 이제 살고 싶은 도시가 됐다. 그 기적은 어디서 왔을까?

주거환경이 열악한 만큼 캐슬베일에서도 재개발에 대한 열망이 높았다.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을 재개발하면서 주민의 90% 이상이 재정착했다는 데 있다. 국내 재개발 사업의 재정착률이 13~15%인 점을 감안하면 경이적인 정착률이다.

영국정부와 버밍엄시, 그리고 지역의 조합은 1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개발했다. 구역을 정해 1구역에만 1년여의 시간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고, 주민들 또한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공동체는 더 단단해 졌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다.

영국정부 역시 신자유주의를 도입한 대처총리 시절에는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어쩌면 지금 한국이 80년대 영국의 신자유주의식 개발사업을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처총리 시절 개발사업의 잘못을 뼈저리게 느낀 영국정부는 개발사업이 공공사업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행정부처를 통해 공적기금을 마련했다. 그리고 한꺼번에 개발사업을 추진하지도 않았다. 이 같은 지원과 제도, 그리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고층 아파트도 아닌 살고 싶은 마을이 탄생한 것. 이를 두고 그들은 '나를 따르라라는 식의 지도력이 아닌 공동체를 추구하는 지도력'(Not Follow me Leadership, Better Community Leadership)이라고 했다.

캐슬베일은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버밍엄 내에 위치하고 있다. 버밍엄의 인구는 100만명 규모이며 전통적으로 제조업, 특히 자동차 제조와 그 관련 부품 산업이 발달했다. 현재는 경공업, 복합 산업 단지와 소매 상가가 혼합된 산업 구조를 지녀 인천, 부평과 매우 흡사한 도시 구조를 띤다.

캐슬베일은 4000가구에 9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독특한 교외 거주 지역이다. 처음 1960년대에 건축됐으며, 주거 시설이 1980 ~ 90년대에는 상당한 낙후된 곳이었다. 하지만 1993년부터 2005년까지 12년에 걸친 종합적인 도시재생 프로그램(Urban regeneration)을 통해 새롭게 탄생했다.

1991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버밍엄에서는 가장 문제가 많은 지역 중 하나였다. 지역당국은 중앙정부가 시험운영하고 있던 주거 액션 트러스트(Housing Action Trust, HAT)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재생의 가능성을 보게 된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지방정부로부터 주거단지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정부산하단체(바로 HAT)로 12년 동안 이관하는 것이었다. 대규모 공공 투자가 이 지역에 행해지고, 물리적, 사회적 재생을 가져 왔다. 지역주민들은 착수 단계부터 참여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주민들이 HAT를 위한 공적 자금 지원에 대해 공식적인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이었는데 캐슬베일에서는 99%의 주민들이 HAT에 대해 찬성했다.

9월 2일과 3일에 열릴 포럼에는 캐슬베일 지역주택조합 피터 리치몬드(Peter Richmond)
조합장과 뉴캐슬어폰타인(Newcastle upon Tyne)대학 알리 마다니프(Ali Madanipour) 도시디자인 교수가 직접 발제자로 참석해 캐슬베일의 사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독일 카를수르에, "도시계획도 민주주의", 대중교통 우선·자전거 장려 정책 시행

이번 전국지속가능대회에서 영국 버밍엄과 더불어 눈 여겨 봐야할 또 다른 도시는 독일의 카를수르에시다. 카를수르에시의 지속가능 모델을 요약하면 '도시계획도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카를스루에 시 도시계획부장(Dipl. Ing. Architekt Georg Gerardi) 게우르그 게라르디 는 이를 일컬어 "시민의 의견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적인 도시계획"이라고 했다.

카를스루에 시는 인천광역시 주민의 1/10 가량인 30만 명이 거주하는 소도로 라인강으로 나뉘는 독일과 프랑스 국경선에 있다. 최고법원인 연방헌법재판소와 독일연방법원과 기타 산하 법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독일 환경운동의 시발점이기도 한 곳이다. 1980년에 녹색당이 이곳에서 설립됐다.

카를수르에의 지속가능 인프라의 대표적인 특징은 대중교통과 자전거다. 역사적으로도 그럴만한 게 1817년 카를스루에 주민 칼 드라이스(Karl Drais)가 현대 자전거의 시조를 발명했으며 카를 벤츠(Karl Benz)는 1885년 가스 엔진을 발명해 마차 앞부분의 말을 떼어내고 자동차로 개조했다.

지금 카를수르에는 도심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이를 통해 도시의 소음과 악취, 교통량을 줄이려한다. 이에 카를스루에는 도로 이용자에게 동일한 기반 위에 대중교통을 제공하기 위해 사이클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전거 교통을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적절한 속도의 휴양지로 만들고 자전거를 타는 동안 독자성과 행복감을 구현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로, 카를스루에는 독일 남부 제 1의 도시를 꿈꾸고 있다. 2015년까지 자전거 교통 점유율을 16%서 23%로 끌어 올리는 게 목표다.

카를수르에의 '도시계획의 민주주의'는 곧 시민참여다. 카를스루에 지역의 25개 시민단체는 지난 수십 년간 지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이 중 9개 단체는 설립된 지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시민단체는 지역과 주민의 안녕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활동한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자 조정자라는 명성 덕분에 시민단체의 활동은 시민과 행정기관, 정당의 존경과 인정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상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자치단체는 시민단체가 원할 경우 공개 의회를 주문한다.

지역주민 전원을 대규모 회의장에 초대하는 이러한 공개 의회는 시장과 시민단체장이 공동으로 관리한다. 이 자리에서는 자치단체의 주요업무 발표와 논의가 진행된다. 시민이 정한 결의안은 심의와 조치를 위해 지역의회로 회부된다.

사실 독일에서는 카를수르에 뿐만 아니라 타 도시에서도 시민참여와 거버넌스를 갖춘 도시계획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그들의 눈에는 한국사회가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독일 도시에서는 도시 계획, 특히 지구설정이나 공용 공간 및 도로 이용 문제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시민의 참여 강화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독일 카를수르에의 사례 역시 카를스루에 시 도시계획부장 게우르그 게라르디 (Dipl. Ing. Architekt Georg Gerardi)와 카를스루에의 시민연합 통솔기구(AKB) 볼프강 프리츠 회장이 (Prof. Dr. Wolfgang Fritz)이 직접 참여해 발제를 하게 돼 있어 '도시계획의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지속가능한도시, #재개발, #의제21, #영국 버밍엄, #독일 카를수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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