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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2008년 1월 17일, 프리랜서 여기자 김모씨는 사진기자들과 함께 배우 송일국씨가 사는 아파트 앞을 찾았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송씨는 결혼설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였다. 한참을 기다리던 김 기자는 차에서 내리는 송씨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이를 본 송씨는 기자임을 직감하고 인터뷰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현관으로 뛰어갔다. 김씨가 송씨를 부르며 뒤따라왔지만 결국 인터뷰는 성사되지 못했다.

여기까지라면 늘상 쫓는 기자와 쫓기는 연예인 사이에 흔히 있을 법한 장면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김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송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송씨가 내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하여 전치 6개월의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송씨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송씨는 "폭행은커녕 신체적 접촉도 없었다"며 극구 부인했다.

1주일 후 김 기자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이 같은 사실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었다. 송씨 역시 김 기자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이른바 '송일국 여기자 폭행논란 사건'이다. 수사를 맡았던 검찰은 송씨의 폭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고, 허위 고소 등의 혐의로 김 기자를 기소하였다. 이제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져야 할 상황이 됐다.

송일국 취재 여기자에겐 무슨 일이?

법원은 당사자들의 공방과 함께 현장에 있던 기자들, 아파트 사람들의 진술, 주변의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사건을 추적했다. 법원은 김 기자와 동료들의 진술 내용이 번복되고 있는 반면, 송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진술을 한 점을 주목했다.

게다가 애초에 사과 한마디면 모든 문제가 끝났을텐데도 송씨가 연예인으로서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 비추어 송씨의 진술에 더 무게를 두었다.

법원은 또한 ▲동료 등이 폭행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한 점 ▲목격자 진술・CCTV 화면 상으로 상해(입술과 치아 등)를 입었다는 김 기자의 얼굴에서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점 ▲김씨가 낸 진단서 내용이 기왕증이거나 환자 진술에 근거한 점 등을 들어 송씨의 폭행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김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다른 경위로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있으나 송씨의 가격으로 상해를 입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은 허위고소로 인정된다"고 결론내렸다.

결국 김 기자는 무고죄 등으로 법원에서 징역 8월(1심에서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구속되었다. 김 기자는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한 상태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이 사건은 연예인과 기자 사이의 자존심 싸움 정도나 지나친 취재 열기에서 벌어진 일로 보기엔 사태가 너무 커져 버렸다.

무고죄, 도대체 어떤 죄기에

최근 5년간 무고죄로 법원에 기소된 사람의 숫자를 분석한 표다. 2006년까지는 다소 줄었다가 2007년과 작년(2090명) 급증한 것을 볼 수 있다. (참조 : 대법원 통계)
▲ 5년간 무고죄 기소 현황 최근 5년간 무고죄로 법원에 기소된 사람의 숫자를 분석한 표다. 2006년까지는 다소 줄었다가 2007년과 작년(2090명) 급증한 것을 볼 수 있다. (참조 : 대법원 통계)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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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는 어떤 죄일까. 무고는 객관적 진실에 어긋나는 내용을 신고하는 행위와 상대방을 처벌받게 하려는 목적이 함께 있을 때 성립한다. 형법을 보자.

[제156조]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무고는 보통 거짓 고소장을 내는 형태를 띠지만, 경찰서에 범죄 신고를 하거나 진술을 할 때에도 허위 사실로 특정인을 처벌받게 할 목적이 있었다면 해당된다. 더 넓게 본다면 공무원을 징계받게 하려고 허위 사실을 투서하거나 해당 기관 민원게시판에 올리는 것도 무고가 될 수 있다.

무고죄는 피해자가 억울하게 수사기관에 조사를 받게 되고, 자칫하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니 위험한 범죄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사법 기관을 속여서 형벌권 행사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공무방해죄, 뇌물죄와 더불어 국가 기능에 대한 죄로 분류된다. 최근 고소사건이 증가하면서 무고죄도 늘어가고 처벌 수위도 높아가는 추세이다.

작년 무고죄 처벌 2천 명... 징역형 절반 넘어

2008년 무고죄 피고인이 재판에서 판결받은 내용이다. 절반이 넘는 피고인이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았다.
▲ 2008년 무고죄 판결 현황 2008년 무고죄 피고인이 재판에서 판결받은 내용이다. 절반이 넘는 피고인이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았다.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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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동안 무고죄로 법정에 선 피고인은 2090명(1심 기준)이었다. 2006년(1533명), 2007년(1663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중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절반이 넘는 1144명(집행유예 786명 포함)이나 된다.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80명에 불과하다.(표 참조)

무고죄는 원한관계, 금전관계 때문에 상대방을 보복하거나 골탕먹이려고 허위 고소를 하면서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감정만 앞세워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상대방이 고소했다고 덩달아 맞고소로 대응하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최근엔 성(性)과 관련된 무고도 눈에 띈다. 한 20대 여성은 애인의 미니홈피에 딴 여자가 댓글을 단 것을 보고 감정이 상했다. 그래서 단순히 애인을 겁주려고 강간죄로 고소했다가 되레 전과자가 되어야 했다.

어느 노래주점 도우미도 돈을 더 받아내려고 손님들이 집단으로 추행했다고 신고했다가 거짓으로 밝혀지는 바람에 법정에서 선처를 호소해야 했다. 아래에 소개하는 A씨도 비슷한 사례지만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사례2] A씨는 경찰서를 찾았다. 그는 고소장을 접수하며 "B씨가 자기 집에 3일간 감금하여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젊은 여성인 A씨의 말을 듣고 곧바로 B씨를 불렀다. 만일 사실이라면 B씨는 당장 구속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석연찮은 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B씨의 집은 이웃에서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또 감금당했다는 기간동안 B씨가 바깥에서 자기 집으로 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보아 B씨는 계속 집에 있지는 않았다. 게다가 사건 직후 A씨가 2차례나 문자메시지로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점은 감금당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힘들었다. 결국 A씨는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그런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울산지법은 지난 7월 A씨에게 징역 6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범죄는 B씨의 인생을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행위일 뿐 아니라 형사사법 기능의 올바른 집행을 해한다는 점에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앞으로 자신의 행위를 무겁게 돌아보면서 생활하라"고 충고했다. 

"사실에 기초하여 조금 과장했다면 무고죄 아니다"

사람의 기억은 완벽할 수 없다. 그리고 고소장을 내면서 100% 진실만을 적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고소 내용이 진실과 조금이라도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무고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단순히 착각하거나 표현을 조금 과장한 경우라면 처벌하지는 않는다.

법원도 "고소내용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하여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데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7도4450 판결 등)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고소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을 때에는 무고에 대한 고의가 없다."(95도231 판결)고 보지만 "신고사실이 허위라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2006도4255)는 무고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생각없이 내놓은 한 장의 고소장 때문에 철창 신세를 질 수도 있다. 무고죄는 사법 기관을 속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명예에도 손상을 입히는 중대한 범죄이다. 법원도 비교적 무겁게 처벌하는 편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그러니까 고소나 범죄신고는 어디까지나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거짓때문에 처벌받는 또다른 죄, 위증
무고죄와 비슷한 맥락에서 거짓말로 처벌받는 죄가 있다. 바로 위증죄이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만일 법정에서 이렇게 선서했다면 그때부터는 정말로 말조심해야 한다. 어느 한쪽을 편들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가는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 위증이란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겠다고 선서한 증인이 자신의 기억과 어긋나게 거짓 진술을 한 것을 말한다. 위증은 최대 징역 5년, 벌금 1천만원까지 처벌받는다.

한편, 이보다 더 센 범죄가 모해위증죄다. 모해위증은 상대방을 형사처벌이나 징계받게 할 목적을 갖고 위증을 한 경우다. 모해위증은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10년 이하)만 있는 무시무시한 범죄다.

그렇다면 아예 법정에 안 나가는 게 상책일까.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누구든지 증인으로 채택되면 재판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출석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법원의 출석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안 나갔다는 과태료를 물거나 강제구인될 수도 있다.

위증죄로 처벌받는 사람의 숫자(작년 약 1천7백여명)도 무고죄에 버금간다. 증인석에 서는 순간 말 한마디가 천냥빚을 지게 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는 고소와 관련된 마지막 내용으로 고소당했을 때 대처요령, 최근 5년간 형사사건과 고소사건의 통계 분석 등의 내용을 담을까 합니다.



태그:#송일국, #무고, #위증, #고소, #아는만큼보이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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