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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잡지 <애플타운> 9월호에 실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
 일본잡지 <애플타운> 9월호에 실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
ⓒ 애플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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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YS)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에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YS는 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서거한 직후 김기수 비서실장을 통해 "매우 충격적이고 불행한 일"이라고 짧은 소회를 밝힌 뒤 같은 달 29일 영결식에서도 침묵을 지켰다. YS의 침묵은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 앞에서 오열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과 대비되며 여러가지 해석을 낳았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사상적으로 공산주의와 가까운 정권"(계간 <시대정신> 2007년 겨울호 인터뷰), "노 전 대통령이 머지않아 형무소에 가게 될 것으로 믿는 국민이 전부"(4월9일)라고 맹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이라 장례식 참석... 헌화할 꽃 던져버리고 왔다"

 '노무현 국민장'에 대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을 옮긴 일본잡지 <애플타운> 기사.
 '노무현 국민장'에 대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을 옮긴 일본잡지 <애플타운> 기사.
ⓒ 애플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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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별말이 없었던 YS는 일본잡지 <애플타운> 9월호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에 대해 언급했다.

YS를 인터뷰한 사람은 동 잡지의 발행인 모토야 도시오 회장으로, 그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한일관계가 다소 안정됐지만,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양국 관계가 크게 흔들렸다"고 말하자 YS는 "노무현의 장례식을 국민장으로 치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실수한 것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YS는 "국민장이 아니라 가족장으로도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YS도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김동길·변희재씨와 엇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잡지에 따르면, YS는 이어 "내가 발탁해서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그는 내게 빚이 있는데, 이렇게 돼 버려서 조금 실망했다"며 "나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헌화할 꽃을 그냥 던져버리고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9일 경복궁 앞마당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9일 경복궁 앞마당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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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의 거침없는 발언에 도시오 회장은 "일본 정치인들은 불쾌한 감정이 있어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데, 그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니 참으로 대담하다"고 추켜세웠다.

도시오 회장은 YS에게 "일본어를 아주 잘 하시는데, 당신과 비교하면 노무현씨는 일본에 별로 친숙하지 못했다"고 두 사람을 대비시키기도 했다.

YS는 생전의 노 전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붓다가 그의 사후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일본잡지 인터뷰는 그의 감정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YS가 극우 성향의 논조를 펼치는 잡지와 인터뷰한 것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애플타운>의 발행인 도시오 회장은 일본의 부동산·레저분야 대기업 APA그룹을 경영하고 있는데, 그는 일본의 극우성향 정치인과 자위대 간부들을 초청하는 좌담회를 연 뒤 <애플타운>에 기사를 게재하는 방식으로 극우세력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YS측 "문맥이 거두절미되고 엉뚱한 얘기가 기사로 나가"

그는 2008년 5월에는 '진정한 근·현대사관'이라는 현상논문전을 주최했는데, 그해 최우수상은 일본의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논문을 쓴 다모가미 도시오 전 자위대 항공막료장에게 돌아갔다.

다모가미는 논문 사건의 책임을 지고 자위대 간부직에서 물러났는데, 당시 <아사히신문>은 "도시오 회장이 최종 압축된 논문 3편중 다모가미의 논문을 (최우수상으로) 강력 추천했다"고 전했다.

 29일 오전 경복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권양숙 여사, 노건호, 노정연씨 등 유가족과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이 묵념을 하고 있다.
 5월29일 오전 경복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권양숙 여사, 노건호, 노정연씨 등 유가족과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묵념을 하고 있다. 대다수가 고개를 숙인 가운데 허리를 꼿꼿이 세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사진제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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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측은 사석에서 한 발언이 일본 잡지에 보도된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YS의 김기수 비서실장은 2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도시오 회장이 일본사람 여럿이 함께 각하를 만나고 갔지만, 그분이 기자도 아니고 정식으로 인터뷰한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YS의 '가족장' 발언에 대해 "한국과 일본 모두 자살률이 높다는 기사가 나온 시점에서 각하는 '국가지도자가 자살하면 후세를 위한 교육에 안 좋다'는 취지의 얘기를 먼저 했는데, 문맥이 거두절미되고 엉뚱한 얘기가 기사로 나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 실장은 "사석에서 얘기한 걸 자기가 정리해서 쓴 걸 뭐라 하겠냐"며 문제의 기사에 대응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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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인터넷 동반자살>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