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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는 날, 23일 오후 1시경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서울광장을 찾았다. 더운 날씨임에도 많은 추모 인파가 몰려들었다. 비교적 차분했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을 만나봤다.

 

가양동에 사는 주부 김영주(여·53)씨는 가족들과 함께 서울광장을 찾았다. 김씨는 "우리나라를 위해, 시민을 위해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역할은 더욱 빛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앞으로 이렇게 큰 인물은 다시없을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IT산업이 획기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김 전 대통령 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너무 쉽게 얻어 소중한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남에 거주하는 40대 중반의 인왕산(필명)씨는 "민주주의를 이끄신 두 분이 석 달 사이에 돌아가시다니,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대통령께서 생전에 말씀하신 행동하는 양심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갈 것이다. 국민 모두가 침묵하지 않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곡동에 사는 장현남(여·32)씨는 '몸에 줄긋고 재롱부린다고 쥐가 다람쥐 되나'라는 문구를 몸에 붙이고 서울광장을 찾았다. 장씨는 그 문구가 "MB정부의 중도실용·친 서민 경제 정책을 빗댄 문구"라고 했다.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했을 당시의 소감을 묻자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그녀는 "현 시국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시대"라며 "그 분이 살아 계시다는 것 자체가 위안이었는데 이제 그런 어른을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2시 국회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던 시민들은 하나같이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영결식 후 열린 추모 문화제에는 많은 가수들이 참여해 그의 넋을 위로했다. 영화 <서편제>로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국악인 오정혜씨는 만가 '흥타령'을 상여소리로 불렀다.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과의 이별이 너무 힘들다"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살아생전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했지만 휴식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올 봄 많은 꽃을 보고 싶다고 말한 그의 영전에 국화를 바친다"고 전했다.

 

영결식을 마친 운구 행렬이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는 연단에 올라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와 국장 기간 동안 국민 여러분의 넘치는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가 평생 추구해 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평화를 사람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운구 행렬이 서울광장을 벗어나는 순간 시민들은 모두 일어나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이희호 여사님은 사랑합니다'를 외치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했다. 그 순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수백 개의 노란 풍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몇몇 시민들은 행사를 모두 마치고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태그:#김대중, #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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