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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바라보는 주요 일간지의 시각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김 전 대통령 서거 다음날인 19일 조간신문에서 "큰 자취 남기고 떠난 우리 시대의 거인" "한국사회 위기·과제 온몸으로 웅변"이라는 표현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조선·중앙·동아는 "역사 속으로 떠나간 DJ"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시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50년 정치 인생 동안 김 전 대통령이 세운 공(功)과 함께 '대북 햇볕정책', '지역주의 정치'에서 드러난 과(過)도 돌아볼 것을 주문했다. 

 

DJ 서거, 미묘하게 다른 일간지 시각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그(김 전 대통령)의 한평생은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을 향한 불퇴전의 정진"이라며 "아직 이 나라와 겨레는 그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데도 그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영원히 떠나고야 말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3면 머릿기사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50년간 한국 정치의 한 축이었다"면서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그를 중심으로 경쟁하며 발전했던 한 정치시대의 종언을 고함과 동시에, 우리 정치가 새로운 출발선에 섰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DJ 서거, 화합을 향한 '진정한 출발점' 삼아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직도 한국 사회가 여전히 계층·지역·이념·정파적 갈등에 사로잡혀 있다"며 "'DJ 문병 정국'은 한국 사회가 DJ 서거를 화합과 통합을 향한 역사 발전의 비료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준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중앙·한겨레·동아 등 주요 일간지들은 10면 이상을 할애해 김 전 대통령의 일생과 정치 역정을 돌아보는 등 서거 관련 기사를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6면에 걸쳐 보도하는 데 그쳤다.

 

햇볕정책 "남북 화해분위기 조성" "북한의 핵개발 도왔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 부분은 '대북정책'이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김 전 대통령이 추진한 '햇볕정책' 및 '대북 포용정책'이 냉전체제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 반면, 조선·중앙·동아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부추긴 '역사적 오판'이라고 평가했다.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4억5천만 달러를 북에 비밀리에 건네주었으며, 햇볕정책의 의도와는 달리 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그런 일방적 포용정책에 집착함으로써 오히려 김정일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돕는 결과를 낳았고, 그 과정에서 남남(南南)갈등을 키웠다."(동아일보 8월 19일자 사설)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은 최근까지도 그 역사적 의미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도외시한 세력에 의해 뒷돈 거래로 북의 핵개발을 도왔다는 식으로 매도됐다. 특히 남북 화해와 평화의 상징인 햇볕정책 역시 일방적 대북 퍼주기라는 비난 속에 존폐의 기로에 섰고, 그 결과 남북관계는 과거로 뒷걸음질했다."(경향신문 8월 19일자 사설)

 

"DJ, 이명박 정부 '민주주의 위기' 비판"

 

지난해 11월부터 김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언급하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겨레·경향 및 조선·중앙·동아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은 삶의 마지막까지 '행동'하는 정치가였고, 지도자였으며, 투사였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후퇴하는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 '서민의 삶'에 대한 열정과 우려가 동인이었다"고 말했다. <한겨레> 역시 9면 기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 문제를 끝까지 자신의 화두로 붙들고자 했다"며 "(이는) MB 정부에 대한 경고"라고 언급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현직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며 공격함으로써 공동체의 균열을 키우기보다는, 국민통합에 앞장섰더라면 존경을 더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또한 사설을 통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적 통합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자격과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막판에 자신을 키워준 '투쟁'의 과거'로 돌아가고 말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신문들은 공통적으로 '지역주의'를 김 전 대통령 시대의 한계로 꼽았다.

 

<조선일보> 사설은 "모든 사람이 그의 대통령 취임으로 지역 갈등이라는 국가적 병폐가 치유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랐지만 실망스럽게 끝나고 말았다"는 내용을 담았고, <한겨레> 사설 역시 "그는 우리 사회의 고질인 지역주의의 희생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원인 제공자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덧붙이는 글 | 서유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김대중, #대통령, #서거, #한겨레,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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