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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날씨가 끓는 가마솥 같을 때 문득 떠오르는 뜨거운 음식이 있다.
▲ 얼큰만두전골 이렇게 날씨가 끓는 가마솥 같을 때 문득 떠오르는 뜨거운 음식이 있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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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입추와 말복까지 지났지만 늦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날씨가 하도 찜통 같아서 그런지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능률이 잘 오르지 않고, 조그만 스트레스에도 심한 짜증이 난다. 줄곧 무더운 바람만 풀풀 날리는 선풍기를 원망하며 거리에 나서면 심한 갈증에 얼음물과 찬 음식만 자꾸 찾게 된다.

그래서일까.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속이 더부룩하면서 쓰리기까지 하다. 게다가 열대야 때문에 밤새 이리저리 마구 뒤척이다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일어난 탓에 몸과 마음도 찌뿌드드하면서 몹시 피로하고 어지럽기까지 하다. 사람들이 여름철이면 보양음식을 자주 찾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이리라.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그래. 이렇게 날씨가 끓는 가마솥 같을 때 문득 떠오르는 뜨거운 음식이 있다. 더위도 사냥하고, 무더위에 지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그 맛깔스런 음식, 만두와 칼국수, 콩나물, 채소, 매운 고추, 갖은 양념 등을 넣어 만드는, 그야말로 얼큰한 얼큰만두전골이 그것이다.    

이열치열이란 옛말이 있듯이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녹음이 지쳐가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보글보글 끓여먹어야 특히 맛있는 얼큰만두전골. 얼큰만두전골은 만두와 칼국수가 맛국물에서 뜨겁게 포옹하면서 빚어내는 매콤달콤하면서도 입안에 오래 남는 시원한 깊은 맛이 그만이다. 그 시원한 깊은 맛이 더위를 사냥하고 쓰린 속까지 몽땅 사냥한다.

강원도 홍천 찰강냉이 막걸리
▲ 얼큰만두전골 강원도 홍천 찰강냉이 막걸리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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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지쳐가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보글보글 끓여먹어야 특히 맛있는 얼큰만두전골
▲ 얼큰만두전골 녹음이 지쳐가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보글보글 끓여먹어야 특히 맛있는 얼큰만두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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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 아는 사람들은 여름철에 얼큰만두전골 찾는다

"얼큰만두전골은 직접 빚은 만두와 칼국수를 넣어야 제맛이 나지요. 저희들은 옛날 어머니 손맛을 그대로 나게 하기 위해 모든 재료를 직접 조리합니다. 다른 집에서는 얼큰만두전골을 만들 때 숙주나물을 주로 쓰지만 저희들은 직접 기른 콩나물을 씁니다. 그래야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깔끔해지지요"

광복 64주년이었던 지난 8월 15일(토) 오후 5시. 성남에 있는 봉국사에 갔다가 우연찮게 찾았던 얼큰만두전골 전문점 고향바지락칼국수.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남한산성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집 주인 박배근(47)씨는 "이곳 저곳에서 10여년 넘게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다 2년 앞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고 말한다.

박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큰만두전골을 겨울철에 주로 먹는 음식이라 여기며 여름철에는 콩국수나 비빔국수, 열무국수 등을 주로 찾지만 음식 맛을 아는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철에 얼큰만두전골을 찾는다"라며 "얼큰만두전골은 만두와 칼국수를 함께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여름 보양식으로도 그만"이라고 귀띔한다. 

이 집 얼큰만두전골 특징은 직접 빚는 만두와 칼국수에 있다. 만두는 국산 돼지고기와 호박, 부추, 양파 등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만든 만두속을 손으로 직접 빚는다. 칼국수는 일반 흰빛 칼국수와 초록빛을 띤 두 종류를 빚는다. 그중 초록빛을 띤 칼국수는 건강에 아주 좋은 해초류로 , '북한 김일성 주석도 먹었다'는 소문이 떠도는 클로렐라를 넣는다.      

만두가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과 함께 빚어내는 쫄깃한 감칠맛
▲ 얼큰만두전골 만두가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과 함께 빚어내는 쫄깃한 감칠맛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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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나물과 부추나물이 든 밥 반 공기
▲ 얼큰만두전골 채나물과 부추나물이 든 밥 반 공기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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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순식간에 휘어잡는 얼큰하면서도 깔끔한 맛

"음식 맛은 조리하는 사람의 정성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어머니 손맛이 남다른 것도 남편과 자식에게 먹일 음식에 골고루 담긴 어머니 정성 때문 아니겠어요. 저희들은 손님들에게 내는 음식을 오랜만에 찾아오신 부모님 밥상 차리듯이 정성을 다해요. 그래서 그런지 손님들이 시골 고향집에서 먹었던 그 음식 맛이 난다고 그래요"

주인에게 막걸리와 얼큰만두전골(중 2만원, 대 2만5천원)을 시키자 밑반찬으로 겉절이 김치 달랑 한 가지만 나온다. 그것도 뚝배기에 담겨 스스로 먹을 양만큼만 꺼내 먹게 되어 있다. 막걸리도 이곳 막걸리가 아닌 강원도 홍천에서 나오는 찰강냉이술이다. 주인에게 "왜 하필이면 홍천 막걸리를 파느냐"고 묻자 그저 "이곳까지 배달이 오기 때문"이라며 빙긋이 웃는다.  

근데, 막걸리가 너무 달다. 막걸리는 신맛과 단맛이 6:4 정도가 가장 맛이 좋은데, 이 막걸리는 단맛이 신맛을 훨씬 앞질러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좋아할 맛이다. 막걸리 한 잔 쭈욱 들이키며 커다란 유리창에 펼쳐진 초록빛 산하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을 때 얼큰만두전골이 채나물과 부추나물이 든 밥 반 공기와 함께 나온다.

"만두부터 먼저 드시고 칼국수는 좀 있다 드세요"라는 주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발그스레한 노을빛 국물을 떠서 입에 넣는다. 얼큰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혀를 순식간에 휘어잡는다. 국물과 콩나물을 몇 수저 더 떠서 입에 넣자 매콤달콤한 맛 속에 담긴 시원한 맛이 더부룩했던 속을 순식간에 뻥 뚫어주는 듯하다.            

쫀득한 초록빛 칼국수에서는 바다 내음 같은 상큼한 향이 솔솔 배어난다
▲ 얼큰만두전골 쫀득한 초록빛 칼국수에서는 바다 내음 같은 상큼한 향이 솔솔 배어난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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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칼국수가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과 빚어내는 쫄깃한 감칠맛

그뿐이 아니다. 가끔 건져 먹는 만두가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과 함께 빚어내는 쫄깃한 감칠맛도 그만이다. 막걸리 한 잔 더 쭈욱 들이킨 뒤 우윳빛과 초록빛 칼국수를 건져 입으로 가져간다. 쫀득쫀득 씹히는 우윳빛 칼국수는 여느 집 칼국수 맛과 비슷하다. 하지만 쫀득한 초록빛 칼국수에서는 바다 내음 같은 상큼한 향이 솔솔 배어난다. 

이 집 얼큰만두전골을 만드는 비결은 맛국물에 있다. 이 집 맛국물은 황태, 다시마, 무, 양파, 대파 등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4~5시간 우려낸다. 그 다음 맛국물에 만두와 칼국수 두 종류를 넣은 뒤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대파, 당근, 갓 찧은 마늘, 매운 고추, 콩나물, 깻잎 등을 넣고 한소끔 끓여내면 끝이다.      

"깻잎을 넣는 것은 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느끼한 맛을 잡아주기 때문"이라는 주인 박씨. 강원도 홍천 찰옥수수 막걸리를 곁들여 진초록에 잠긴 산천을 바라보며 먹는 얼큰만두전골. 참 그 사람맛 음식맛 한 번 기막히다. 만두와 칼국수, 콩나물을 거의 다 건져먹고 난 뒤 남은 자작한 국물에 밥 한 공기 올려 김가루를 뿌려 비벼먹는 맛도 끝내준다.

이 집에서 자랑하는 비빔국수와 열무국수, 콩국수, 손만두(5천원), 칼국수와 떡만두국, 얼큰만두뚝배기(6천원) 등도 그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여름철 별미이다. 시원한 콩국수에 매콤달콤한 겉절이 김치 척척 걸쳐 먹고 있노라면 어느새 어머니 얼굴과 고즈넉한 고향 들판이 흑백필름처럼 스쳐간다.

뜨거운 여름철에 먹는 뜨거운 얼큰만두전골. 이열치열이라더니... 이 집에 앉아 홍천 찰옥수수 막걸리를 곁들여 얼큰만두전골을 먹고 있으면 시간이 흐르는 것인지 멈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가는 무더위에 지친 이들이여! 언제 성남 남한산성쪽으로 간다면 얼큰만두전골 한 번 먹어보시라. 몸과 마음이 뭉개구름처럼 하얗게 피어나리라.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얼큰만두전골, #이열치열, #성남 고향바지락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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