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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탕. 옛날 복달임의 일품으로 꼽힌 음식이었다.
 민어탕. 옛날 복달임의 일품으로 꼽힌 음식이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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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고 말복을 맞았다. 서서히 가을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할 때다. 그러나 웬걸? 장마와 태풍이 지난 뒤 햇볕이 뜨거워졌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태세다. 늦더위의 기세가 보통은 넘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럴 때 우리 선조들은 복달임을 하며 무더위를 이겨냈다.

요즘엔 복달임 음식으로 보신탕과 삼계탕을 먼저 꼽는다. 하지만 조선시대엔 무더위를 식히는 음식의 첫 번째 손가락에 민어탕(찜)을 꼽았다. 그리고 이품에 도미탕(찜), 삼품에 보신탕이었다고 한다. 복날이 되면 양반은 민어탕을, 상놈은 시냇가에 모여 보신탕을 즐겼다는 말도 전해진다.

복날을 맞아 무더위를 다스리는데 일품이라는 민어요리를 떠올려본다. 민어는 한자로 백성 민(民), 고기 어(魚) 자를 쓴다. 그런데도 예부터 상류층이 즐긴 고급 요리였다. 조금 이상하게도 여겨지지만 누에고치에서 실을 짜내는 사람은 평민들이었지만, 막상 비단 옷을 입는 사람은 귀족들이었던 걸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 같다.

민어회. 맛이 담백하고 구수하다. 큼직하게 썰어 초장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민어회. 맛이 담백하고 구수하다. 큼직하게 썰어 초장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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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의 주산지는 신안 임자도와 지도 인근 해상이다. 또 여기서 잡힌 걸 최고로 쳐준다. 하여 목포 등 서남해안엔 민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음식점이 여러 군데 있다. 사진은 목포의 한 민어음식점에서 민어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어의 주산지는 신안 임자도와 지도 인근 해상이다. 또 여기서 잡힌 걸 최고로 쳐준다. 하여 목포 등 서남해안엔 민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음식점이 여러 군데 있다. 사진은 목포의 한 민어음식점에서 민어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 목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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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는 깍두기만한 크기로 뭉텅뭉텅 썰어 초장에 찍어먹는 게 최고다. 맛이 깊고 담백하고 구수하다. 깊은 바다에 사는 대부분의 고기가 그렇듯이 민어도 살이 연하기 때문이다. 쑥갓과 애호박, 미나리, 팽이버섯 등에다 고추장을 풀어 끓인 민어탕도 그만이다. 민어탕은 뜨거울 때 먹어야 더 시원한 느낌이 든다.

민어는 산란기인 지금이 제철이다. 어란도 여름엔 민어알, 봄엔 숭어알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철 민어알을 최고로 친다. 이 민어는 어느 한 부위도 버릴 게 없다. 살짝 데쳐진 껍데기는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아가미는 무쳐 먹는다. 뼈는 다져서 먹는다. 부레와 지느러미도 먹는다.

그 가운데서도 뱃살이 특히 맛있다. 기름기가 있어 쫄깃쫄깃하고 구수하다. 회 맛은 말할 것도 없다.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다. 양념초장에 찍어먹는 민어회는 펄펄 뛰는 활어보다 어느 정도 냉장시킨 선어(鮮魚)가 더 맛있다. 묵은김치에 싸 먹어도 끝내준다.

하지만 요즘 민어가 많이 잡히지 않아 값이 조금 비싼 게 흠이다. 민어는 신안 임자도와 지도 부근에서 잡힌 걸 으뜸으로 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에 수컷은 5만원, 암컷도 3만원을 넘었다. 암수 가격차이가 나는 것은 수컷의 경우 기름이 자르르 올라 맛있는데 반해 암컷은 알을 낳기 때문에 맛이 덜한 탓이다.

13일 기준으로 민어 시세는 지난 주보다 조금 떨어져 수컷이 4만∼4만500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작년 이맘때 1㎏에 2만5000∼2만8000원 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도 많이 비싼 편이다.

모래·민어축제에선 모래성 쌓기 등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모래·민어축제에선 모래성 쌓기 등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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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민어축제에선 민어회를 시식하고 각종 민어요리도 맛볼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 때 민어시식회 모습이다.
 모래·민어축제에선 민어회를 시식하고 각종 민어요리도 맛볼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 때 민어시식회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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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가 많이 잡히는 신안 임자도에선 14·15일 이틀 동안 모래·민어축제도 열린다. 모래와 민어를 주제로 하는 만큼 가족 모래성 만들기, 모래성 만들기 경연대회 등이 마련된다. 민어시식회, 민어경매가 열리고 민어 음식장터도 펼쳐진다. 민어 생태를 살필 수 있는 민어 생태전시관도 설치된다.

바닷가에서 해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된다. 전통 개매기, 맨손으로 활어 잡기, 천일염 나르기, 바닷속 보물찾기, 머드 씨름왕 선발대회 등이 그것이다. 해변 낭만콘서트, 객석한마당, 판타지 매직쇼, 해변 열창 한마당, 중국 기예단과 태권무예 퍼포먼스 등 공연프로그램도 다채롭다.

대광해수욕장. 우리나라 모래해변 가운데 가장 길고 넓은 곳이다. 해변의 길이가 자그마치 12㎞나 된다. ‘명사십리’ 아닌 '명사 삼십리'다.
 대광해수욕장. 우리나라 모래해변 가운데 가장 길고 넓은 곳이다. 해변의 길이가 자그마치 12㎞나 된다. ‘명사십리’ 아닌 '명사 삼십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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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펼쳐지는 대광해수욕장은 우리나라 모래해변 가운데 가장 길고 넓은 곳. 그 길이가 대기리에서 광산리까지 자그마치 12㎞나 이어진다. 이른바 '명사30리'인 셈이다. 이 해변을 걷는 데만도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아무리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도 해수욕장이 언제나 썰렁하게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연유다.

손톱만한 엽낭게들이 모래 속으로 파들어 가느라 뚫어놓은 둥근 모래경단도 색다른 풍경이다. 해변 구릉지에는 해송이 우거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해변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도 아름답다. 여기서 보는 해넘이도 멋스럽다.

임자도엔 대광해수욕장 말고도 가볼만한 해수욕장이 또 있다. 어머리해수욕장과 은동해수욕장이 그곳. 대광해수욕장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풍광은 뒤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어머리해수욕장 모래톱 끝엔 바다로 통하는 동굴이 있다. 오랜 세월 파도가 파놓은 용난굴이다. 썰물 때 그 굴까지 가볼 수 있다.

어머리해수욕장 끝에 있는 용난굴. 오랜 세월 동안 파도가 파놓은 굴이다.
 어머리해수욕장 끝에 있는 용난굴. 오랜 세월 동안 파도가 파놓은 굴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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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하우리 포구도 멋스럽다. 이 포구는 임자도 최대의 어항. 민어잡이를 위해 얼음포대를 싣고 출어를 준비하고 있는 어선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어항은 옛날 민어잡이 배와 고기를 받아내는 부선들이 모여들어 파시가 형성됐던 곳이다. 지금은 예전처럼 민어가 푼더분하게 나진 않지만 그래도 민어철엔 그 명맥을 지켜가고 있다.

임자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도로와 전장포로 가는 지방도 주변에 늘어선 염전도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 염전에선 요즘 소금꽃이 한창 피고 있다. 해질녘엔 소금수확도 한다.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염전은 더없이 좋은 자연학습장이 된다.

전장포는 우리나라 새우젓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새우젓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솔개산 기슭에 새우젓을 저장하는 토굴이 있다. 이 굴을 둘러보는 것도 임자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의 묘미다. 조선시대 천재 문인화가였던 조희룡의 적거지 표지석과 기념비도 임자면 흑암리에 있다. 조희룡은 임자도에서 유배생활을 했었다.

임자도의 먹을거리도 맛깔스럽다. 먼저 꼽히는 건 역시 민어. 요즘 값이 조금 비싸지만 4인 기준으로 10만원 정도면 민어를 푸짐하게 먹고 식사까지 할 수 있다. 민어요리는 대광해변 부근과 면소재지에 있는 횟집에 가면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앞바다에서 갓 잡은 것으로 요리한 해물탕, 매운탕, 꽃게탕, 연포탕도 특별하다. 반찬도 정갈하다.

가도 가도 끝없는 모래해변이 펼쳐지는 섬 임자도. 모래와 민어를 주제로 한 축제도 펼쳐질 신안 임자도로 주말 가족여행 한번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다. 감칠 맛 나는 민어도 맛보고...

민어는 활어보다 선어(鮮魚)가 더 맛있다. 양념초장에 찍어먹는 민어회 맛이 일품이다.
 민어는 활어보다 선어(鮮魚)가 더 맛있다. 양념초장에 찍어먹는 민어회 맛이 일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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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대광해변. 엽낭게들이 만들어놓은 둥근 모래경단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해질녘 대광해변. 엽낭게들이 만들어놓은 둥근 모래경단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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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래·민어축제가 열릴 임자도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속한 섬이다. 서해안고속국도 무안나들목으로 나가 24번국도를타고 타고 현경, 해제, 지도를 거쳐 점암선착장까지 가야 한다. 이곳에서 임자도행 철부도선 타고 20분 건너면 닿는 섬이다.

철부도선은 휴가철인 요즘 하루 15차례 왕복 운항한다. 손님만 있으면 수시 운항한다는 게 도선운영사의 입장임을 감안하면 그 이상도 운항한다. 첫배는 임자도에서 아침 6시30분, 막배는 밤 10시30분에 출발한다. 점암에선 아침 7시에 첫배, 밤 11시에 막배가 있다. 도선요금(왕복)은 승객 2600원, 승용차 1만8000원이다.



태그:#민어, #대광해변,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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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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