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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경.
 

"이상현상"

 

10일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현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실물 경기가 아직 좋은 상황이 아닌데도 일반적으로 경기에 후행하는 부동산 시장이 경기보다 먼저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더군다나 국민 소득은 줄었는데 집값이 올라가는 건 더욱 말이 안 된다"는 게 박 소장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 등 일부 집값은 2006년 하반기의 역사상 최고점을 능가했다.

 

그렇다면 명백하다. 박 소장은 "투기적 수요"라고 말했다. 그는 "과속하고 있는 강남 3구 등에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장에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세제 완화 등으로 집값 상승을 초래한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09년 부동산 시장, 2006년 상황보다 나쁘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 전경. 서울 강남 지역에서 재건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 아파트에 돈이 몰리고 있다.
 

현재 집값 폭등 상황은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일까? 지난 2006년 하반기 전국 집값이 최고점을 기록했을 당시 주택담보대출은 그해 월평균 2조9천억 원씩 증가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은행에서 대출받은 뭉칫돈을 싸들고 전국의 아파트로 향했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만 본다면 2009년은 2006년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 7월 말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보다 4조5천억 원 늘었다. 이는 같은 달 7일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춘 정부의 대책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이미 일부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역사상 최고점 기록을 회복했다. 재건축이 유력한 서울 개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 43㎡(13평)형의 현 매매가는 이미 2006년 하반기 수준과 비슷한 8억2천만 원이다. 강남 3구만 보더라도 2006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나찬휘 KB국민은행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강남3구는 고점 대비 92~95% 회복됐다"고 밝혔다.

 

실물 경기가 완전히 회복국면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규제 완화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용적률 상향 조정 등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로 기대 수익이 커져 돈이 몰렸다"며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개발 계획 역시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단기간의 폭등에 따른 조정 등의 이유로 최근 집값 상승이 주춤하고 있지만 앞으로 큰 변수가 없는 한 집값은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다음은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의 부동산 시장 전망이다.

 

"계속해서 낮은 금리가 유지되면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몰려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주택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는데, 3/4분기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 집값이 더 크게 상승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올 각종 개발 정책 또한 집값 상승의 좋은 재료다."

 

"이명박 정부 규제완화 잘못 인정해야...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문제 야기"

 

 경실련은 18일 오전 서울 대학로 경실련 강당에서 '이명박 정부 부동산정책 수혜자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동안의 부동산정책을 분석한 결과 공급확대, 선분양제유지, 각종 규제완화 등 공급자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구도시의 뉴타운·재건축·재개발 등 개발사업으로 투기세력의 탐욕을 자극하여 인위적으로 경기부양하려는 대책이 대부분이었다'고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정부는 "집값 폭등은 일부 지역의 사례"라며 부동산 시장에 적극 개입하지 않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이나 거래금액으로 볼 때,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강남 부동산 시장의 폭등은 주변지역 더 나아가 전국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정부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정부가 당장 DTI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정부 뜻대로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나찬휘 팀장은 "7월 정부가 LTV 규제를 강화했지만 강남에 큰 영향은 없었다"며 "강남 지역 사람들은 여윳돈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DTI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집값 폭등을 잡기 위해서는 LTV·DTI 등 금융규제가 아닌, 이명박 정부의 재건축·세제 완화 등의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되돌리지 않는다면, 2006년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그의 말이다.

 

"정부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져 있다. 이명박 정부가 금융 규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못 뽑기' 해버렸다. 하지만 금융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스스로 폐기한 정책에 대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집값 폭등은 시장 불안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경기 회복기에 유동성이 부동산에 몰리는 상황을 초래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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