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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베 이불이 깔린 침대에 누운 예슬이. 이불이 몸에 달라붙지 않아서 좋다고 합니다.
 삼베 이불이 깔린 침대에 누운 예슬이. 이불이 몸에 달라붙지 않아서 좋다고 합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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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삼베 이불을 다시 꺼냈습니다. 한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에 삼베만한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겉보기엔 투박해 보이지만 바람이 잘 통하는 삼베는 잠자리를 편안하게 해줍니다. 밤새 흘린 땀도 잘 흡수해 늘 몸과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유지해 줍니다.

아이들도 반깁니다. 10여 년 전, 처음 깔아주었을 땐 까칠하다더니 하루 이틀 지나고선 삼베이불만 찾습니다. 심지어 여름이 지나 가을까지도 내놓지 않으려고 떼를 씁니다. 어느 해엔 겨울이불을 꺼내면서 삼베이불을 넣은 적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어느 한곳 닳거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일반매장에서 값싸게 구입한 삼베이불은 진즉 해어져서 버렸습니다. 값은 조금 비싸지만 역시 우리 것이 좋다는 걸 실감합니다.

삼베이불을 내놓자마자 둘째아이 예슬이가 뒹굽니다. 흡족한 표정입니다. 큰아이 슬비는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겠다고 들어가더니 금세 꿈나라로 여행을 떠납니다. 올 여름 엔간한 무더위나 열대야쯤은 거뜬할 것 같습니다.

 전남 보성의 아낙들이 다 자란 삼(대마)을 수확하고 있다. 앞에 선 아낙은 수확한 삼의 이파리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말에 찍은 모습이다.
 전남 보성의 아낙들이 다 자란 삼(대마)을 수확하고 있다. 앞에 선 아낙은 수확한 삼의 이파리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말에 찍은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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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삼베가 요즘 제철을 맞았습니다. 옛날,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시절엔 삼베이불 깔고 부채 하나만 손에 쥐면 무더위 걱정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감촉이 시원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그만이었습니다.

이 삼베의 주산지는 전국적으로 몇 군데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곳이 '녹차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전남 보성입니다. 옛 여인들의 정성 그대로 전통삼베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입니다. 특히 수의는 보성의 자랑거리입니다.

보성삼베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올이 질기고 흡습성과 통풍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매끄럽습니다. 아무리 땀을 많이 흘려도 구김이 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빨아도 해어지지 않습니다. 이 삼베로 옷을 지어 입으면 투박한 듯 단아한 품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감을 갖게 합니다.

 아낙들이 수증기에 쪄서 말린 삼을 냇물에 헹구고 있다. 지난 7월 말 전남 보성군 복내면에서 찍은 것이다.
 아낙들이 수증기에 쪄서 말린 삼을 냇물에 헹구고 있다. 지난 7월 말 전남 보성군 복내면에서 찍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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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일 전, 보성을 지나는 길에 삼(대마) 수확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진즉 수확이 끝났을 시기인데 한창 작업중이었습니다. 보통 삼 수확은 6월 중순부터 7월 초순에 이뤄집니다. 하지만 올해는 윤달이 끼어서 삼베 짜는 작업으로 일손이 부족했고 날씨도 장마로 인해 고르지 못한 탓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수확한 삼이 옷감의 재료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은 멀고도 험합니다. 씨앗을 뿌린 이후 삼베길쌈을 하는 데는 20∼30단계의 크고 작은 순서를 거쳐야 합니다. 씨앗으로 뿌려진 삼은 봄 한철을 거치면서 2m도 넘게 자랍니다. 수확작업은 낫이나 예초기를 이용해 이것을 베는 것으로 시작돼 이파리 제거로 이어집니다.

이파리가 제거된 삼 생대는 가마에 넣어 수증기로 쪄냅니다. 쪄낸 삼대는 껍질을 따로 벗겨내 말려야 하고, 또 물에 적시고, 찢고 해야 합니다. 그 다음엔 손톱을 이용해 일정한 크기로 쪼개야 합니다.

 할머니들이 쪄서 말린 삼을 잇고 있다. 지난 7월말 전남 보성군 복내면에서 찍은 것이다.
 할머니들이 쪄서 말린 삼을 잇고 있다. 지난 7월말 전남 보성군 복내면에서 찍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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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에서 뽑아낸 실과 실 끝이 끊어지지 않게 이어주는 것도 작은 일이 아닙니다. 이를 위해선 물에 적셔 허벅지에 대고 손으로 꼼꼼하게 비벼줘야 합니다. 공력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베 메기, 꾸리 감기, 베 짜기 등 이후 과정도 이전까지의 과정만큼이나 까다롭습니다. 오죽하면 현지 주민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고 할 정도입니다. 전통삼베 제조기법 그대로 원단을 만들고, 모든 제품을 손으로 직접 가공하고 생산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 할머니들은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문이 밀려들면서 밤샘작업을 '밥 먹듯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합니다. 값싼 중국산이 밀려오면서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랍니다.

삼을 수확해서 삼베의 재료로 만드는 과정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서 만들어진 삼베이기에 질긴 것이었습니다. 주름 골 깊은 할머니들의 정성이 깃들어 있기에 부드러운 것이었습니다. 그 마음이 올곧이 담겨있어서 늘 뽀송뽀송하고 우리 몸에도 좋은 것이었습니다.

그 삼베로 만든 이불을 깔고서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 얼굴이 편안해 보입니다. 10년 전부터 오늘까지 변함없이...

 보성군 복내면 한 농가에서 할머니들이 삼 잇기 작업을 하고 있다. 허벅지에 대고 손으로 꼼꼼하게 비벼줘야 끊기지 않는다고.
 보성군 복내면 한 농가에서 할머니들이 삼 잇기 작업을 하고 있다. 허벅지에 대고 손으로 꼼꼼하게 비벼줘야 끊기지 않는다고.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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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보성의 한 농가에 마을 아낙들이 모여 삼베를 짜기 위한 물레질과 베짜기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7월말 찍은 것이다.
 전남 보성의 한 농가에 마을 아낙들이 모여 삼베를 짜기 위한 물레질과 베짜기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7월말 찍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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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