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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는 녀석은 매일 우리들에게 24시간이라는 선물을 제공한다. 우리들은 그 24시간 중에서 대략 8시간 정도를 잠을 자는데 소비하고 나머지 16시간을 생활하는데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가 하루하루를 돌이켜 보면 위의 글처럼 16시간이라는 이 긴 시간이 도대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허공에 날려버린 것처럼…….

 

도대체 시간은 어디로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에너지 보존의 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과 같은 것은 다 있는데 왜 시간 보존의 법칙은 없다는 말인가? 어째서 시간은 흔적도 없이 우리 삶에서 사라지는 것일까? (198쪽)

 

책의 저자는 위와 같이 시간의 흔적들에 대한 궁금증을 독자들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나 역시 저자의 물음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나는 매번 무엇인가 하려면 이것저것 치우고 하는데 시간을 소모하고, 자리에 앉은 후에도 웹서핑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라는 책은 나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사실 류비셰프라는 사람의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56년간 '시간통계'를 했다는 인물에 대한 설명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시간을 통계 내는데 그치지 않고 시간을 정복했는지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었다.

 

'시간통계' 그대로의 일기

 

우리가 보통 일기라고 하는 것은 하루를 반성하는 자신의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 류비셰프는 그런 보편적인 규칙을 거부하고 철저히 시간 위주의 일기를 작성했는데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1964년 4월 7일, 울리야노프스크

 

곤충분류학 : 알 수 없는 곤충 그림을 두 점 그림. 3시간 15분.

어떤 곤충인지 조사함 -20분 (1.0)

추가 업무 : 슬라바에게 편지 - 2시간 45분 (0.5)

사교 업무 : 식물보호단체 회의 - 2시간 25분

휴식 : 이고르에게 편지 10분.

울리야노프스카야 프라우디 지 - 10분

톨스토이의 <세바스토플 이야기> - 1시간 25분

 기본업무 - 6시간 20분 (41~42쪽)

 

류비셰프는 이와 같은 방식의 일기를 56년간 빠지지 않고 써내려갔으며 이것을 한 달, 일 년, 그리고 5년씩 통계를 작성하여 얼마나 시간을 효율성 있게 사용했는지 스스로를 감독해나갔다.

 

그는 시간만 저런 식으로 관리 한 것이 아니었다. 일기 속에 쓰인 모든 생활들을 같은 범주로 분류하여 얼마만큼 공부했는지 나열해놓았다. 예를 들면 톨스토이의 <세바스토플 이야기>는 책이라는 범주에, 고전이라는 항목에, 톨스토이라는 세부목록에 <세바스토플 이야기 몇 시간> 이런 식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했던 것이다.

 

<프랭클린 자서전>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13가지의 덕목을 표로 작성하여 부족한 부분에 표시하면서 빠르게 자신의 생활을 반성해 나간 것과는 다른 류비셰프의 엄격한 성질의 시간 관리의 방법 앞에서 나는 그만 학을 떼고야 말았다. 그리고 정말 저런 식으로 따라만 할 수 있어도 어떤 사람이 되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와 같은 시간 관리법으로 전 방위 적인 독서와 탐구활동을 벌여나갔다. 그는 어떤 분야든 간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토론을 통한 논쟁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 나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앞으로는 항상 학문적인 의견을 묻는 편지들이 끊이지 않았고, 그는 바쁜 시간 와중에 그것들과 기꺼이 소통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의 서신교환을 보고 있자니 문득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활이 오버랩 되어 나의 머릿속에서 같이 흘러갔다. 왜냐하면 비록 유배를 떠나있는 고난의 상황 속에서도 그 역시 류비셰프처럼 전 방위적 독서와 다른 지식인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목민심서와 기중기로 대표되는 방대한 양의 저작과 건축물들을 남겨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늘 하루 동안 류비셰프의 방법대로 시간을 메모하면서 생활해보았다. 확실히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기는 했지만, 천천히 책을 읽고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고 있던 나에게 시간의 압박을 통한 빠른 책 읽기는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버리는 약간의 단점 또한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에 훨씬 많은 시간동안 사색에 잠겼고 그런 어려움 속에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그의 일기 속에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작성해 놓지 않았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하긴 생각하는 시간을 작성했으면 그는 아마도 잠을 자는 시간을 빼놓고 모든 시간을 사용한 셈이 되겠지…….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학자, 그것도 짧은 시간 동안 그러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는 학자는 학자로서 아무런 가망도 없습니다. 이제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당신이 지향하는 목표는 대체 무엇입니까? 학문 연구에서 가능한 한 최대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목표라면 반드시 깊이 사고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합니다. (163쪽) 

 

그의 생활 방식을 따르더라도 그가 남긴 이 말의 의미를 기억하면서 시간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8월 5일 단예군의 류비셰프 따라하기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4시간 30분

100가지 위대한 발견 2부 지구과학 , 3부 유전학 - 1시간 30분

SERI 전망 2009 서평쓰기 - 1시간 30분

서평 여러 사이트에 올리기 - 1시간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서평쓰기 - 1시간

기본업무 - 9시간 30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황소자리(2004)


태그:#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황소자리, #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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